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 "한없이 빠져드는 스페셜 페라리", 296 스페치알레

입력 2025년10월28일 08시30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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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량 후륜 슈퍼카의 이상향 보여줘
 -아름다운 디자인으로 물든 특별한 페라리

 

 한적한 이탈리아 시골 길을 누구보다 고요하고 차분하게 빠져나왔다. “편안하다” 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차는 한없이 나긋하고 매너가 넘쳤다. 반대로 깎아 지는 절벽 사이로 펼쳐진 와인딩 로드에서는 스릴과 재미 사이에서 줄타기 하며 운전자를 유혹했다. 또 드넓은 서킷에서는 무대 위 주인공 역할을 자처하며 무시무시한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이 모든 경험을 단 한 대의 슈퍼카로 즐길 수 있다면 믿을까? 바로 페라리 296 스페치알레다.

 



 

 ▲디자인&상품성
296 스페치알레는 페라리 중에서도 스페셜한 차다. 430 스쿠데리아, 458 스페치알레, 488 피스타 의 계보를 잇는 특별하고 고귀한 녀석이다. 그만큼이 296 GTB를 베이스로 하지만 완전히 다른 새로운 차라고 정의 할 수 있다. 핵심은 에어로 다이내믹과 경량화다. 최적의 바람 길 세팅으로 공력 성능을 높이고 차의 능력치를 키웠다. 

 

 단순 멋을 위해서 디자인한 곳은 어디에도 없다. 전부다 공기의 흐름을 다듬는 조각품으로 이루어져 있다. 프론트 스플리터는 언더커버 아래로 공기를 밀어 넣은 다음에 가운데 보닛으로 빠져나가게 설계했다. 이는 A-필러를 타고 루프라인을 건너 뒤쪽으로 빠르게 내보낸다. 양 옆에 덕트도 휠하우스 주변 공기저항을 최소화 하는데에 도움을 주고 엔진룸 주변부는 오로지 냉각에 초점을 맞춘다. 

 

 그리고 절정은 뒷태로 이어진다. FXX-K와 296 챌린지에서 영감을 받은 사이드 윙과 새로운 액티브 스포일러가 포인트다. 새로운 작동 로직으로 완전히 재설계되어 하이 다운포스 모드로의 전환 시간을 최소화했다. 고속 주행 시 후방 안정성을 높여주는 미디엄 다운포스 포지션도 새롭게 도입했다. 얇은 테일램프와 군더더기 없이 탄소섬유로 이루어진 장식, 사각 배기구 깊은 디퓨저까지 모든 조화가 이상적이다.

 

 종합적으로 296 GTB의 디자인을 잘 물려 받으면서도 스페치알레만의 과감함이 돋보인다. 그리고 그 속에 절 제미와 아름다움, 세련미가 공존한다. 과하지 않으면서도 아우라가 나오고 자신의 존재를 명확히 심어주는 훌륭한 디자인을 갖고 있다.

 











 

 실내는 스체치알레의 특징이 더욱 두드러진다. 무게 감량에 초점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웬만한 부분은 전부 가벼운 카본으로 씌워져 있다. 넓은 도어 패널, 길다란 센터 터널, 사소한 부품까지도 전부 카본 덩어리다. 심지어 다이어트를 위해 바닥 매트조차 없는데 오히려 기분이 좋다. 이게 뭐라고 괜스레 흥분된다. 

 

 시트도 마찬가지다. 풀 카본 버킷이지만 몸이 닿는 알칸타라의 면적은 제법 두툼하고 푹신한 편이다. 여기에 4점식 벨트를 체결하는 순간 레이서가 된 듯한 착각을 들게 한다. 센터페시아를 비롯해 디지털 요소는 기존 296 GTB와 큰 차이가 없다. 폴 디지털 계기판은 그래픽이 매우 화려하고 정교하게 영역을 나눠 놓았다. 계기판 화면에서 인포테인먼트 기능도 전부 다뤄야 하기 때문에 익으려면 다소 시간이 필요 할 듯 하다. 

 

 페라리를 상징하는 스티어링휠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시동 버튼과 함께 다양한 기능들이 탑재 되어 있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특성을 살려 E-마네티노까지 외워야 할 것이 많다. 반면, 직관적인 버튼은 터치식 공조 장치가 유일하다.

 

 수납은 한 개의 컵홀더와 휴대폰 무선충전 패드가 전부이며 듀퐁 라이터를 닮은 사각 키의 보관함이 따로 마련돼 있다. 이 외에 조수석 탑승자의 심심함을 덜어줄 전용 디스플레이도 준비하는 세심함도 엿볼 수 있다.

 











 

 ▲성능
 296 스페치알레는 V6 가솔린 터보와 전기모터, 배터리 조합으로 움직인다. 기존 296 GTB 대비 출력은 50마력 증가해 총 880마력을 발휘하며 모두 뒷바퀴로 전달한다. 구체적으로는 최고 700마력의 V6 엔진과 180마력의 전기모터로 구성되며 전기모터는 고전압 배터리 충전과 순수 전기 주행(최대 25㎞)을 지원한다. 


