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택시 진입자, 정부 보상 바라지만...
“은퇴 후 개인택시를 하겠다”는 말에 누군가 “위험하다”고 말린다. 여기서 ‘위험’은 사고가 아니라 재산 손실을 의미한다. 한국도 미국이나 중국처럼 로보택시가 운행돼 인간 운전의 면허 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자 택시 사업 진입 희망자는 “국가가 왜 존재하느냐”며 “진입료를 냈으면 국가가 보상해 줘야 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 선거가 존재한다”고 강변한다. 그런데 택시 면허 거래에 돈이 오가는 것은 지극히 사적 거래일 뿐이다.
기본적으로 택시 면허는 국가가 부여한 사업 허가권이자 개인의 재산권이다. 그래서 면허를 국가에 반납하면 일정 금액을 보상한다. 동시에 개인 간 거래도 허용된다. 둘 가운데 개인 간 거래 이익이 월등히 크다. 굳이 면허권을 국가에 반납하지 않는 이유다. 그리고 거래 가격은 철저하게 시장 논리를 따른다. 해당 지역의 택시 이용자가 많되 면허 대수(공급)가 적으면 가격은 오르고 반대인 경우는 떨어진다. 현재 개인택시 사업 면허 기준 전국 평균 거래 가격은 1억원 수준이다. 따라서 개인택시 사업자에게 면허 가치는 일종의 퇴직금이다. 물론 화물도 예외는 아니다. 사업자 간 면허 거래 가격은 2,500~5,000만원에 달한다. 면허를 보유한 사람은 매도를 통해 처음 진입했을 때 부담했던 초기 투자(?) 비용을 회수하게 된다.
지금은 사라진 렌터카 기반 유상운송 사업 ‘타다’를 추억(?)하는 사람이 많다. 좋은 이동 서비스를 없애버린 정부를 탓하는 목소리는 여전히 건재하다. 당시 정부의 고민은 명확했다. 택시와 타다 모두 A에서 B까지 이동하는 사람에게 비용을 받고 인간 운전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상운송 사업으로 정의했다. 그러나 택시는 규제 대상, 타다는 규제 예외였다. 정부는 둘 사이에서 택시 규제를 푸는 게 아니라 타다를 택시처럼 규제하는 방식으로 갈등을 해결했다.
국민들이 선호하는 타다 서비스를 끌어 내린 근본적인 이유는 택시 면허의 재산권 때문이다. 타다가 늘어날수록 굳이 택시를 이용할 필요가 없어 면허 가치가 하락했고 분개한 일부 택시 사업자는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놀란 정부는 부랴부랴 갈등 해결에 나서며 택시 쪽 손을 들어줬다. 국회도 마찬가지로 택시 편을 들었다. 이용자로 표현되는 국민들은 타다 서비스를 좋아했지만 정부와 국회는 택시 생존권을 지키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그리고 이후 타다 서비스는 사라졌다.
로보택시가 등장해 본격 운행되는 것도 다르지 않다. 로보택시가 등장하고 운행 대수가 늘어나면 당연히 택시 면허 가치는 하락한다. ‘국민’으로 표현되는 이용자가 무인 운전을 선호하면 가치 하락 속도는 높아지고, 퇴직금이 사라지는 택시 사업자는 강력 반발하기 마련이다. 이때 해결책은 로보택시 운송 사업자가 개인 재산권인 면허를 구입해 운행하는 것이다. 이 경우 로보택시 운송 사업자의 초기 투자금이 높아지고 수익을 내기도 어렵다. 결국 자본이 많은 대기업 영역이 되지만 그들조차 수익 회수에 시간이 오래 걸려 섣불리 나서지 못한다.
예를 들어 3억원에 달하는 자율주행 승용차를 구매하고 1억원의 면허 가치를 추가 보상하면 1대 운행에 4억원이 필요하다. 단순 계산으로도 100대 운행에 400억원의 필수 비용이 투입된다. 그렇다고 운행 때 요금을 많이 받을 수도 없다. 요금은 정부가 통제한다. 요금이 통제되는 한 운송 사업자는 수익 회수가 어려워 아예 나서지 않는다. 이때는 정부가 공영으로 로보택시를 운행해야 하지만 정부 입장에서 택시는 대중교통이 아니다. 그러니 나서지 않는다. 대중교통인 로보버스 운행 또한 일부 사업자를 지원할 뿐 자치단체 등이 운송 사업자가 되는 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한국에는 왜 승용 로보택시가 없느냐고 묻는다. 기술이 부족한 것인지, 제도가 미비한 것인지 궁금해한다. 아니다. 제도는 개선하면 되고 기술은 이미 완성돼 있다. 근본적인 어려움은 기존 운송 사업자의 면허 가치 하락이다. 그렇다고 국가가 보상하는 방안은 공감대를 얻기 어렵다. 세금을 공공이 아니라 개인 재산권 보전에 쓰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점을 정부와 국회는 알면서도 외면한다. 운송 사업자는 숫자로 계산이 가능한 투표권인 반면 국민으로 표현되는 이용자는 숫자로 따질 수 없어서다.
최근 여기저기 자율주행 상용화를 위한 세미나와 포럼 등이 많이 열린다. 참석자 또는 기업의 면면을 보면 모두 자율주행을 위한 소프트웨어 개발자이거나 인식 센서 등을 만드는 하드웨어 업체들이다. 자율주행 관련 그 어떤 토론장에서도 택시 사업자, 화물 사업자, 운전 종사자 단체 등을 불러 토론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자율주행 상용화를 외치는 목소리가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다. 로보택시가 가져올 인간 운전의 생존권을 외면할수록 상용화는 요원할 뿐이다.
권용주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