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 포르쉐·폭스바겐 닮은 디자인 논란
-외신 기자들도 "아직도 이런 차가 있나"
-브랜드 관계자들, "독자적 디자인" 원론적 입장만
23일 '2025 상하이오토쇼'가 열린 국가전시컨벤션센터(NECC). 7.1H관에 위치한 장성기차 산하 오라(ORA) 부스에서 세계 각국의 방문객들이 몇 대의 차를 보고 술렁였다.
이날 많은 현장 기자들이 중국 브랜드의 만듦새에 놀라움을 표했지만 이곳에서의 '놀라움'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전시장 중앙에 위치한 오라의 발레캣(Ballet Cat)과 라이트닝캣(Lightning Cat)은 언뜻 봐도 폭스바겐 비틀과 포르쉐 파나메라를 연상케 했기 때문이다.
라이트닝캣은 2021년 공개된 오라의 패스트백 전기차다. 최고출력 402마력 정지 상태에서 100㎞/h까지 4.3초만에 끊는 가속 성능, 1회 충전 주행거리 640㎞에 이르는 준수한 성능을 갖췄지만 이 차의 문제는 디자인이었다. 일부 구성 요소를 제외하면 전반적인 느낌이 포르쉐 파나메라를 연상케 하기 때문이다.
발레캣도 마찬가지. 램프가 동그랗지 않고 5도어 구조를 갖췄다는 점을 빼면 영락없는 폭스바겐 비틀을 연상케 한다. 귀엽고 익숙하다는 인상보다는 '어디서 본 듯 하다'라는 뒷말이 더 길게 나온 이유다.
미국에서 온 한 부품사 관계자는 "차 이름애 캣(Cat) 이라는 이름이 붙는데 카피캣(Copy Cat)이라고 이름을 바꿔야 하는 거 아니냐"며 "이정도면 영감을 받은게 아니라 그냥 복사한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자신을 독일에서 왔다고 밝힌 한 기자도 "폭스바겐그룹이 곧 소송 준비를 할 지도 모르겠다"라며 뼈있는 농담을 던졌다.
반면 오라 측의 입장은 일관됐다. 현장에서 제품 설명을 맡고 있는 오라 브랜드 관계자들은 디자인 유사성을 묻는 질문에 즉답을 피했다. "(디자인을) 모방하지 않았다"라거나 "이 차는 비틀이나 파나메라가 아니고 발레캣과 라이트닝캣"이라는 말만 반복했다.
중국 자동차 업체들은 오래 전 부터 해외 유명 브랜드의 디자인을 표절했다는 논란에 휩싸여왔다. 랜드로버 이보크를 베낀 랜드윈드 X7, 대우 마티즈를 따라한 체리 QQ, 미니쿠퍼를 연상케 했던 리판 320, 포르쉐 마칸을 그대로 가져온듯한 쭝타이 SR9 등이 대표적이다.
중국의 자동차 제조 능력은 이미 세계적인 반열에 올라 섰다. BYD나 지커 등 주요 브랜드들은 이제 후발주자가 아닌 당당한 경쟁자 반열에 올라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주시하는 차가 됐다. 이런 가운데 여전히 무언가를 따라하는 데에 급급한 모습은 간신히 지워내고 있는 중국 자동차의 부정적인 이미지에 재를 뿌리는 모양새다.
국내 완성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런 부분(디자인 표절)이 제품의 가치를 흐릴 수 밖에 없다"라며 "아무리 기술이 앞서도 디자인이라는 브랜드의 중요한 철학이 흔들린다면 시장은 이를 곱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상하이=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