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남다른 차를 만드는 특별한 페라리 공장

입력 2025년10월16일 09시00분 김성환
트위터로 보내기카카오톡 네이버 밴드 공유

 -차종별로 섬세하고 신중한 제작 특징
 -V12 엔진에 대한 철학과 장인정신 느껴져

 

 페라리 슈퍼 스포츠카를 만드는 공장은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생산 라인이 빠르게 흐르지도 않고 시끄러운 소리들도 쉽게 들을 수 없다. 채광 좋은 곳에서 장인들의 손길로 정교함만 가득할 뿐이다. 지난 8일 이탈리아 마라넬로에 위치한 페라리 공장을 찾아가 특별한 차를 제작하고 있는 과정을 살펴봤다.

 



 

 페라리 유산과 같은 올드게이트에서 출발해 가장 끝에 위치한 기계 공정관으로 이동했다. 이 곳은 페라리 심장인 6기통과 8기통, 12기통 엔진용 부품을 생산하는 곳이다. 각 구역은 깔끔하게 나눠져 있으며 100여대가 넘는 엔지니어링 기계가 설치돼 있었다. 크랭크와 엔진 블록 등 각 기계별로 직경, 공차, 형상을 다루는 수 백여개가 넘는 다른 도구들도 함께 준비돼 있다. 

 

 기계 공정에는 최신 3D 프린팅 기술과 레이저 광학시스템을 활용한다. 수치값에 맞춰 정교하게 깎고 다듬은 다음 직접 사람의 손과 눈으로 확인하는 방식이다. 아주 작은 개별 부품도 제작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 예를 들면 크랭크케이스 한 개를 만드는 데 최대 80 개의 도구가 사용되며 스페셜 카의 경우 개별 요구 사항에 따라 도구를 직접 바꾸거나 완전히 교체하기도 한다.

 

 기계 공정관에서는 프로토타입 제품뿐만 아니라 역사적인 차를 보존 및 복원하는 클래식 부서를 위한 부품도 이 곳에서 따로 만든다. 완성도 높은 복원 실력을 보여주며 해당 부서의 복원 전문가들은 모든 페라리를 새 차 수준으로 돌려놓는다.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엔진 조립관이다. 기계 공정관을 통해 만들어진 부품들이 모여 조립을 이루는 장소다. 한 가지 인상적인 부분은 엔진 종류에 따라 두 곳의 조립라으로 나눠진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V6와 V8이 같은 라인을 사용하며 V12는 별도 공간에서 조립이 이뤄진다. V6와 V8은 각 공정에 전문가가 배치돼 있으며 레일을 통해 엔진이 움직이며 조립이 이뤄진다. 1개의 엔진당 주변 어셈블리 부품까지 통으로 움직이며 쾌적한 작업 및 정확도를 높인다. 작업자 역시 하나의 공정을 섬세하게 처리하며 결코 서두르는 법이 없었다.

 



 

 12기통 엔진 조립은 또 다른 특별함을 지닌다. 한 사람이 하나의 엔진을 담당해 끝까지 책임지며 완성하는 것. 그만큼 별도의 바닥 라인이나 레일이 없다. 또 각 부품들을 일일이 확인하고 만져가면서 정확한 컴퓨터 프로그램 수치에 맞춰 다루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커다란 기계가 필요 없다 보니 동선을 최소화하기 위한 주변의 환경도 무척 좋아 보였다.

 

 마지막으로 차량조립관으로 향했다. 페인팅 작업을 마친 뼈대와 각종 부품들이 하나로 모아지며 최종적으로 차가 완성되는 단계다. 마침표를 찍는 라인 답게 매우 큰 규모를 갖추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인디 오더를 마친 나만의 컬러와 가죽, 각종 편의 및 안전품목이 주문서에 맞게 출고되며 이후 개별 카트에 패키징 돼 컨베이어를 따라 이동한다. 라인은 크게 세 줄로 나뉘는데 전기장치와 파워트레인, 인테리어 등이다.

 

 차를 트레이에 올려놓고 띄워 아래 부분 골격을 체크한 뒤 다시 내려서 본격적인 조립이 시작된다. 테크니션들은 전기 배선을 시작으로 완벽한 페라리 탄생을 돕는다. 별도의 기계를 통해 차를 공장 위아래로 오가며 매우 꼼꼼한 작업이 이뤄진다. 섀시와 파워트레인을 결합할 때는 많은 사람들이 팀워크를 이뤄 완벽한 실력도 볼 수 있었다. 반면, 기계의 힘을 빌리는 곳은 윈드 스크린과 리어 윈도우 등이다. 밀리미터 수준의 높은 정확성이 요구돼 완전 자동화된 페라리의 몇 안 되는 제작 공정을 거친다.

 



 

 한쪽 켠에는 가죽을 제단하고 특수 소재를 씌우는 별도의 공간이 위치해 있다. 장인들이 높은 집중력으로 각양 각색의 고급 가죽을 트림에 결합시키고 있었다. 한 땀 한 땀 스티치를 세기고 문양을 넣으며 손으로 매만지는 모습을 보며 단연 수작업 공정만의 기품이 느껴졌다. 완성된 부품은 바로 어셈블리 라인으로 이동해 깔끔하게 장착된다.

 

 이처럼 눈에 보이는 같은 차는 단 한 대도 없었다. 정확한 부품이 카트에 담겨있으며 혼류생산이 가능하다. 참고로 한 대당 평균 10~15 대의 부품 카트를 필요로 하고 하루 동안 약 550대의 부품 카트가 페라리 물류센터와 공장 사이를 이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든 공정이 끝나고 최종적으로 차가 나오는 순간까지 3일에서 최대 5일이 걸린다.

 

 모든 공장마다 느껴지는 공통적인 특징도 살펴볼 수 있었다. 바로 자연과 함께한다는 것이다. 수많은 나무와 식물이 공장 곳곳에 위치해 있고 온도와 습도는 적당해 쾌적했다. 양 옆과 위에서 내려오는 채광의 양도 상당해 밝은 분위기를 보여줬다.

 

 식물들 사이에는 별도의 트레이닝룸이 있어 작업자들 간 상황을 보고 받는다. 거친 소리도 거의 들을 수 없었다. 최대한 차분하게 그리고 정교하게 작업이 이뤄질 뿐이다. 전체적으로 공장이라기 보다는 그들 만의 가치와 신념으로 한대 한대 만드는 커다란 공방 같았다. 슈퍼 스포츠카의 진정한 가치와 의미를 이해하고 이를 완성도 높은 결과물로 보답하기 위한 페라리의 첫 과정은 매우 인상적이었고 드림카 가치를 충실하게 실현시킨다. 




 

 이탈리아(마라넬로) =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무통장입금 정보입력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