 여기에 앞서 언급한 경량화 외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기계적인 부분에서 무게를 크게 줄였다. 탄소섬유, 티타늄 등 레이싱에서 검증된 경량 소재들을 광범위하게 적용해 총 60㎏ 감량에 성공했다. 이를 통해 드라이빙 감성과 직결되는 중량 대 출력비가 후륜구동 모델 중 최고 수준인 1.60을 기록했다. 또 혁신적인 공기역학 솔루션을 적용함으로써 296 GTB에 비해 다운포스는 20% 증가, 시속 250㎞에서 그 수치가 435㎏까지 높아졌다.

 

 시승은 크게 공도와 트랙으로 나눠 진행했으며 차가 가진 다채로운 매력을 모두 경험할 수 있었다. 먼저 일반 도로에서는 하이브리드 모드를 적극 활용했다. 조용하고 부드럽게 달려나가는 감각이 일품이다. 일부러 엔진을 깨우지 않은 탓에 고즈넉한 이탈리아 시골길에서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도 통과할 수 있었다.

 

 한가지 인상적인 부분은 사운드다. 전기 에너지의 힘을 빌려 달리는 순간, 마냥 조용하지 않고 특유의 ‘윙’ 거리는 저주파 소리도 들을 수 없었다. 대신 바람을 가르는 듯한 상당히 매력적인 사운드가 울려 퍼지고 저속에서도 속도감을 연상시키는 텐션을 주는 음색을 들려줬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에서 매력을 안겨줬으며 신선함으로 기분 좋은 드라이빙을 할 수 있다.

 





 

 뻥 뚫린 길에서는 조금씩 가속 페달을 밟으며 속도를 높였다. 차는 엔진을 깨우며 본격적으로 달릴 준비를 마쳤고 점진적으로 RPM을 가져가면서 시원스럽게 질주했다. 이 상태에서 스로틀을 활짝 열면 기다렸다는 듯이 튀어나간다. 널뛰기하듯 레드존에 바늘을 옮겨 놓고 무서울 정도의 가속을 보여준다. 

 

 순간 깜짝 놀라게 되고 손과 발에 긴장감이 넘쳐 흐르며 엄청난 집중을 하게 된다. 차는 아랑곳하지 않고 한계점을 쉽게 넘나들며 여유롭다는 듯이 휘파람을 분다. 모든 과정은 눈 깜짝할 사이에 이뤄지며 혼을 쏙 빼놓는다. 방금 전 마을을 유유히 통과하던 차의 성격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고 도파민 가득한 진정한 슈퍼카의 모습만 있을 뿐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깊은 부분은 바로 무게다. 확실히 가볍다는 느낌을 받는다. 뒤에서 강하게 밀어붙이는 880마력 후륜구동의 강력함 보다도 경량화로 인해 가뿐하게 앞머리를 들고 뛰쳐나가는 감각이 더 먼저 다가온다. 차가 가볍다보니 언제 어디서나 즉각적인 퍼포먼스를 기대할 수 있고 실제로도 뛰어난 발진 가속 및 생각보다 훨씬 강력한 체감 속도를 경험할 수 있다. 

 

 저속과 중속, 고속까지 너무나 쉽게 컨트롤 할 수 있고 직진뿐만 아니라 코너를 들어가고 나오는 모든 과정에서도 동일하다. 즉 언제 어디서나 한결 같은 반응으로 진정한 스프린터 역할을 해낸다. 한편으로는 엔진 리스폰스와 속도감에 취해 이성의 끊을 놓는다면 자칫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마무리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걸 다 해주는 차보다 날 것 그대로의 성격을 드러내며 교감을 중시하는 페라리 새 슈퍼카가 더욱 끌리는 이유다.

 









 

 사실 일반 도로에서는 이 차의 실력을 절반도 꺼내지 못했다. 진짜 본성을 깨우기 위해 피오라노 트랙으로 향했다. 인스트럭터 주행에 맞춰 가이드랩을 통과한 뒤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마네티노는 레이스모드, 패들시프트를 사용해 차를 밀어붙였다. 

 

 정확히 일반 와인딩 로드보다 곱절로 강력해지며 무시무시한 하드코어 머신으로 돌변한다. 강력한 출력과 민첩한 움직임, 빠른 반응이 합을 이루며 쉴 틈 없이 몰아붙인다. 패들시프트로 단수를 오르내리는 과정만 봐도 알 수 있다. 손 끝에서 당겼을 때보다 1-2초 차가 먼저 반응하는 느낌이다. 그 정도로 빠르고 엔진에 즉각적으로 힘을 전달한다. 

 

 실제로 296 스페치알레는 연소실 압력이 296 GTB 대비 7%나 상승했다. 상승한 압력을 견딜 수 있도록 F80에서 사용된 강화 피스톤과 티타늄 커넥팅 로드를 기본 탑재했다. 이러한 변화가 기존의 우수한 파워트레인과 만나 말도 안되는 반응으로 보답하는 것이다. 터보렉은 찾아볼 수 없고 순간적으로 터져나오는 전기에너지가 매몰차게 트랙을 질주할 수 있게 도와줄 뿐이다. 

