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AI 자율주행차, 구매 시대의 도래
수학적 용어로 ‘텐서(tensor)’는 여러 차원을 가진 배열을 의미한다. 복잡하지만 단순화하면 AI에 있어 매우 기초적인 설계이자 개념이다. 실리콘밸리에 기반을 둔 ‘텐서’라는 자율주행 기업이 관심을 끈 이유는 소유형 ‘로보카(Robo Car)’ 때문이다. 이때 로보카는 당연히 개인을 위한 AI 비서 역할을 겸한다. 1985년 한국에서 ‘전격 Z 작전’으로 방영됐던 미국 드라마 ‘나이트 라이더(Knight Rider)’의 완벽한 로보카 ‘키트(kitt)’를 현실에서 구현하는 게 텐서의 목표다.
목표는 이뤄져 가고 있다. 37개의 카메라, 5개의 맞춤형 라이다, 그리고 11개의 레이더에 초음파 센서 등으로 무장한 텐서의 로보카는 베트남 내 자동차기업 빈패스트가 생산을 맡는다.다. IT 기업 소니의 지능형 BEV를 전문 제조사 혼다가 맡은 것과 같은 형태다. 소니와 혼다는 합작사를 설립했지만 텐서는 생산을 위탁했을 뿐 ‘개발’과 ‘생산’의 전문화라는 본질은 같다.
빈패스트가 생산할 텐서의 로보카는 자율주행 레벨 4단계다. 스티어링 휠은 필요에 따라 내부 수납 공간에 보관된다. 인간이 운전하고 싶으면 스티어링 휠, 브레이크 및 가속 페달이 나타나고 자동차에 운전을 맡기면 다시 감춰지는 형태다. 그런데 소유형 로보카는 영업용으로 활용되는 로보택시와 근본적인 성격이 다르다. 로보택시는 날마다 운영 기업의 점검과 통제를 받지만 개인형 AI 로보카는 통제가 사생활 침해로 연결되고 프로그램 오작동(?)에 대한 소비자 인내심 또한 견고하지 않다.
물론 텐서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운전 역할에 따른 사생활 보호다. 지도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및 교통 상황과 날씨 파악 등은 클라우드와 통신하고 원격 운영도 지원한다. 하지만 운전자가 원하면 기능을 해제할 수 있다. 이때는 수동 운전과 다를 바 없다. 인간 운전 모드에서 운행 데이터는 차에 그대로 저장되지만 업로드는 되지 않는다. 동시에 로보 운전 모드일 때는 매우 사소한 문제라도 위험으로 인식되는 만큼 철저한 대비를 갖췄다고 설명한다. 그러자면 필요한 하드웨어가 많아지게 되고 결국 가격은 오르기 마련이다. 그래서 텐서가 겨냥하는 시장은 프리미엄이다. 게다가 로보카의 개인 소유 시장 규모가 매우 작다는 점에서 비싼 값을 받지 못하면 수익 창출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하드웨어가 아무리 좋아도 핵심은 소프트웨어다. 텐서는 엔비디아 도구와 하드웨어를 기반으로 자체적으로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활용한다. 회사는 완벽한 안전을 언급하지만 여전히 소비자는 충분한 검증이 이뤄졌는지 의심한다. 특히 그간 중국 겨냥의 시장 전략을 미국으로 선회하면서 재구축한 코드에 의심을 감추지 않는다. 텐서 측은 투자만 중국에서 받았을 뿐 개발의 대부분은 미국에서 완성됐음을 강조한다.
미중 간의 갈등을 떠나 텐서의 행보가 주목받는 것은 로보 이동 수단이 공유에서 소유로 넘어갈 수 있느냐는 사실이다. 하지만 소유형은 넘어야 할 산이 공유보다 월등히 많다. 그럼에도 텐서는 개인이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에이전트를 소유해 자유, 프라이버시, 그리고 자율성을 강화하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공언한다. 움직이는 개인 비서이자 동반자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다. 전격 Z 작전의 로보카 키트처럼 말이다.
권용주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