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문형 전기차 시장 넓힐 기대주
-탄탄한 상품구성, 합리적인 가격 매력
전동화 라인업 확장을 향한 기아의 의지가 매우 강하다. 폭넓은 세그먼트를 대상으로 신차를 속속 출시하고 있으며 시장을 리드하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그만큼 저마다의 제품 경쟁력을 앞세워 소비자들에게 높은 주목도를 이끌고 있다. 이번에 새로 선보인 준중형 전기 세단 EV4도 그 중 하나다. SUV로만 가득했던 흐름을 벗어 버리고 새 판을 짜기 위한 당당함이 묻어난다. 미디어 시승을 통해 차의 진가를 확인했다.
겉모습은 매우 파격적이다. 기아 디자인 철학을 미래적으로 재해석한 느낌이다. 조각품을 보는 것처럼 샤프한 캐릭터라인과 과감한 차체 형상은 모던함의 끝을 달린다. 앞뒤 램프는 최대한 바깥쪽으로 붙였고 얇은 LED를 활용해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와 함께 각 필러의 모습과 루프라인 등을 보면 자동차는 모든 면으로 매끄럽게 이어져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린다.
기아가 내세우고 있는 도형을 활용한 휠 디자인까지도 매우 조화롭다. 앞뒤 범퍼는 유광 블랙으로 칠해 차체컬러와 투톤을 이루며 밋밋해 보일 수 있는 외관에 포인트를 준다. 디자인은 기능 개선에도 도움을 줬다. 실젤 EV4는 공기저항계수 0.23을 달성해 기아 차종 중 가장 우수한 공력성능을 확보했다.
길이는 4,730㎜이며 너비와 높이는 각각 1,860㎜, 1,480㎜이다. 앞뒤바퀴 사이 거리를 뜻하는 휠베이스는 2,820㎜로 현대차 아반때와 전체적으로 큰 수치를 갖췄다. 참고로 외장 색상으로는 모닝 헤이즈, 마그마 레드, 요트 블루(무광), 스노우 화이트 펄, 아이보리 실버(유광/무광), 셰일 그레이, 오로라 블랙 펄 등 총 8가지의 색상을 선택할 수 있다.
실내는 가장 최신의 기아 EV 패밀리-룩을 이어 받았다. 수평을 강조한 센터페시아와 공간감에 집중한 디자인이다. 그만큼 차 급에 비해 더 넓어 보이는 캐빈이며 깔끔한 인상으로 다가온다. 디지털 요소도 마음에 든다. 요즘 대다수의 자동차에서 볼 수 있는 풀 디지털 계기판과 센터페시아 일체형 커브 디스플레이는 화면을 3분할해서 폭넓은 정보를 제공한다.
단정한 그래픽을 통해 직관적인 이해도도 좋은 편이다. 경로상 충전소 찾기나 실시간 전비 확인 등 전기차에 최적화된 기능들도 불만이 없다. 플로팅 타입 센터 터널은 공간 활용에 집중한 모습이다. 다만 팔걸이 역할을 하는 평평한 패널은 조금 아쉽다. 기능적으로 큰 의미가 없으며 살짝 미끄러워 실용성이 떨어진다.
디자인 적으로는 좋을 수 있지만 사용 편의를 고려해 향우 개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편의 품목은 차고 넘친다. 고속 충전이 가능한 100W C타입 USB 충전 단자(전용 케이블 제공)를 동급 최초로 적용했으며 열선 및 통풍, 메모리 기능을 포함한 시트와 카플레이, 기아 AI 어시스턴트를 탑재하고 기아 커넥트 스토어를 통한 OTT 및 유튜브 시청도 가능하다. 또 NBA 및 KBO 디스플레이 테마 등을 설치할 수도 있다.
안전 품목으로는 빌트인 캠 2 플러스, 스티어링 휠 그립 감지, 전방 충돌방지 보조, 후측방 충돌방지 보조, 차로 이탈방지 보조, 지능형 속도 제한 보조, 헤드업 디스플레이, 운전자 전방 주시 경고 카메라, 운전자 주의 경고,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차로 유지 보조 2, 고속도로 주행 보조 2 등을 탑재했다. 서라운드 뷰 모니터, 측방 주차 거리 경고, 후방 주차 충돌방지 보조,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 후측방 모니터 등 주차 관련 편의 기능도 지원한다.
감성 품질도 마음에 든다. 리사이클링 소재를 세련되게 꾸몄으며 컬러 조합도 좋다. 여기에 간접 조명 방식의 엠비언트 라이트를 적극 두르고 더블 D컷 스티어링휠 등을 통해 기분 좋은 탑승 경험을 제공한다. 2열은 기대 이상이다. 겉에서 보이는 차의 크기보다 훨씬 넓게 다가온다. 전동화 플랫폼의 장점을 적극 살린 모습이며 특징으로 부각된다.
