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강이 평화롭게 흘러가는 강원도 횡성은 한우가 유명하다. 한우가 유명하다 보니 한우를 이용한 국밥집도 많다. 한우국밥, 소머리국밥이 대표적이다. 정철의 관동별곡에서 ‘섬강이 어드메뇨’라고 했던 그 섬강 기슭에는 횡성 종합운동장이 있다. 그 운동장 옆에 ‘운동장해장국’이 있다.
말 그대로 운동장 옆에 있어 ‘운동장해장국’이다. ‘운동장해장국’은 한우가 유명한 횡성에서 28년간 운동장이 보이는 그 자리에서 한우 해장국을 팔고 있다. 횡성의 한우가 유명한 이유는 자연환경 때문일 것이다. 고원 지대이면서 쌀쌀한 날씨와 신선한 공기, 맑은 물은 한우를 키우기에 적합하다. ‘운동장해장국’은 횡성 축협에서 공수해온 횡성 한우만을 고집한다.
한우 해장국은 한우국밥과는 다르다. 한우국밥이 사태살과 양지를 큼지막하게 넣고 무와 대파, 콩나물, 선지를 넣어 끓인다면 한우 해장국은 내용물이 크게 들어가지 않는다. 한우 살코기를 손가락 길이만큼 썰어서 넣고 콩나물과 얇게 썬 대파, 소의 위 윗부분인 양을 가늘고 길게 썰어 넣는 게 전부이다. 육수 자체가 맵지 않으면서도 깔끔하고 시원한 것이 특징이다.
‘운동장해장국’은 우연히 발견한 맛집이었다. 국밥기행을 하다 보면 다른 볼 일이 있어 지나가는 동네 근처 국밥집을 검색하는 버릇이 있는데 운동장해장국이 그런 경우였다. 강원도를 다녀오다 횡성 근처에서 국밥으로 한끼 때울 요량으로 찾은 가게였다. 무작정 찾아 간 가게는 대기 손님이 있을 정도다. 새벽 6시에 문을 열고 점심 시간이 조금 지난 오후 1시에서 2시 사이에 재료가 떨어져 문을 닫는다고 한다. 아침에 운동을 하는 사람과 일찍 노동을 시작하는 사람들, 혹은 해장이 필요한 사람들이 주로 찾는다. 한우해장국과 한우내장해장국, 뼈다귀해장국 세 가지 메뉴가 전부다.
빨간색 국물이 맵지 않을까, 자극적이지 않을까 걱정하며 국물 한 숟가락을 떠 먹는 순간 편안하고 담백한 맛이 입안에서 식욕을 돋군다. 고기 육수를 기본으로 고추장을 넣고 비법 양념을 넣어 감칠맛나는 국물을 만들어 낸 것이 운동장해장국의 특징이다. 여기에 모든 메뉴에 돌솥밥을 기본으로 제공한다. 밥을 따로 떠 놓고, 누룽지가 남은 솥에 물을 부어놓는다. 국밥을 먼저 먹다 보면 구수한 숭늉이 만들어진다.
해장국의 건더기는 별거 없지만 고소한 한우가 간혹 씹히고 냄새 없는 양이 쫄깃하다. 담백한 국물에 밥을 말아 깍두기를 얹어 먹으면 후루룩 한 그릇 뚝딱 비우게 된다. 반찬은 깍두기와 김치가 전부지만 다른 반찬을 찾을 필요가 없다. 국밥을 다 비우면 누룽지에 또 한 번 깍두기와 김치를 얹어 마무리하면 속이 편안해진다.
운동장해장국은 30년 가까이 노부부와 아들이 함께 운영하고 있다. 맛에 별로 욕심을 내지 않은 것 같으면서도 한우해장국의 기본기에 충실한 식당이다. 그래서 식당을 찾은 사람들이 대단한 맛은 아니라고 말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한우해장국은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특별한 맛을 내려고 욕심 부리지 않고 한우의 향이 있으면서 속을 편하게 해 주는 국물의 담백함이 중요한데 운동장해장국이 딱 그 정도다. 그래서 최고의 한우해장국을 맛볼 수 있는 집이다. 주인장은 맛을 더 끌어올리기 보다 솥밥을 준비해서 먹는 사람들의 전체적인 만족도를 끌어 올렸다. 그렇게 정성을 더했다고 할 수 있다.
횡성은 강원도 동해를 가는 중간 경유지 같은 곳이다. 오가는 길에 안흥 찐빵과 한우를 맛보기도 한다. 해장국 한 그릇 먹기 위해 운동장해장국을 경유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한 번 들러 볼 것을 권한다.
글/사진 양승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