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수소 포기 스텔란티스, 아직은 먼 길(?)

입력 2025년07월21일 14시40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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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소전기차 생산 중단

 

 스텔란티스가 수소 전기차 개발 중단을 선언했다. 계획대로라면 올해 수소연료전지가 탑재된 이동 수단이 등장해야 하지만 전면 취소했다. 향후 10년 동안 투자비를 쏟아부어도 수익 달성이 어렵다고 판단한 탓이다. 그리고 결정은 스텔란티스 유럽 지역 총괄인 장 필립 임팔라토 COO가 내렸다. 국내에선 과거 푸조 브랜드 총괄로 알려진 인물이다. 

 



 

 수소 동력 포기에 따라 올해 생산 예정이었던 신형 밴 양산도 중단됐다. 스텔란티스는 당초 신형 밴에 ‘프로 원(Pro One)’이란 모델명을 붙이고 수소 소형 상용 시대를 대비하려 했지만 아무리 계산기를 두드려봐도 확산이 쉽지 않다고 판단했다. 충전 인프라가 제한적인 데다 막대한 투자 비용을 걸림돌로 봤다. 물론 그럼에도 소비자들이 많이 찾으면 괜찮겠지만 정책적으로 보조금이 많지 않아 소비자가 구매할 이유가 없다는 게 판단의 근거다. 

 

 임팔라토 COO의 판단은 기본적으로 수익에 초점을 맞춘 결과다. 수익 중심의 경영자로 알려진 그의 성향을 감안하면 그리 어려운 결정이 아니다. 지난 2019년 푸조 브랜드 총괄 시절 한국에서 만났던 그는 BEV와 자율주행에도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수송 에너지를 전기로 바꾸고 자율주행 지능을 넣으면 대당 가격이 인간 운전 내연기관 대비 2~3배 가량 오른다는 점을 주목했기 때문이다. 자동차 가격이 오르면 소비자 또한 소득이 대폭 증가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점을 지적한 셈이다. 실제 푸조가 전동화에 비교적 뒤늦게 뛰어든 이유도 그의 판단이 작용한 결과다. 

 

 그런데 스텔란티스가 수소 전기차를 포기하자 연료전지를 공급하는 자회사 심비오(Symbio)에 빨간불이 켜졌다. 2023년 스텔란티스 자회사로 편입된 심비오는 타이어 기업 미쉐린과 부품기업 포비아(Forvia)도 지분을 가지고 있어서다. 프랑스 동부와 미국 캘리포니아에 대규모 공장을 운영 중이며 650명 이상의 직원이 근무 중인데 스텔란티스가 심비오의 연료전지를 받지 않으면 그만큼 공장 가동율이 떨어져 지속성에 문제가 발생한다. 미쉐린과 포비아가 스텔란티스 발표에 당황한 것도 결국은 수소 투자금의 공중 분해를 우려하기 때문이다.

 



 

 물론 수익에만 초점을 맞추면 임팔라토 COO의 판단은 맞다. 당장 수소 부문은 가치 사슬이 완벽하지 않아 여전히 많은 투자를 전제로 한다. 수송 부문의 에너지를 바꾸는 일이어서 시간이 오래 걸리는 탓이다. 140년 동안 사용하며 완벽하게 구축된 화석연료 인프라를 수소가 대체하려면 물리적으로 시간이 필요하다. 그나마 BEV는 충전 인프라가 재빨리 구축돼 시장이 형성되지만 수소전기차는 그렇지 않다. 

 

 그럼 수소 전기차는 포기하는 게 맞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스텔란티스와 달리 현대차와 토요타 등은 수소에 여전히 진심이다. 당장 수익이 발생하면 좋겠지만 적자에도 불구하고 투자를 지속한다. 연료전지 효율을 개선하고 직접 충전 인프라 확충에도 돈을 쓴다. 나아가 수소 생산에도 손을 대려 한다. 당장은 미국을 중심으로 ‘다시 화석연료’ 같지만 중장기적 관점에선 미국 또한 탄소 감축에 동참할 것으로 전망한다. 게다가 정치는 시간이 흐를수록 힘이 약해지나 새로운 수송 에너지는 시간이 축적될수록 권력(?)으로 전환된다. 

 

 수소를 포기하는 곳과 지속 투자하는 기업의 차이는 분명하다. 전자는 자동차라는 이동 수단의 ‘제조-판매’에 집중할 뿐이고 후자는 궁극적으로 수소 에너지 기반의 모빌리티 기업이 되려 한다. 그래서 수소를 내세우는 기업은 내연기관(ICE), 하이브리드(HEV), 배터리 전기차(BEV), 수소전기차(FCV) 등의 다양한 동력장치를 모두 보유하는 게 상식이다. 친환경으로 비중이 이동할 때 당장은 BEV의 주목도가 높지만 최종 에너지 목표는 수소 인류를 꿈꾸고 있어서다. 한 마디로 수소 동력 이동 시대를 꿈꾸며 수소 에너지 기업을 겸하려 한다. 이동 수단 제조사에게 수소는 에너지 기업으로 변신 가능한 미래 기회라는 의미다. 

 

 권용주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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