-한국토요타, 시흥에 부품물류센터 확장 개소
-하루 4,000여건 출하, 전국 부품 공급 책임져
-적시 공급률 97% 달해..'세계 최고 수준'
경기도 시흥시 정왕동.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 시화 IC를 내려와 시화호를 끼고 몇 분을 달리면 ‘TOYOTA(토요타)’라는 큼지막한 로고가 새겨진 거대한 건물이 눈에 확 들어온다.
규모부터 심상치 않다. 연면적 14,876㎡, 4,500평 규모의 이 공간은 단순한 부품 보관 창고가 아니다. 자동차 정비라는 소비자에게는 보이지 않는 서비스 시간을 단축하고 이를 통한 신뢰의 체계를 굳건히 하는 물류의 심장. 바로 한국토요타자동차 부품물류센터다.
현장을 찾은 시간은 오후 4시경. 한창 물류 작업이 마무리된 시점이었다. 통상적인 취재 시간과는 거리가 멀지만 토요타 측은 가동 시간을 피해야 한다며 사전에 양해를 구했다. 이곳이 얼마나 철저히 그리고 얼마나 부단하게 움직이고 있는지를 실감할 수 있던 순간. 하루 수천 건의 부품이 이곳을 통해 분류되고 적재되고 다시 전국으로 나아간다는 사실이 수치가 아닌 체감으로 다가왔다.
주차 안내를 받은 곳은 건물 7층. 여느 대형마트나 복합시설처럼 층을 빙빙 돌며 올라가는 구조다. 대형 트럭의 진출입을 고려해 설계된 만큼 통로는 넓고 여유가 있었다. 이곳은 단순히 주차장의 기능을 넘어서 물류 효율성을 염두에 둔 실용적 공간이었다.
한 층 아래로 내려가니 거대한 입하 구역부터 눈길을 끈다. 하루 평균 40피트 컨테이너 2대 분량의 부품이 들어오는 이 구역은 그 자체로 숨가쁘게 움직인다. 평소라면 대형 화물차가 싣고온 짐을 전동 화물차가 부지런히 하역하고 있을 테다. 그리고 대부분의 제품들은 '구루루'라고 불리는 전동 운반 장치를 통해 옮겨 작업자의 효율성을 극대화한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토요타의 철학이 진하게 배어든 설계가 보인다. 이 물류센터는 단순히 부피를 키운 창고가 아니다. 본사의 물류 전문가들이 한국 시장에 맞춰 고안한 맞춤형 공간. 특히 토요타 생산방식(TPS)의 핵심인 풀 시스템(Sell One Buy One)이 적용되어 재고는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유지된다. 적시공급(Just-in-Time)의 정수다.
픽킹 홈포지션 구역에서는 10분 단위로 출력되는 ‘픽킹 슬립(Picking Slip)’이 분주히 움직인다. 어떤 서비스센터가 주문한 내용인지, 어떤 차종의 어떤 부품인지를 담고 있는 내용이다. 부품 코드와 보관 위치, 주문 수량까지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오차 차질 없이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다.
부품의 크기나 특성에 따라 구역도 나뉜다. 소형 부품은 메저닌, 대형 부품은 파렛트 랙 구역에 보관된다. 특히 유리 부품은 손상 방지를 위해 재포장 과정을 거친 뒤 별도로 보관된다. 이곳에서의 ‘정돈’은 단지 보기 좋은 정리가 아니다. 효율적 입출고, 안전한 작업 환경, 그리고 신뢰 확보를 위한 기초 설계다.
이곳엔 액세서리 전용 서브 창고도 별도로 운영된다. 윈터 타이어를 계절별로 보관해주는 타이어 호텔 서비스도 이곳에서 출발한다. 단순히 타이어를 ‘보관’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 계절을 준비하는 ‘서비스’의 연장이다.
출하 구역은 또 하나의 하이라이트다. 총 5개 도크를 통해 하루 평균 4,000건의 부품이 트럭에 실려 나간다. 출하 전 바코드 스캔을 통한 품목 검증은 필수. 오배송은 이곳에서 허용되지 않는 단어다. 팩킹 스테이션 또한 출하 노선에 따라 배치돼 있어 상차 효율을 극대화한다.
이 물류센터의 가치를 높이는 또 하나의 요소는 교통 입지다. 수도권에서 가장 가까운 수입차 부품센터 중 하나여서다. 시화 IC와 남안산 IC에 인접해 있다보니 수도권엔 하루 2회, 최대 3회까지 부품이 배송된다. 덕분에 전국 67개 렉서스·토요타 공식 서비스센터에서의 정비 대기 시간은 눈에 띄게 줄었다. 정시 배송률은 90%대로 전 세계 토요타 사업장 중에서도 최고 수준이다.
안전을 위한 노력도 눈길을 끈다. 부품을 쌓아둔 랙 마다 스프링클러를 설치했다. 총 1,476개의 헤드가 위기 상황에 대비한다. 동절기에는 동결 방지를 위한 드라이 파이프 방식, 감지와 동시에 작동하는 프리액션 밸브까지 이중삼중의 안전망이 마련돼 있다.
토요타의 부품물류센터는 ‘자동차 한 대’라는 결과물이 얼마나 많은 시스템과 사람들의 손끝에서 완성되는지를 체감하는 시간이었다. 수만 개 부품이 흐트러짐 없이 움직이고,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 정교한 동선 속에서 이들은 보이지 않는 약속을 지켜가고 있었다. 시흥의 이 물류기지는 오늘도 완벽한 제품을 향한 토요타와 렉서스의 시간을 정밀하게 조율하고 있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