물론 한 체급 위에서 느껴지는 광활함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같은 체급의 내연기관 세단과 놓고 보면 우위를 점한다. 490ℓ의 트렁크는 열리는 면적이 매우 독특하며 우수한 크기를 갖췄다. 차박을 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지만 짐을 싣는 본연의 역할은 충분하다. 더욱이 안쪽으로 제법 깊어 다양한 짐을 효율적으로 수납 할 수 있겠다.
EV4는 최고출력 150㎾(204마력), 최대토크 283Nm을 발휘하는 전기모터가 탑재돼 있다. 무게가 1.7~1.8톤 수준으로 전기차 중에서는 가벼운 쪽에 속하기 때문에 체감 성능은 훨씬 높을 것으로 기대했다.
처음 속도를 전개해 나갈 때의 반응은 여느 전기차와 크게 다르지 않다. 즉각적으로 나오는 전기 에너지를 바탕으로 여유롭게 속도를 올릴 뿐이다. 가속페달을 조금 깊게 밟아도 자극적으로 튀어 나가는 세팅도 아니다. 일상 영역에서 두루 활용할 수 있는 이상적인 성능을 구현했다. 차가 갖고 있는 크기와 무게를 감안할 때 지금의 출력도 매우 알맞다.
그만큼 호불호 없이 누구나 친숙하게 전기차를 접할 수 있다. 경쾌한 반응을 보고 싶다면 스포츠 모드로 두면 된다. 차의 성격이 화끈하게 바뀌며 짜릿함을 전달하는 건 아니지만 충분히 속 시원하게 “잘 나간다” 라는 느낌을 온전히 받을 수 있다. 사실 성능보다도 더 인상적인 부분을 살펴 볼 수 있었는데 바로 차의 움직임이다.
매우 낮은 무게중심을 구현했으며 세단이 줄 수 있는 특유의 안정성까지 더해 깔끔한 회두성을 자랑한다. 절묘한 핸들링도 힘을 더하며 운전자가 원하는 방향에 맞춰 정확하게 몸을 튼다. 칼같이 반응하는 차의 거동을 보며 저절로 자신감과 믿음이 커진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컴팩트한 차체까지 어우러져 더욱 적극적인 드라이빙을 할 수 있다.
세단의 강점인 승차감 부분에서도 이점을 보인다. 1열과 2열 동일하게 느낄 수 있는 안락하고 쾌적한 이동 경험이다. 주행 모드에 따라서 필요한 양만큼의 노면 전달력을 확보했고 나머지 불규칙한 굴곡은 전부다 흡수한다. 궁극적으로 탑승자는 만족스러운 승차감을 경험할 수 있다. 기아의 전동화 기술력이 묻어있으며 높은 완성도를 기반으로 인정을 이끌어낸다.
배터리는 81.4㎾h급을 탑재한 롱레인지와 58.3㎾h 배터리를 넣은 스탠다드 등 두 가지로 나뉜다.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는 롱레인지가 533㎞, 스탠다드가 382㎞이며 롱레인지의 경우 현대차그룹 전기차 중 가장 긴 주행거리를 발휘한다(2WD 17인치 휠 기준). 350㎾ 충전기 이용 시 10-80%까지의 충전 소요 시간은 롱레인지가 31분 스탠다드는 약 29분이 걸린다.
특히, 엄청난 숫자를 기록한 전비는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시승차는 어스 롱레인지로 19인치 휠을 장착해 환경부 기준 복합 5.5㎞/㎾h를 인증 받았다. 하지만 주행 내내 전비가 오르더니 7~8㎞/㎾h 부근에서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언덕에서 빠르게 속도를 올릴 때는 6㎞/㎾h에 머물렀으며 반대로 타력주행과 다운힐 구간에서 회생 제동을 적극 활용하면 9.3㎞/㎾h까지 찍히는 모습을 봤다. 도심과 고속도로, 국도, 와인딩 코스까지 전부 더해서 실 주행거리로 약 36㎞를 달렸는데 트립컴퓨터 속 소비한 거리는 고작 14km에 불과했다. 이와 함께 목적지 도착 후 최종 전비는 8.9㎞/㎾h를 보여줬다. 배터리는 고작 3% 사용했으며 맥스 주행거리는 613㎞에 달했다. ‘역대급’ 효율을 가진 전기차라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다.
마지막으로 EV4의 가격은 스탠다드 에어 4,192만원 어스 4,669만원 GT라인 4,783만원이며 롱레인지 에어 4,629만원, 어스 5,104만원, GT라인 5,219만원이다. 세제혜택과 보조금을 고려하면 실 구매가는 스탠다드가 3,400만원대, 롱레인지는 3,800만원대도 노려볼 수 있다.
이처럼 EV4는 합리적인 가격과 탄탄한 상품구성이 어우러져 높은 경쟁력을 확보했다. 전동화 전용 플랫폼을 바탕으로 수준급 파워 트레인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도 큰 메리트로 다가온다. 입문형 전기차 시장의 성공적인 안착으로 평가받는 EV3와 함께 전기차 대중화 확대 첨병 역할을 할 EV4가 더욱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