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 승용과 SUV 등 공동 개발 예정
-GM한국사업장 입지 약화될 수 있어
현대차와 제네럴 모터스(GM)가 협력의 구체적인 틀을 제시하고 포부를 밝혔다. 핵심은 양사가 공동 개발하는 첫 5종의 신차다.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모두 탑재할 수 있는 중남미 시장용 중형 픽업, 소형 픽업, 소형 승용, 소형 SUV 4종을 비롯해 북미 시장용 전기 상용 밴 등 구체적인 계획도 언급했다.
공동 개발 과정에서 GM은 중형 트럭 플랫폼 개발을, 현대차는 소형 차종 및 전기 상용 밴 플랫폼 개발을 각각 주도하게 되는데 서로 갖고 있는 폭 넓은 기술 노하우를 바탕으로 긴밀한 협력이 예상된다. 이를 통해 현대차는 높아진 관세에 대응하고 현지에서 부품 등 자원 확보를 통해 비용도 크게 낮출 수 있다. 당연히 연구개발에 들어가는 시간과 투자비도 절감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차 값을 낮춰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이점도 동시에 누릴 수 있다.
그렇다면 GM은 어떠한 계산이 숨어있을까. 단편적으로는 제조 원가를 낮추고 자본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이와 함께 장기적으로는 현대차의 소형 세그먼트 개발 프로세스를 습득해 자체적으로 발전해 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이 부분이 GM한국사업장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이 된다. 현재 국내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보내는 GM한국사업장의 핵심 차종들이 트랙스 크로스오버, 트레일블레이저와 같은 입문형 세그먼트 이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은 중남미 시장용 이라고 밝혔지만 GM 자체적으로 개발 노하우를 갖고 있다면 미국 내에서 만들어 내수로 돌릴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미국 회사이지만 GM도 트럼프의 관세 충격을 피할 수 없어서다. 자국 기업을 가리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의 강압에 GM은 향후 2년 간 총 40억달러를 투자해 미시간, 캔자스, 테네시주에 공장을 증설하기로 했다. 공장에서는 멈추지 않고 생산 벨트가 돌아가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신차가 필수적이다. 때마침 현대차와 함께 소형 세그먼트 공동 개발에 나서는 만큼 GM 입장에서는 꽤 매력적인 상황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향후 양사가 공동 개발한 차가 노후화된 트랙스 크로스오버, 트레일블레이저를 대체하게 될 경우 R&D 그리고 생산에 대한 GM한국사업장의 역할은 크게 줄어들게 된다. 양사가 협력해 중남미 시장용 신차를 개발하고 출시하기로 한 목표 기간은 2028년. GM 한국 철수를 막기 위한 산업은행의 10년 구제금융 협약이 종료되는 시점도 2028년이라는 사실은 우연의 일치일까.
물론 명확한 근거도 없는 상황에서 섣부른 판단은 혼란만 부추긴다는 의견이 더 강하다. 하지만 최근의 GM한국사업장의 행보를 보면 걱정이 들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부평공장 유휴 자산 및 토지 매각과 직영서비스센터 철수, 지속적인 내수 실적 하락, 트럼프 행정부의 강력한 관세까지 불안한 요소가 산적해 있다. 걱정을 잠재우고 한국시장에 대한 사업 의지를 대내외 적으로 알려야 하는 노력이 어느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한편, 현대차와 GM은 지난 해 9월 체결한 MOU에 기반하여 글로벌 시장을 위한 추가 공동 차량 개발 프로그램 및 내연 기관, 하이브리드, 배터리 전기차, 수소 연료 전지 기술을 포함한 파워트레인 시스템 전반에 걸친 협업과 관련해 세부 검토를 지속해 나간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