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출 수 없는 위험한 질주'..픽시 자전거가 뭐길래

입력 2025년08월21일 10시15분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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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륜용 설계 구조, "레이스카 도로로 끌고 나온 꼴"
 -브레이크 없어 제동 어려워, 사고 위험 ↑
 -경찰, 도로교통법 적용해 집중 단속 예고

 

 브레이크를 떼어낸 픽시 자전거가 중·고교생을 중심으로 유행처럼 번지며 안전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 자전거는 왜 위험할까. 

 


 

 20일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브레이크가 제거된 픽시 자전거는 도로교통법상 제동장치가 없는 상태로 운행하면 '안전운전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 실제로 최근 서울에서는 픽시 자전거를 타던 중학생이 제동을 하지 못하고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는 등 위험성이 현실화 되고 있다. 

 

 픽시는 페달과 뒷바퀴가 한 몸처럼 연결돼 페달을 멈추면 바퀴도 멈추는 고정기어 구조를 갖추고 있다. 일반 자전거처럼 페달질을 멈추면 탄력 주행이 되는 구조가 아니라는 뜻이다. 이는 경륜 경기에서 사용하는 경륜용 자전거 설계 구조에서 유래한 방식으로 상대적으로 가벼운 구조를 갖지만 제동 성능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이 때문에 이용자들은 다리 힘으로 페달을 억제해 바퀴 회전을 멈추거나 뒷바퀴를 일부러 미끄러뜨리는 ‘스키딩’ 기술로 속도를 줄인다. 그러나 이는 노면 상태와 체중, 기어비 등 변수에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실제 도로에서는 급제동이 거의 불가능하다. 특히 비나 눈으로 노면이 젖은 상황에서는 제동거리가 길어져 돌발 상황에 대응할 수 없고, 보행자나 차량과의 충돌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

 


 

 문제는 이런 구조적인 위험성이 오히려 청소년들에게 ‘멋’으로 소비되고 있다는 점이다. 제동 없이 질주하는 모습이 SNS에서 퍼지면서 이를 따라해보고자 하는 청소년이 늘고 있다는 것. 일반적인 자전거보다 경량화된 특성상 더 높은 속도를 낼 수 있고 자전거를 소재로 한 웹툰이 인기를 끈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제동 기술이나 안전 수칙을 배우지 못한 채 무작정 흉내 내는 사례가 많아 사고로 직결된다. 자전거를 타고 차로를 가로지르거나 내리막길에서 속도를 줄이지 못해 보행자와 부딪히는 사고가 반복되는 이유다.

 

 통계도 이를  뒷받침한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2024년 전국 자전거 교통사고는 전년 대비 증가세를 보였고 특히 10대 사고 비중은 26%를 넘어섰다. 청소년 부상자 수도 50% 이상 급증했다. 특히 서울 지역 자전거 사고는 전년 동기 대비 9% 증가했다. 브레이크를 제거한 픽시 자전거가 청소년 사고 증가와 맞물렸을 가능성이 높은 대목이다. 

 

 경찰은 제동장치가 없는 픽시를 도로교통법 제48조(안전운전의무) 및 제50조(자전거의 안전운전 등)에 따라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18세 미만의 경우 보호자 경고 누적 시 아동복지법상 ‘방임’으로 보호자 처벌 가능성까지 안내했다. 경찰청은 개학 시기 학교 주변과 자전거도로 중심의 계도 조치와 단속을 예고한 상태다. 

 

 한 전문가는 "스포츠 경기에서 사용하는 픽시의 특성을 그대로 도로에 들여온 것 자체가 문제"라며 "안전 장비도 없이 미숙한 조작으로 도로를 달리는건 무면허 운전자가 레이스카를 일반 도로로 끌고 나온 것과 같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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