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하고 아름다운 디자인의 오픈에어링 카
-스포츠 드라이빙 감성 높이는 요소 가득해
타고난 아름다움을 가지고 한결같은 미모를 드러내는 차가 있다. 첫눈에 반하며 모두가 감탄사를 낼 수밖에 없는 차, 균형 잡힌 비율로 승부하며 오랜시간 미(美)의 기준이 됐던 차, 바로 마세라티 그란카브리오다. 럭셔리 대형 오픈카 시장에서 독보적인 존재인 그란카브리오는 신형으로 거듭나면서 더욱 고급스럽고 완성도 높게 돌아왔다. 한 번 앉으면 쉽게 내려오기 힘들 정도로 매력적인 마세라티의 새 오픈카를 타고 2박3일동안 잊지 못할 시간을 간직했다.
▲디자인&상품성
외관은 하염없이 쳐다보게 만든다. 균형감 있고 우아한 라인과 오픈카 특유의 실루엣이 어우러져 단번에 시선을 빼앗긴다. 여기에는 커다란 차체도 한 몫 한다. 5m가 넘는 길이와 2m를 육박하는 너비, 앞뒤 바퀴 사이 거리를 뜻하는 휠베이스도 3m에 달한다. 웬만한 중대형 세단과 견줘도 손색 없는 덩치다. 그만큼 도로 위에서 존재감을 나타내기에 충분하며 대형 오픈카의 장점을 고스란히 살리고 있다.
시승차는 고성능 트로페오 트림이다. 그만큼 곳곳에서 차의 특징을 살펴 볼 수 있는 요소들로 가득하다. 펜더에는 트로페오 배지와 마세라티를 상징하는 3개의 덕트가 뚫어져 있고 고성능 브레이크와 20인치 휠 조합도 상당하다.
브랜드를 상징하는 거대한 그릴과 삼지창 로고는 멀리서 봐도 오너의 자부심을 나타내기에 충분하다. 거대한 보닛 형상도 끝내준다. 코팡고(Cofango)라 불리는 독특한 디자인 요소인데 코팡고는 이탈리아어로 보닛을 뜻하는 ‘코파노(Cofano)’와 펜더를 나타내는 ‘파라팡고(Parafango)’를 조합한 단어다. 우아한 실루엣을 가진 보닛과 펜더를 단일 부품으로 구성해 마세라티의 전통을 유지하면서도 유려한 디자인을 완성했다.
이와 함께 캔버스 소프트탑 루프는 시속 최대 50km 주행 시에도 터치 한 번으로 14초 만에 개방 가능하다. 블랙과 블루 마린, 타이탄 그레이, 그레이지, 그라나타 등 5가지 컬러로 제공한다. 뒤는 정갈하다. 적당한 크기의 테일램프와 트렁크 라인, 번호판의 위치, 쿼드 배기시스템의 높이까지 모든 요소가 절묘하다. 여기에 마세라티 필기체 로고는 클라이막스를 찍는다. 이처럼 디자인에서는 그 누구도 흠잡을 수 없는 매우 완성도 높은 모습을 자랑한다.
실내는 매우 화려하다. 고급 소재를 아낌없이 두른 덕분에 단번에 비싼 차임을 알게 한다. 손에 닿는 거의 모든 부분은 가죽이며 저렴한 플라스틱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스티치의 형태, 패널의 마감 등 조립 수준도 단연 최고다. 카본 트림과 은색 장식을 적재적소에 넣었고 외관 만큼이나 균형감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사치스럽고 호화롭다 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신형으로 오면서 디지털 요소의 변화가 가장 마음에 든다. 12.2인치 풀 디지털 계기판은 마세라티 만의 숫자체와 폰트, 레이아웃 구성으로 신선한 감각을 전달하며 직관성이 뛰어나다. 주행 모드별로 그래픽 형태가 완전히 달라지는데 큰 만족으로 다가온다. 이와 함께 12.3인치 센터페시아 모니터와 8.8인치 공조 장치 디스플레이는 위 아래 커브드 형태로 이어져 있다.
