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한국 자동차 생산, 세계 5위 ‘탈환?’ 

입력 2025년08월19일 08시25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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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산보다 중요한 것은 판매

 

 지난 2021년까지 한국은 글로벌 자동차 생산 5위 국가였다. 한국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그해 346만대를 만들어 국내외에 판매했다. 하지만 2022년 인도가 독일을 밀어내고 4위에 오르며 한국은 6위로 내려왔다. 이때 생산 대수는 375만대다. 5위 때보다 29만대를 늘렸지만 100만대 이상 대폭 증가한 인도의 성장에 눌렸다.

 



 

 그리고 2023년, 한국은 전년 대비 48만대가 늘어난 424만대로 6위 자리를 지켰지만 그해 400만대를 달성한 멕시코의 추격을 받았고 결국 2024년 멕시코가 한국(413만대)보다 10만대를 앞서며 6위에 올라섰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한국의 7위 자리를 넘보는 스페인과 생산 격차가 150만대 가량에 달해 7위 만큼은 아직 견고하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멕시코와 인도의 약진에 다시 5위로 돌아갈 가능성은 점차 옅어지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정기획위원회가 이재명 정부 임기 내에 한국의 자동차 생산 순위를 다시 5위에 올리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한 마디로 멕시코(420만대)와 독일(440만대)을 잡겠다는 의미다. 2024년 기준 생산 차이가 10~30만대 정도인 만큼 국내 생산을 추가로 30만대 확대하면 된다는 논리를 펼친다.

 

 물론 한국 생산 규모가 유지될 때 멕시코와 독일 생산이 줄어들면 자연스럽게 5위가 될 수도 있다. 아니면 세 나라가 동시에 줄었을 때 한국의 생산 감소가 상대적으로 적으면 마찬가지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이를 두고 완성차 업계 내에선 ‘쉽지 않은 목표’라는 평가가 많다. 미국이 관세 장벽을 세운 만큼 오히려 국내 생산 축소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물론 멕시코와 독일도 미국 수출 타격을 받는 것은 동일하지만 해법은 각 나라가 조금씩 다르다. 기본적으로 생산이 늘어나려면 어디선가 구매 활동이 동시에 벌어져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멕시코는 완성차의 미국 수출이 위축되면 1억3,000만명 인구의 내수 시장을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여전히 자동차 등록대수가 인구 대비 불과 3,000만대에 머물러 잠재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독일은 미국 현지 생산은 늘리되 유럽연합 지원을 기반으로 빠른 전동화의 길을 선택하려 한다. 이 경우 현재 수준의 생산량 유지는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멕시코와 독일 모두 수출이 위축되면 내수 시장에 기대를 거는 셈이다. 

 



 

 하지만 한국은 상황이 조금 다르다. 국토교통부 자동차 등록통계에 따르면 2025년 4월 기준 국내에 등록된 자동차는 모두 2,635만대이고, 영업용을 제외한 자가용 비중은 2,427만대다. 자가용만 기준하면 1대당 2.1명 수준이고, 운전면허 보유자를 기준하면 1대당 1.4명 수준에 도달한다. 그런데 면허를 보유했다고 모두가 자동차를 소유한 것은 아니다. 고령화 등에 따라 면허만 보유한 사람도 적지 않다.

 

 따라서 자가용인 경우 1대당 1명 보유 수준에 이미 도달했다는 게 자동차 업계의 해석이다. 따라서 해마다 판매되는 신차 가운데 80% 이상은 기존에 타던 차를 바꾸는 대차 수요로 본다. 정작 생애 최초로 신차를 구입하는 사람은 인구 감소에 따라 해마다 줄어드는 중이다. 다시 말해 한국은 내수 확대 여력이 별로 없다. 

 

 그간 한국의 자동차 등록대수 증가는 소득과 가구 변화가 이끌었다. ‘1가구 1차’에서 ‘1가구 2차’, 그리고 요즘은 ‘1가구 3차’가 되는 중이지만 ‘1가구 4차’는 쉽지 않다. 출생률 저하로 3인 가족이 대부분인 탓이다. 이 경우 ‘1인 2차’가 내수 확대의 대안이지만 1가구에 여러 대가 있다는 점에서 1인 2차는 도달하기 어려운 목표다. 멕시코 및 독일과 달리 한국은 생산을 늘렸을 때 내수가 흡수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뜻이다. 

 

 내수 확장이 어렵고 미국 수출이 현지 공장 확대로 50만대 가량 줄어들 가능성을 고려할 때 지금보다 30만대 생산을 늘린다는 것은 최대 80만대 시장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의미한다. 80만대 중에서 내수가 흡수할 능력은 불과 10만대 내외에 머물고, 70만대는 해외 시장을 새롭게 개척하거나 확대해야 한다. 국내 생산 인센티브를 부여해도 판매 가능한 시장이 마땅치 않으면 생산 증가는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5위’라는 상대적인 순위가 아니라 국내 생산 규모 축소의 최소화다. 늘리는 것이 쉽지 않다면 줄어드는 것만이라도 막아내는 게 최선이기 때문이다. 
 

 박재용(자동차 칼럼니스트,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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