 

 직선구간에서는 짜릿함을 배가시킬 수 있는데 엑스트라 부스트 전략의 일환으로 e마네티노의 ‘퀄리파이’ 모드가 핵심이다. 활성화되면 코너 탈출 시 최대토크 315Nm와 최고출력 180마력을 발휘해 트랙에서의 랩타임을 단축시킨다. 이는 기존 296 GTB 대비 13마력 증가한 수치다. 게임 속 한 장면처럼 생경한 기억을 남길 수 있다.

 




 





 

 곧바로 코너가 등장하고 단수를 낮춘 다음에 A펙스 구간을 향해 스티어링 휠을 돌렸다. 연석을 타고 휘청이는 차는 다시 노면을 붙잡고 후륜에 힘을 쏟아내며 발구름 뒤 도약한다. 순간의 과정에서 느껴지는 섀시 컨트롤은 감동이다. 296 GT3에서 파생된 멀티매틱 쇼크 업소버와 티타늄 스프링을 사용한 서스펜션은 경량 후륜구동 특성에 맞춰 세팅값을 전부 바꿨고 여기에 최신 ABS 에보 시스템은 6D 센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제동력을 최적 배분한다. 조금의 흔들림도 용납하지 않고 잡아내며 노면의 미세한 굴곡까지 전부 드라이버에게 전달하며 피드백을 주고받는다.

 

 미쉐린과 공동 개발한 전용 파일럿 컵2는 더 단단한 사이드월을 제공해 밀리는 현상이 없고 신형 트레드 컴파운드를 적용한 결과 요 제어와 반응성도 강화했다. 반발력이 다소 있는 편이지만 한 번 고무가 열을 받기 시작하면 이보다 완벽한 신발은 또 없을 듯하다. 여기에 카본세라믹 브레이크 디스크와 캘리퍼도 충분하다.

 

 시종일관 울려퍼지는 사운드는 오묘함의 연속이다. 페라리 자연흡기 V12 소리와 유사하며 하이톤의 음색이 끊임없이 울려퍼진다. 엔진음과 배기음은 수많은 변주와 합주를 만들어내며 리듬감을 형성한다. 소리에 취해 자꾸만 손과 발에 힘을 주게 되고 교향곡 한 편이 금세 만들어진다. 페라리의 실력에 저절로 박수를 보낸다.

 

 욕심을 부려 TC OFF까지 마네티노를 돌렸다. 차는 냉정하게 돌변하며 운전자에게 모든 판단을 맡긴다. 실력이 좋으면 환상의 그립을 보여주며 트랙 위에서 같이 춤을 출 수 있고 잘못하면 밖으로 밀려나며 상상하고 싶지 않은 결말을 만들 수도 있다.

 





 

 296 스페치알레는 꽁무늬를 곧바로 흘려버리고 모든 책임 또한 운전자에게 전가한다. 날 것 그대로의 성격에 저항없이 빠져들게 되는 자신을 발견한다. 드리프트는 식은죽 먹기이며 그립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나와는 반대로 앞에 인스트럭트는 시원하게 파워 드리프트를 하고 있었다. 대리만족을 느끼며 다시 마네티노 스위치를 원래대로 바꾼다.

 

 짧지만 강력했던 트랙 주행을 마치고 쿨 다운에 들어갔다. 차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조용하게 몸을 낮추고 유유자적 코너를 통과한다. 빠르게 채워진 배터리를 바탕으로 전기 에너지의 힘으로만 달리기를 마무리할 수 있다. 마치 스포츠 주행에서의 흥분과 깊은 여운을 복기시키라고 명상의 시간을 주는 듯했다. 차 한대로 이렇게 많은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게 신기하고 놀라웠다.

 

 ▲총평
  한 대의 자동차가 이토록 많은 감정을 건드릴 수 있을까. 296 스페치알레는 단순한 기계의 집합체가 아니라, 인간의 감성과 본능을 동시에 자극하는 하나의 예술 작품이다. 조용한 시골길에서는 세상 누구보다 우아하게 숨을 고르고, 서킷 위에 오르면 불꽃처럼 타오르는 본능을 드러낸다. 한 대의 차 안에 고요함과 광기, 품격과 야성, 이성적 완벽함과 감정적 아름다움이 공존한다.

 

 296 스페치알레는 그 이름처럼 ‘특별함’의 정의를 새롭게 쓴다. 완벽함을 추구하면서도 완벽히 인간적인, 냉철한 기술 속에 뜨거운 낭만을 품은 슈퍼카. 그것은 단순한 탈것이 아니라, 시간을 잊게 하고 이성을 무너뜨리며 가슴 깊은 곳의 열정을 다시 불러일으키는 존재다.

 







 

 이탈리아(마라넬로) =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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