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 메르세데스-AMG GT 55 4매틱+, 일상과 전통을 잇다

입력 2025년09월02일 10시50분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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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0SL에서 내려온 실루엣, 매력 더해
 -사나운 인상 뒤에 숨은 의외의 친화력
 -일상의 편안함까지 품은 구성 인상적

 

 차체는 낮아졌지만 공간은 넓어졌다. 성능은 강력해졌지만 운전은 쉬워졌다. 메르세데스-AMG GT 55 4매틱+는 전통을 잇는 동시에 모순처럼 보이는 두 가지 목표를 하나로 풀어낸다. 바로 ‘전통을 품은 미래형 스포츠카’라는 정의다. AMG만의 전통적인 실루엣과 V8의 힘, 그리고 한층 강화된 편의성은 이 같은 답을 내놨다.

 


 

 ▲디자인&상품성
 길게 뻗은 보닛과 짧게 다듬은 후미. 단순한 조형이 아니다. 벤츠의 스포츠카가 지켜온 전통이다. 최초의 300SL이 그러했고, SLR 맥라렌이 그러했으며, SLS AMG를 거쳐 AMG GT까지 이어졌다. 

 

 이번 2세대 역시 그 실루엣을 고스란히 담아내며,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한다. 긴 보닛은 엔진의 박동을 숨기듯 눌려 있고 뒤로 치우친 캐빈은 긴장감 있는 자세를 드러낸다. 실루엣만으로도 AMG가 추구해온 DNA가 여전히 살아 있음을 보여준다.

 




 

 익스텐디드 디멘션 개념은 디자인에 새로운 여유를 불어넣었다. 휠베이스는 길어지고 오버행은 짧아졌지만 시각적으로는 오히려 더 낮고 단단해졌다. 매끈한 표면과 매립형 도어 핸들은 전통적 라인을 미래적으로 해석하며 20인치 AMG 휠과 돌출된 숄더 라인은 힘을 예술적으로 강조한다. 후면은 수평형 LED 테일램프, 통합형 리어 스포일러 대형 디퓨저가 어우러져 고성능 쿠페의 품격을 완성한다.

 

 실내는 이전 세대보다 한결 여유롭다. 철저한 2인승이었던 이전 세대와는 다르게 접이식 2+2 시트와 최대 675ℓ까지 확장되는 트렁크가 마련됐다. 11.9인치 세로형 디스플레이는 직관적인 터치 반응을 제공하고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주행 몰입감을 높인다. 부메스터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까지 갖췄다. 사실 AMG 특유의 배기음을 두고 고급 오디오 시스템을 쓸 일이 얼마나 잦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어쨌건 편의 기능은 풍부하다. 무선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가 기본 제공돼 스마트폰 연동이 손쉽고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패키지는 일상 주행에서 운전자의 피로를 줄여준다. AMG 트랙 페이스 기능은 서킷에서 속도, 조향각, 가속·제동 데이터를 기록해 주행 실력을 분석할 수 있다. 

 

 ▲성능
 시승차의 파워트레인은 4.0ℓ V8 바이터보다. 최고출력 476마력, 최대토크 71.4㎏·m를 발휘하며 정지 상태에서 100㎞/h 가속은 3.9초, 최고속도는 295㎞/h에서 제한된다.

 

 수치가 엄청나게 인상적이지 않을 지도 모르겠다. 국산 전기차도 600마력을 우습게 뽑아내는 시대니까 말이다. 그러나 AMG GT 55의 진가는 출력을 뽑아내는 감각에서 나온다. 

 


 

 대부분의 고성능 터보차들은 특정 엔진 회전대에서 힘이 폭발적으로 쏟아져나온다. 그런데 AMG GT는 그렇지 않다. 전 회전 영역에서 일정하고 매끄럽게 토크를 내며 마치 자연흡기 엔진처럼 예측 가능한 호흡으로 반응한다. 이렇다 보니 긴장할 필요 없이 가속 페달을 다루며 차와 호흡을 맞춰갈 수 있다.

 

 결국 주행 난이도는 현저히 떨어진다. 사나운 인상과는 다르게 쉬운 운전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여기에 AMG 퍼포먼스 4매틱+ 사륜구동 시스템이 상황에 따라 정밀하게 구동력을 배분해 젖은 노면에서도 안정감을 잃지 않는다. 덕분에 누구나 AMG GT의 성능을 쉽게 끌어낼 수 있다. 

 


 

 후륜 조향은 핸들링을 한 단계 끌어올린다. 저속에서는 차체가 더 작아진 듯 민첩하고, 고속에서는 뒷바퀴가 앞바퀴를 따라붙어 안정감을 강화한다. 종종 다른 차에서 후륜 조향이 주는 이질감이 거슬리기도 하지만, AMG GT에서는 그런 위화감이 전혀 없다. 앞뒤가 마치 하나의 궤적을 따라가는 듯 매끄럽게 이어져 운전자는 의도한 라인을 자연스럽게 그려낼 수 있다.

 

 결과적으로 이 같은 성능은 와인딩 로드에서진가를 드러낸다.스티어링을 꺾는 순간 차체는 지체 없이 반응하고 후륜 조향이 더해진 궤적은 마치 정해진 레일 위를 달리는 고속열차처럼 정확하다. 코너 초입에서는 앞이 가볍게 말려 들어가고, 중간 지점에서는 차체 전체가 균형을 이루며 자연스럽게 돌아나간다. 출구에서 가속을 이어갈 때도 불안감 없이 리어가 노면을 단단히 붙잡는다. 

 


 

 장거리 고속 주행에서는 안락하다. AMG 액티브 라이드 컨트롤은 차체 롤을 잘 억제하면서도 노면 충격을 세련되게 걸러낸다. 결과적으로 스포츠카라는 선입견과 달리 승차감은 의외로 부드럽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도심 주행이나 장거리 이동에서도 충분히 쓸모 있겠다. 이 점에서는 일상에 녹아드는 스포츠카로 평가받는 포르쉐 911과 견줄 만하다.

 

  배기음은 AMG GT가 전통을 이어가는 또 다른 방식이다. 터보차저라면 떠올릴 수 있는 텁텁함 대신, 저회전에서는 묵직하고 고회전에서는 청명한 톤으로 바뀐다. 감속 시에는 정제된 팝콘 사운드가 귀를 자극한다. 그 옛날 자연흡기 AMG가 그러했듯 AMG GT 55의 배기 사운드 또한 언제나 듣기 좋고 주행의 리듬을 귀로도 체감하게 만든다.

 



 

 ▲총평
 AMG GT 55는 단순한 풀 체인지 제품이 아니다. 300SL로 시작해 SLR과 SLS를 거쳐 이어져온 벤츠의 스포츠카의 전통을 현재로 계승한 차다. 

 

 동시에 일상 속에서의 활용성과 편의성을 대폭 확장했다. 더 넓어진 실내와 2+2 시트, 확장된 트렁크로 실용성을 키웠고 원 맨 원 엔진으로 제작된 V8 엔진과 정교하게 다듬어진 섀시, 자연흡기처럼 고른 출력 전개와 매혹적인 배기음은 AMG GT가 단순히 진화한 것이 아니라 전통을 품은 미래임을 보여준다. 최고가 아니면 만들지 않는다는 벤츠의 슬로건은 AMG GT 55에서 다시 한 번 완성했다. 

 

 한편, 메르세데스-AMG GT 55의 가격은 2억560만원이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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