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 에듀케이션센터 타운라이더 수강해보니...
-기초부터 다시,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 인상적
-'기본'이지만 어색했던 감각, 그간 잘못 탔다는 방증
지난 달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혼다 에듀케이션센터를 찾았다. 라이딩을 다시 배우기 위해 찾은 이곳은 혼다가 '모두를 위한 안전' 이라는 슬로건 아래 세계 43번째로 지은 시설이다.
혼다코리아가 국내 수입차 업체 최초로 설립한 시설. 이곳의 면적은 실외 교육장 약 1,200평, 2층 건물 약 550평을 포함해 총면적 약 2,400평으로 모터사이클 교육 시설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각종 보호장구는 무상 대여해주고 이중 안전벽까지 갖출 정도로 안전에 신경을 썼고 정식 학원으로 등록해 교육 과정에서의 책임 유무도 명확히 했다.
바이크를 탄 지 어느덧 10년 쯔음. 출퇴근용으로 타고 있는 바이크는 누적 2만㎞를 넘어섰고 각종 바이크를 시승하며 전국 곳곳으로 장거리 라이딩도 다녀봤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제대로 배운 적은 없다. 경험으로 익힌 감각을 실력이라고 착각하고 위험에 가까운 순간들을 운이 좋아 넘겼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번만큼은 처음부터 라이딩을 다시 시작해보고 싶었다. 혼다 에듀케이션센터를 찾은 이유다. 수강 프로그램은 타운 라이더. 2종 소형 면허를 보유하고 있고 수동 변속기 조작에 익숙한 이들을 대상으로 달리고, 돌고, 서는 기초를 교육하는 프로그램이다.
교육 전반은 익숙했던 습관을 낯설게 되돌려주는 과정이었다. 처음부터 바이크에 탑승하는 법을 가르치지 않는다. 집을 나와 주차장에서 바이크를 마주한 첫 순간을 상정하고 바이크에 오르는 법 부터 다시 배운다. 교육을 위해 지급받은 바이크는 CB300R. 가볍고 민첩하지만 오히려 모든 조작을 그대로 반영하는 제법 솔직한 차다.
엔진을 켜기 전에 체크하는 등화류, 연료 잔량, 공기압, 이상 유무. 당연하지만 그동안은 당연하지 않게 흘려보냈던 것들이다. 사이드스탠드를 걷기 전 먼저 전후방 시야를 확보하고 주변을 살핀 뒤 한 발 한 발 정해진 순서대로 바이크에 오르는건 그 다음의 일이다.
넘어졌을 때 바이크를 어떻게 일으켜야 하는지 그 요령을 배우는 순간도 인상 깊었다. 잘못된 자세로 무리해서 일으키려다 부상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며, 가능하면 혼자 하지 말고 주변의 도움을 받는 게 원칙이라는 교관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안전은 기술보다 원칙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는다.
주행 준비를 마쳤다면 다음은 가볍게 몸을 풀 차례다. 코스를 천천히 돌며 긴장을 푸는 동안에도 교관은 "핸들을 가볍게 쥐고, 시야를 멀리 두며, 니그립은 확실히 해달라"는 말을 반복했다. 바람이 얼굴을 스쳐 지나가는 그 짧은 순간 무심하게 반복해왔던 기본 조작 하나하나가 새롭게 다가왔다.
본격적인 슬라럼 훈련이 시작되면서 집중의 밀도는 급격히 높아졌다. 라바콘 사이를 빠르게 파고드는 코스. 처음에는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브레이크를 쥐고, 하중을 좌 우로 옮기고, 탈출을 위해 재가속을 해야하는 상황 하나하나가 따로 노는 느낌이었다. 이 동작들이 하나가 되기까지 한참의 반복이 필요했고 그제서야 바이크는 점점 내 몸처럼 반응했다.
하지만 그 익숙함은 오래 가지 않았다. 교관이 슬라럼 코스 한가운데로 들어섰고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진로를 바꿨다. 왼쪽, 다시 오른쪽, 또 오른쪽. 방금 전까지 파악하고 움직이던 흐름은 완전히 사라졌고 교관의 움직임을 뒤쫓느라 다시 긴장했다. 예측할 수 없는 리듬 속에서 바이크는 다시 낯설어졌고 몸은 다시 초보자가 됐다. 스로틀을 조절하며 반응하는 순간순간, 스스로가 얼마나 반사적으로 반응하고 있었는지를 깨달았다.
"지금 되게 어색하다고 느끼실텐데 그게 정상이고 이렇게 타는 게 맞는 방법입니다" 라는 교관의 말에 헛웃음밖에 나올 수 없었다.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즉각적으로 대응하는 훈련, 그것이 이 과정의 핵심이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능숙하게 대처할 수 있어야 하는 '기본기'라는걸 다시 한번 깨달은 순간이다.
교관은 반복해서 말했다. 시선은 멀리, 상체의 힘은 빼고, 니그립은 단단하게. 단순한 세 문장이었지만, 10년간 몸에 밴 잘못된 습관들을 되돌리는 데는 이틀이 부족할지도 모른다고 느꼈다. 힘을 빼려니 어깨가 굳고, 시선을 멀리 두려니 몸이 따라가지 못했다. 오히려 초보자처럼 반응하고 있었다.
실제로도 훈련이 후반부로 이어질 수록 참가자들의 기량 차이는 꽤나 벌어졌다. 오랫동안 타던 습관이 굳어버린 참가자들의 기량은 점점 떨어져나갔고 2종 소형면허를 보유만 하고 있던 참가자들의 기량은 점점 높아졌다. 습관을 고치는게 이렇게 어렵다는걸 명확하게 보여준 장면이다.
교육의 마지막은 바이크를 닦는 것으로 끝났다. 함께 훈련한 바이크를 고요히 바라보며 천천히 손을 움직였다. 먼지를 닦으며 하루의 피로를 지우고 바이크에 문제가 없었는지 확인하고, 이 기계와 내가 얼마나 함께 했는지를 되새기는 시간. 라이딩의 끝은 출발보다 더 깊은 의미를 남긴다.
교육비는 27만원. 결코 저렴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바이크와 보호장비, 훈련시설, 그리고 하루를 함께하는 교관들의 진심을 고려하면 결코 비싸다고도 할 수 없었다. 혼다코리아 측에 따르면 이건 적자구조다. 혼다코리아 관계자는 "국내 라이딩 문화의 성숙을 위한 장기적 투자라고 봐달라"며 "가격을 지나치게 낮출 경우 오히려 민간 교육 프로그램과의 형평성에 어긋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우리는 종종 바이크를 더 잘 타고 싶다는 욕심에 실력을 시험하곤 한다. 하지만 이 코스는 더 잘 멈추고, 더 잘 돌아보고, 더 안전하게 즐기는 법’을 알려준다. 그것이 어쩌면 바이크를 탄다는 것의 본질일지도 모른다. 트랙을 떠나는 발걸음이 묘하게 무거웠던 건 이제야 비로소 배움이 시작된 것 같았기 때문이다. 교관의 말도 서울로 돌아오는 내내 기억에 남았다.
"오늘로 기량이 올라갔다면 그 기량을 100% 다 쓰지 마세요 이전보다 조금 더 잘 타게 된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겁니다.”
이천=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