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리 전기 슈퍼 스포츠카의 남다른 섀시 기술

입력 2025년10월09일 17시30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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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격 흡수와 분산 구조에 집중력 발휘하는 뼈대
 -탄성 구조 서브프레임 장착하고 안전에 만전 기해

 

 페라리가 현지 시각 9일 이탈리아 마라넬로에서 브랜드 최초의 순수 전기차에 대한 소개와 섀시를 선보였다.

 



 

 새로운 페라리 전기차의 섀시는 극단적으로 짧은 휠베이스가 특징이다. 미드리어 엔진 베를리네타 제품에서 영감을 얻은 이 구조는 운전석을 프런트 휠 가까이 배치해 역동적인 즐거움에 초점을 맞춘다. 운전자가 가장 순수한 주행 피드백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페라리 라인업의 GT 지향 제품처럼 우수한 접근성과 편안함까지 확보했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이러한 구조를 채택하는 데에는 상당한 기술적 난관이 뒤따랐다는 후문. 특히, 전기차의 무거운 중량을 감안할 때, 충돌 시 에너지 흡수 문제가 가장 큰 과제였다. 페라리는 이를 혁신적인 해법으로 해결했는데 바로 프런트 쇼크 타워가 충격 발생 시 에너지를 직접 흡수하는 역할을 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프런트 전기모터와 인버터의 배치를 최적화해 충격 에너지가 섀시의 주요 연결부에 도달하기 전에 분산되도록 했다. 

 

 이를 통해 안전성은 극대화하고 차체 구조는 온전하게 보존했다. 중앙에서는 배터리가 섀시와 완벽하게 통합돼 아래쪽에 자리하고 있다. 이러한 설계 방식은 배터리와 섀시 시스템의 전체 무게를 최소화하는 동시에 배터리 팩을 차에서 가능한 가장 낮은 위치에 배치하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섀시는 배터리 팩을 구조적으로 보호하는 역할도 겸한다. 배터리 팩은 섀시 골격 안쪽에 배치돼 있고 모듈과 사이드 실(sills) 사이에는 의도적으로 공간을 두어 측면 충돌 시 충격 에너지가 사이드 실에서 온전히 흡수되도록 설계했다. 배터리 셀은 모듈 중앙에 집중 배치해 에너지 흡수 능력을 더욱 높였으며 하부의 모듈 냉각판은 하단 충격 시 외부 물질의 침투를 막는 보호 기능까지 수행한다. 페라리 고유의 특 허받은 배터리 팩 조립 공정으로 차체 구조의 강성 또한 한층 더 강화했다.

 



 

 리어 액슬의 과제는 처음부터 명확했다. 주행 소음과 파워트레인의 진동을 획기적으로 줄이면서도 페라리 고유의 핸들링 성능은 그대로 유지하는 것. 그로 인한 무게 증가는 최소화하는 것이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페라리 역사상 최초의 탄성 구조를 적용한 기계식 서브프레임을 개발했다.

 

 이 외에도 내연기관 특유의 NVH(소음·진동·거칠음)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다른 소음원들이 더 두드러지게 느껴져 탑승 경험이 저해될 수 있었다. 따라서 주행의 즐거움을 보존하기 위해 탄성 부시(금속 부품과 차체 사이에 삽입되는 탄성체 완충재) 간격을 최대화하는 서브프레임 아키텍처를 설계했다. 이 솔루션은 횡하중(코너를 돌 때 바깥쪽으로 쏠리는 힘)에서 강성이 높아 마치 리지드 서브프레임(단단한 일체형 서브프레임)과 같은 성능을 발휘하면서도 동시에 편안한 승차감을 위한 충분한 유연성까지 확보했다.

 

 이를 위해 타이어에서 발생하는 노면 소음과 전기 액슬에서 나는 특유의 고주파 소음을 걸러 내기 위해 특수 완충재를 사용했다. 이 부시는 높은 횡강성, 차체가 옆으로 쏠릴 때의 저항을 유지하는 동시에 상하 및 종방향에서의 유연성을 높여 노면으로부터 전달되는 진동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면서도 역동적인 주행감을 해치지 않도록 설계했다.

 

 이를 바탕으로 서브프레임의 크기가 커졌고 이는 새로운 과제를 안겨줬다. 바로 시스템의 중량을 최소화하는 것이었다. 해결책의 영감은 중공 섀시 캐스팅에서 얻었다. 속이 빈 구조의 섀시 주조를 새로운 맥락에 맞게 차용하고 발전시킨 것. 그 결과 페라리 역사상 가장 큰 단일 중공 캐스팅 부품을 만들 수 있었다. 또 시스템 구성 요소가 고도로 통합됐고 정비는 어렵지 않도록 설계했다.

 

 서브프레임과 섀시를 연결하는 시스템으로 인해 리어 액슬, 서스펜션, 배터리가 하나의 통합된 하중 지지 구조 안에 있으면서도 각각 독립적으로 정비할 수 있다. 또 액티브 서스펜션 시스템 인버터를 서브프레임에 직접 통합해 별도의 수동 부품 추가 없이 인버터 자체의 질량으로 진동을 상쇄하도록 설계했다.

 

 그 결과 주행의 즐거움은 타협하지 않으면서 체감 소음은 획기적으로 줄이는 새로운 서브프레임이 탄생했다. 이는 기존의 단단한 일체형 서브프레임 방식 대비 약간의 무게 증가만으로 이뤄낸 성과다. 일상 주행에서는 편안함을 극대화하면서도 페라리 고유의 역동적인 DNA 는 조금도 희생하지 않은 완벽한 해법이었다.
 

이탈리아(마라넬로) =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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