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표 받아 들어
-해밀턴, 전설로 남을 시험대 올라
전 세계 F1 커뮤니티가 주목한 2025 시즌의 가장 큰 변화는 자동차가 아니라 ‘사람’이었다. 레이스카 규정에 큰 변화가 없었던 올해, 시즌 최대의 관심사는 메르세데스를 떠나 페라리로 이적한 7회 월드 챔피언 루이스 해밀턴의 성패였다.
시즌 개막 전, 은퇴한 F1 드라이버이자 명 해설자인 마틴 브런들은 해밀턴이 2025년 페라리에서 여러 차례 우승을 거둘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의 뛰어난 레이스 감각과 풍부한 경험이 여전히 큰 무기라는 평가였다.
하지만 시즌 초반의 흐름을 보면 이 같은 낙관적 전망은 점점 설득력을 잃고 있다. 해밀턴의 2025 시즌은 예상을 훨씬 웃도는 난관의 연속이다. 해밀턴 본인도 시즌이 “고통스러울 것”이라며 남은 기간 동안의 어려움을 이미 예고했으며 현재로서는 뚜렷한 해결책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실제 성적은 그의 명성에 크게 못 미친다. 바레인 그랑프리 5위, 사우디 아라비아 7위, 일본 7위, 호주 10위에 머물렀고, 중국 스프린트 레이스에서는 1위를 차지하며 반등의 가능성을 보였지만 정규 레이스에서는 차 문제로 실격당했다. 챔피언으로서의 존재감을 보여주기엔 부족한 기록들이다.
부진의 이유로 일각에서는 페라리 레이스카의 경쟁력을 예로 든다. 그러나 같은 차를 타고 있는 팀 동료, 샤를 르클레르와의 비교에서 해밀턴은 꾸준히 뒤처지고 있다. 샤를 르클레르가 지난 6년간 페라리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성적을 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해밀턴의 성적 부진이 적응 문제라고 주장하는 순간 해밀턴의 능력 부족은 더욱 부각된다.
지금 그의 경기력은 샤를 르클레르보다 객관적으로 떨어지며 아직까지 챔피언다운 면모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현재 그의 드라이버 챔피언십 순위는 전체 20명 중 7위다. 현 시점에서 판단하건대 차 성능이 극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이상 해밀턴과 페라리가 2025년 챔피언십 타이틀을 놓고 경쟁할 가능성은 쉽지 않다. 해밀턴 본인도 시즌 내내 고전이 계속될 것이라 이미 인정했지 않은가.
사실, 한 드라이버가 서로 다른 두 팀 이상에서 월드 챔피언에 오른 사례는 매우 드물다. 해밀턴은 이미 맥라렌과 메르세데스에서 이 어려운 일을 해냈다. 영원히 무적일 것처럼 보였던 메르세데스의 경쟁력이 하락세를 그리자 그는 커리어 마지막 도전을 위해 과감히 페라리를 선택했다.
만약, 이 마지막 선택지인 페라리에서 다시 챔피언이 된다면 해밀턴은 단순히 팀 선택 운이 좋은 드라이버가 아닌 진정한 전설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그리고 '드라이버의 실력과 차의 성능 중 무엇이 더 중요한가'라는 오래된 논쟁에도 '드라이버의 실력’이라고 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결과만 본다면 그 답은 ‘차의 성능’ 쪽에 가까워 보인다.
김남호 F1 동력학 엔지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