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자 안전 문제, FMVSS에 '프리패스'
-FTA 무력화 현 상황, 제도 유지할 이유 있나
테슬라가 전기 픽업트럭 사이버트럭을 오는 29일 우리나라에 공식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첫 인도는 오는 11월로 예상되는 상황. 하지만 사이버트럭 출시는 반갑지만은 않다. 이유는 간단하다. 별로 안전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반론도 있겠다. 사이버트럭이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 충돌 시험에서 전복·정면·측면 항목 모두 최고 등급인 별 다섯 개를 받았기 때문. 하지만 미국은 우리나라나 유럽과 달리 보행자 충돌 안전성 평가는 항목에 포함시키지 않는다. 실제 NHTSA가 공개한 충돌 안전 데이터에서도 보행자 관련 항목은 찾아볼 수 없다. 탑승자의 생존성이 검증됐을지언정 보행자 보호 성능은 여전히 미지수다.
문제의 핵심은 외관 구조다. 로이터는 지난해 전문가들의 견해를 인용해 “사이버트럭의 단단한 스테인리스 스틸 외골격과 각진 디자인이 충격을 흡수하기보다는 보행자에게 더 큰 피해를 안길 수 있다”고 보도했다. 자동차 안전 비영리단체 CAS(Center for Auto Safety) 역시 “고중량과 뛰어난 가속 성능 그리고 강성 높은 외관이 결합될 경우 보행자 안전은 치명적인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유럽에서는 실제로 등록 제한 사례도 발생했다. 와이어드는 사이버트럭이 유럽연합(EU)의 보행자 안전 규정을 충족하지 못해 일부 국가에서 등록이 거부되거나 임시로 고무 몰딩을 덧댄 차만 제한적으로 등록이 허용된 사례를 전했다. 이마저도 “규제를 회피한 위험한 차"라는 시민단체들의 반발을 샀다. 국내 시장 도입 과정에서도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은 아니다.
직접 본 차의 완성도는 우려를 더 키웠다. 지난 2024 오토살롱위크 현장에서 확인한 사이버트럭의 뒷범퍼와 데크 연결부는 날카롭게 마감돼 있었다. 손이 스치면 베일 듯한 날 선 모서리에 위협을 느낄 정도였다. 충돌 상황에서는 보행자가 2차 부상을 입을 가능성이 충분히 떠오를 만했다. ‘혁신’을 상징한다는 외골격이, 오히려 위험물처럼 다가온 순간이었다.
우리나라는 국제기술규정(GTR)을 근거로 보행자 보호 항목을 필수적으로 요구한다. 그럼에도 사이버트럭이 들어올 수 있는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안 속 예외 때문이다. 미국에서 생산된 차가 FMVSS(연방자동차안전기준)를 충족하고 직전년도 한국 내 판매량이 5만대 이하라면 한국 인증 절차를 면제할 수 있다는 조항이다. 문제는 FMVSS가 보행자 보호 항목을 사실상 담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사실 이 면제 조항은 이미 익숙하다. 우리나라와 일본, 유럽 차들이 호박색 방향지시등을 켜는 것과 달리 일부 미국차의 방향지시등은 제동등과 동일한 붉은색으로 점등된다. 사이드미러에는 광각거울 대신 일반 평면 거울이 적용된다거나 어린이의 키 보다 높은 풀사이즈 SUV나 픽업트럭이 국내에서 판매될 수 있는 것도 같은 조항 덕분이다.
이제는 묻지 않을 수 없다. 트럼프 행정부와의 새 무역 협상으로 그간의 ‘상호 무관세’ 혜택이 사라진 상황에서 왜 안전의 사각지대까지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가. 관세는 오르면서 안전 규정은 미국이 누리던 FTA 혜택 그대로를 유지하는 게 과연 합리적인가.
외신들은 사이버트럭의 국내 출시 소식을 '미국 외 지역으로 처음 수출되는 사례'라며 주목하고 있지만 썩 반갑지만은 않다. 앞서 유럽이 보행자 안전을 이유로 제동을 건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통상 논리에만 기대 안전성을 방치해서는 안된다. ‘혁신’이라는 이름 뒤에 숨은 안전 사각지대가 국민의 희생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