매우 섬세하고 많은 기능을 지원하기 때문에 하루종일 가지고 놀아도 심심하지 않을 듯 하다. 그 중에서도 아래쪽 화면은 공조 장치뿐만 아니라 톱을 열고 닫을 수 있는 기능과 가운데 위치한 원형 디지털 창도 입맛에 맞게 바꿀 수 있다.
시계와 나침반, G-포스미터, 가감속의 양을 화면으로 제공한다. 반면, 센터 터널은 다소 아쉽다. 공간 활용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컵홀더 크기가 다소 작고 수납함의 높이도 낮다. 물론 트레이를 제거하면깊은 컵홀더를 만들 수 있지만 1개 밖에 놓지 못한다. 버튼식 변속기를 통해 상대적으로 넓은 공간을 확보했지만 이를 잘 활용하지 못한 듯하다.
스티어링 휠은 화려하다. 시동 버튼과 서스펜션 및 주행모드 조절 버튼이 위치한다. 여기에 타공 가죽으로 손에 쥐는 맛이 좋으며 통 금속으로 짜맞춘 패드시프트도 합을 이룬다.
스포츠 버킷 시트는 착좌감이 우수하고 새롭게 디자인된 넥 워머는 루프를 개방한 채로 주행해도 운전자와 동승자를 따뜻하게 감싸준다. 옵션으로 제공되는 윈드 스토퍼는 루프를 오픈해도 실내에 난기류가 형성되는 것을 방지한다.
2열은 기대 이상이다. 커다란 차체 사이즈를 바탕으로 매우 넉넉한 무릎 공간을 갖췄다. 독립식 시트로 안락한 감각을 전달하며 수려한 가죽이 몸을 감싼다. 1열의 감동을 고스란히 경험할 수 있으며 온전히 네 명이서 여유롭게 오픈 에어링이 가능하다.
트렁크는 여느 4인승 오픈카가 그렇듯이 작은 편이다. 톱을 닫고 격벽을 걷어내면 그래도 제법 깊은 수납공간이 나온다. 장거리 여정을 떠날 때는 짐을 간소화 하는 것을 추천한다.
▲성능
그란카브리오 트로페오에 장착된 V6 네튜노 트윈 터보 엔진은 F1 경주차에 들어가던 프리챔버를 발전시킨 마세라티의 이중연소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여기에 8단 자동 변속기와 AWD 시스템을 결합했으며 프론트 디퍼렌셜을 엔진과 나란히 배치해 차의 역학 성능을 개선했다. 이를 통해 최고출력 550마력, 최대토크 650Nm를 뿜어낸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시간은 단 3.6초만에 끝내며 최고속도는 316km/h에 이른다.
시동을 걸면 우렁찬 소리를 토해내며 출발 준비를 알린다. 소리는 쉽게 사그라 들지 않는다. 컴포트 모드에서도 주행하는 내내 으르렁거리는 사운드를 들을 수 있다. 거칠거나 자극적인 소리가 아니다. 실내에 은은하게 울려 퍼지면서 매우 듣기 좋은 음색이다. 대 배기량 엔진이 주는 풍부한 성능을 바탕으로 여유롭게 고속 영역에 차를 올려 놓는다.
가속페달 양이 많지 않아도 된다. 엔진 회전 질감이 무척 매끄러워 잦은 가감속을 이어 나가도 부담이 없다. 바닥에 바짝 붙어 달리는 느낌과 우수한 직진성 그리고 고속 안정성이 더해져 장거리 주행에도 전혀 피곤하지 않다. 그랜드 투어러 성격을 몸소 체험할 수 있으며 단연 GT카의 표본이라고 말할 수 있다.
