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 숫자보다 일상, 성능 대신 정숙성 '르노 세닉 E-테크'

입력 2025년06월27일 13시45분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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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별난 모습 보단 프랑스식 실용주의 담아
 -곳곳에 보이는 독특한 아이디어도 눈길
 -준수한 주행 성능, 자극적이지 않아 더 좋아

 

 르노 세닉 E-테크는 '전기차가 유별나야할까?' 라는 물음에 프랑스식 해답을 제시한다. 기능 대신 감각을 자극하고 퍼포먼스보다는 조화와 균형을 추구한다. 가장 일상적인 형태에 도달한 전기차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디자인&상품성
 르노의 새로운 디자인 언어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질 비달이 합류한 이후 전반적으로 새로운 느낌을 물씬 풍기는 르노의 디자인은 로장주 엠블럼과 이를 형상화한 다이아몬드 패턴의 디테일로 단순하지만 강렬한 인상을 더한다. 

 

 4,470㎜의 전장, 2,785㎜의 휠베이스는 콤팩트 SUV임에도 여유로운 공간을 암시한다. 오라클 휠이라 명명된 20인치 에어로 다이내믹 휠은 르노 특유의 다이아몬드 문양이 적용돼 시각적 무게 중심을 낮추고 공기저항도 줄인다. 플러시 타입 도어 핸들과 낮은 벨트라인은 세단처럼 정제된 이미지를 만든 모습이다.

 


 

 후면부의 화살표 형상 테일램프는 차체를 더 넓게 보이게 하는 시각적 효과를 준다. 디퓨저와 루프라인은 안정감과 동시에 스포티한 느낌을 더해준다. 가족용으로도 쓸 수 있는 SUV를 지향하지만 이 모든 디테일이 더해진 걸 보면 SUV보단 조금은 껑충한 해치백 같은 느낌이다. 그래서 더 유럽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걸까. 

 

 실내는 ‘기능적인 감성’을 추구한다. 특히 1열 공간은 운전자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12인치 가로형 디지털 계기판과 12인치 세로형 인포테인먼트 스크린으로 구성된 L자형 오픈R 링크는 시각적으로나 기능적으로 모두 직관적이다. 

 

 물리 버튼은 최소화했지만 각 기능은 계층적으로 잘 정돈돼 있다. 소재는 천연 가죽이 아닌 친환경 합성소재와 직물 위주지만 촉감과 시각적인 완성도 모두 준수하다. 앰비언트 라이트는 48가지 컬러를 제공하며 생체 리듬에 따라 색이 자동으로 조절되도록 설정할 수도 있다.

 



 

 운전석 시트는 착좌감이 부드러운 편이고, 측면 지지력도 충분히 갖춰 장거리 운전에도 무리가 없다. 릴렉스 모드를 활성화하면 안마 기능과 함께 시트가 자동으로 젖혀지며 이때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공조, USB 충전 포트, 무드 조명 등이 최대 45분간 유지된다. 

 

 운전자의 얼굴을 인식해 시트와 미러, 스크린 설정까지 자동으로 맞춰주는 페이스 ID 기능도 있다. 스마트폰으로 차량 원격 제어가 가능한 ‘마이 르노 앱’까지 포함하면, 1열은 단순한 조종 공간을 넘어선 디지털 거주 공간에 가깝다.

 

 2열 무릎 공간은 278㎜, 머리 공간은 884㎜까지 확보했다. 플랫 플로어 구조 덕분에 체감되는 거주성은 더 좋다. 팔걸이를 내리면 등장하는 '인지니어스 암레스트'도 쓰임새가 좋다. 컵홀더와 USB 포트 등은 기본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을 거치할 수도 있어 만족도가 높다. 

 


 

 솔라베이 파노라믹 글라스 루프는 4단계 투명도 조절 기능을 제공한다. 마치 일반적인 선루프의 차양막이 열리고 닫히는 것 처럼 일정 구간만 투명도를 따로 조절할 수도 있다. 버튼을 조작할 때의 느낌이 아쉽다는게 흠이라면 흠이다.

 

 ▲성능
 최고출력 160㎾(218마력), 최대토크 30.6㎏∙m는 앞바퀴로 전달된다. 0-100㎞/h는 7.9초이며 LG에너지솔루션의 87㎾h 배터리팩을 탑재해 1회 충전시 최장 460㎞를 간다.

 

 눈에 띄는 성능은 아니다. 5초대 혹은 그 이하의 제로백을 가진 고성능 전기차가 쏟아지는 시대에선 분명 평범한 수준이다. 하지만 세닉이 지향하는 영역을 생각하면 합리적이다. 이만한 차에서 갑작스럽고 예민한 출력을 기대하긴 어렵고 실제로도 세닉은 부드럽고 균형 잡힌 가속 감각에 집중한다. 즉각적인 반응보다 예측 가능한 속도감, 거동의 안정성이 인상적인 차다.

 


 

 회생 제동은 스티어링 패들로 5단계 조절 가능하며 원페달 드라이빙 모드도 포함됐다. 고속주행에서도 배터리 흔들림이 거의 없고, 전륜 구동임에도 후륜 기반에 가까운 밸런스를 구현한다. 멀티센스 시스템은 컴포트, 스포츠, 에코, 페르소 모드로 나뉘어 파워트레인 반응부터 조명 색상까지 세팅할 수 있다.

 

 스티어링 조향감이 제법 경쾌하다. 묵직한 승차감을 지향한다면 다소 무겁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스티어링을 돌릴 일이 잦은 도심 주행 환경에서는 여러모로 최적이다. 사실 고속 주행 중에도 응답성이 과도하기 예민하지 않아 안정적으로 주행할 수 있다. 

 

 흥미로운건 타이어다. 미쉐린 크로스 클라이밋2 올웨더 타이어를 적용했다. 구름 저항이 중요한 전기차에서는 보기 드문 접지력 중심의 제품이다. 소음이 제법 많은 타이어라는 세간의 평가와는 달리 하부에서 유입되는 소음은 잘 억제된 편. 배터리와 섀시 사이에 흡음재를 대거 적용했다는 르노 측 설명이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멀티센스 주행 모드는 컴포트, 스포츠, 에코, 페르소 4가지로 나뉘며 파워트레인 반응부터 조향 응답성, 실내조명 색상까지 일괄 변경된다. 취향에 따라 실내 분위기와 차의 거동을 동시에 맞출 수 있는 점도 프랑스차다운 배려다. 하만카돈 사운드 시스템과 장 미셸 자르가 만든 사운드 시그니처도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총평
 세닉 E-테크는 숫자로 정의하기 어려운 감성 품질을 보여주는 전기차다. 무언가를 과시하려 하지 않지만 그 속엔 기술적 완성도와 실용성이 담겼다. 심심하다고 느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싱거운 음식이 질리지도 않고 건강에 좋은 편이다. 자극적인 전기차가 쏟아지는 시대, 그래서 세닉의 가치는 더 빛나보인다.

 

 시승한 세닉 E-테크의 가격은 트림에 따라 5,159~6,250만원(개별소비세 3.5% 및 친환경차 세제혜택 적용 기준). 보조금을 반영한 실구매가는 서울시 기준 4,649~5,773만원 선에서 책정될 예정이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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