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사업 정체, 르노 성장 가능성 주목
“수입차 부문의 성장이 정체되니 국내 자동차 판매 사업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지요. 그 중에서 미래 성장 가능성을 봤을 때 르노를 주목한 것이고요.” 최근 국내 자동차 딜러 시장의 강력한 판도 전환을 두고 벌어진 르노 내부 관계자의 분석이다. 대표적으로 아우디, 포르셰 등을 판매하는 SGS오토그룹이 본격적으로 르노 판매 사업에 뛰어들었다. 지난 3월에는 아우디 판매사로 잘 알려진 위본모터스가 르노 판매 사업에 참여했고, 이외 일부 수입차 판매에 주력해왔던 기업들이 르노로 간판을 바꾸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30일 르노코리아 등에 따르면 판매 네트워크의 전략 변화를 주도한 인물은 이 회사 네트워크 및 영업 현장을 일선에서 지휘한 황재섭 전무다. 한국지엠 영업본부장 출신으로 지난 2023년 르노코리아에 합류한 그는 세일즈와 네트워크 부문에 정통한 영업맨이다. 르노 합류 이후 끊임없이 추진한 ‘대형 판매사 체제 구축’ 개혁이 서서히 성과를 내는 셈이다. 오랜 시간 소규모 대리점 단위로 오밀조밀하게 분포됐던 영업망을 실질적인 효율 위주로 통폐합하고 대형 전문 판매사를 영입해 지속 판매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의미다.
사실 수입차 전문 대형 판매사가 르노 판매에 속속 합류하는 이유는 두 가지 맥락이다. 먼저 수입차 성장이 끝났다는 점이다. 연간 25만대 내외에서 상승 곡선이 꺾였고 브랜드별로 인기와 비인기 차이가 극명해지며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로 바뀌는 중이다. 동시에 테슬라를 비롯해 BYD 등의 EV 전문 브랜드가 시장에 속속 가세해 내연기관 중심의 제품만으로는 판매가 쉽지 않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또한 EV의 경우 프리미엄 고급형보다 가격 중심의 보급형이 주목받는 만큼 수입차 판매사들은 그간 호시탐탐 국산차 판매를 추가하려는 노력이 전개돼 왔다. 하지만 마땅한 브랜드가 없었다는 점이 고민으로 작용했다.
르노코리아 황재섭 전무가 파고든 게 바로 이 부분이다. 수입차 판매사의 고민을 정확히 파악하고 HEV는 물론 향후 전개할 판매 네트워크 전략을 공유하면서 꾸준히 영입을 제안했고, 그랑 콜레오스 HEV가 시장에서 인기를 끌자 참여를 저울질하던 일부 수입차 판매사가 자체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본격 합류하는 결과에 도달한 셈이다.
이를 두고 르노 관계자는 “판매 사업자는 기본적으로 판매할 제품과 이를 제공하는 제조사의 미래 전략을 주목하기 마련”이라며 “이 말을 반대로 뒤집으면 제조사는 소비자 접점을 강화화는 차원에서 판매사를 영입할 때 체계적이고 일원화된 판매 및 AS 제공이 가능한 파트너를 원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 결과 판매와 서비스의 동시 제공에 능숙한 수입차 판매사가 르노코리아 입장에선 우선 영입 대상이었던 셈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미 사업에 참여한 수입차 판매사 외에 다른 국산차 판매사업자도 르노 판매권을 얻기 위해 물밑 작업이 한창이라는 사실이다. 지방 대도시 및 중소 도시를 중심으로 르노의 판매사 대형화 전략에 참여하려는 사업자가 잇따르는 것. 특히 기존에 다른 브랜드의 국산차를 판매하던 사업자 여럿이 모여 대형 딜러로 재편하려는 움직임도 역력이 나타나는 중이다.
한때 국내 수입차 판매사업은 ‘황금 알을 낳는 거위’에 비유될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다. 그러자 대기업도 속속 판매 사업에 올라타면서 한 마디로 수입차 사업은 ‘돈의 전쟁’으로 비유되곤 했다. 그러나 최근 이들이 판매 브랜드 다양화라는 멀티 전략을 추구하면서 판도가 바뀌고 있다. 누군가 정확히 바라본 판매 네트워크 시장의 변화와 르노의 전략적 접근이 판매 상승의 시너지를 내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