브랜드 고유의 레이싱 DNA를 경험하고 싶다면 주행모드를 스포츠로 돌리면 된다. 엔진회전수를 껑충 올리고 소리는 더 커졌으며 움직임은 한층 민첩해진다. 한마디로 본격적으로 달릴 준비를 마쳤다는 뜻이다.
이 상태에서 조금만 스로틀을 열어도 차는 당차게 튀어나간다. 순식간에 속도를 올리고 눈깜짝할 사이에 주변 사물이 스쳐 지나간다. 무엇보다도 가벼운 차의 움직임이 가장 인상 깊게 다가온다.
대형 오픈카이지만 가속 시 운전자가 느끼는 건 적당한 사이즈의 스포츠 세단을 모는 듯하다. 가뿐한 몸 놀림으로 인해 경쾌한 드라이빙이 가능하고 운전자로서 기분 좋은 감각을 받는다.
이는 저절로 주행 모드를 한 단계 더 높이게 만드는 요소이기도 하다. 바로 코르사다. 특히, 네튜노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 조합이 빛을 발휘한다. 생각보다 훨씬 빠르고 즉각적인 행동을 보여준다. 업 시프트뿐만 아니라 다운 시프트의 반응이 상당히 빨라서 페들시프트를 조작하는 맛이 있다. 통 금속으로 만든 길쭉한 시프트를 당길 때 철컥 하는 소리와 감성은 덤으로 챙겨 간다.
파워트레인 조합이 좋다 보니까 손실 없이 차가 가진 능력을 200% 끌어 올릴 수 있으며 매우 잘 만든 유닛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알게 한다. 이 과정에서 엔진음과 배기음은 절정을 향하며 레드존 가까이 붙인 뒤 변속을 이어나갈 때 펑 하고 터지는 사운드를 경험하면 이성의 끈을 놓을 수도 있다. 엄청난 도파민과 함께 저절로 박수를 치게 된다.
스티어링휠 반응과 서스펜션 느낌은 무난하다. 본격적으로 달리기를 지향하는 라이벌과 비교하면 다소 부드러운 감각도 있지만 코르사 모드에서만큼은 충분히 역동적이고 짜릿한 운전의 조력자 역할을 한다. 그렇다고 마냥 밋밋한 건 아니다.
마세라티는 수십 년간 쌓아온 노하우를 기반으로 개발한 새로운 차체 제어 자세 모듈(VDCM) 시스템을 적용한 덕분에 민첩함은 여전하다. VDCM은 정보를 통합하고 차의 모든 주요 시스템에서 작동해 차를 전방위적으로 제어하는 기능이다. 차의 두뇌와 같은 역할을 하며 그 어떤 주행 조건이든 최대 성능과 최상의 주행 경험을 이끌어 낸다.
흥분을 식힐 겸 GT모드에 놓고 톱을 열었다. 쏟아지는 봄 햇살과 살랑이는 바람, 신선한 공기가 모두 실내에 반사되며 탑승자에게 들어온다. 빠르게 달릴 때와는 다른 행복과 즐거움이다. 낭만이 살아 숨쉬며 도로 위 가장 행복한 존재라는 느낌을 받는다. 힐링되는 시간으로 남으며 정신 건강에 도움을 주는 차다.
▲총평
그란카브리오 트로페오는 마세라티 역사에 한 획을 그을 중요한 오픈카다. 브랜드 고유의 정신을 간직하며 새롭게 도약하기 위한 모든 준비를 마쳤기 때문이다. 모두가 인정하는 디자인은 물론 레이싱 DNA도 여전하고 마세라티 특유의 낭만과 감성도 치사량이다.
여기에 완성도 높은 디지털 요소와 호화로운 감각, 네튜노 엔진의 능력까지 어우러져 독보적인 이탈리아 스포츠카를 정의한다. 진한 여운과 함께 특별함으로 물든 오픈카를 찾는다면 이 차는 정답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