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진흙 위를 달린 BMW 모토라드와의 주말

입력 2025년10월28일 09시30분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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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 BMW 모토라드데이즈, 목계솔밭 일대서 열려
 -GS트로피 한국 대표 선발전 동시 개최, 현장 열기 더해
 -비온 뒤 진흙밭, 라이더들의 열정으로 가득

 

 가을비가 축축하게 내린 충청북도 충주시 엄정면 목계나루 일대. 

 


 

 아침부터 내린 비에 현장은 진흙밭으로 변했지만 이곳에 모인 사람들에게 진창은 장애가 아니었다. 무릎까지 올라오는 부츠를 신은 채 흙을 밟으며 웃는 얼굴들엔 설렘이 가득했다. 

 

 이날 목계솔밭 캠핑장에는 두 개의 모터사이클 축제가 동시에 열렸다. 강을 사이에 두고 한쪽에서는 2025 BMW 모토라드 데이즈가, 맞은편에서는 GS 트로피 2026 한국 대표팀 선발전이 진행됐다 성격은 달랐으나 두 행사는 한결같이 BMW 모토라드의 심장을 중심으로 돌아갔다. 라이더들의 환호와 배기음은 강 위로 교차하며 두 공간은 하나의 거대한 박동처럼 울려 퍼졌다.

 

 오전의 비가 그치자 캠핑장에는 활기가 돌았다. 1,015명의 라이더가 모인 현장. 단순한 축제를 넘어 라이더들이 안전하고 건전한 라이딩 문화를 확산하고 순수한 열정을 나누는 교류의 장으로 자리매김해왔다. 전시장 한편에는 새롭게 선보인 R1300 시리즈와 R12 G/S를 비롯한 주요 제품이 란히 전시됐고 사실상 거의 모든 라인업을 시승해볼 수 있었던 시승 현장에서는 라이더들의 웃음꽃이 만발했다. 

 



 

 메인 무대에서는 충주시 측에서 준비한 공연이 이어졌다. 국악과 클래식이 어우러진 ‘충주본색’ 문화 공연이 펼쳐지고 BMW 모토라드 홍보대사인 배우 김남길과 류승수가 무대에 올라 “라이딩은 혼자가 아닌, 함께하는 여정”이라 말하자 관객석에서는 박수가 터져 나왔다.

 

 스탬프 투어도 인기를 끌었다. 참가자들은 충주의 명소를 돌며 도장을 모았고 미션 게임까지 완주한 이들에게는 기념품이 주어졌다. 한켠에서는 커스텀 바이크 콘테스트가 진행되고, 다른 쪽에서는 푸드트럭과 커피 향이 흙냄새 사이를 채웠다. 식음 공간 옆에는 BMW 모토라드 라이프스타일 제품을 비롯해 다양한 모터사이클 용품과 통신 장비 브랜드 부스가 늘어서, 참가자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모든 풍경은 단순한 브랜드 행사를 넘어 ‘라이더들의 마을’ 같았다. 젖은 흙냄새와 고기 굽는 냄새, 음악과 엔진음이 어우러져 가을의 한가운데서 살아 있는 공동체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강을 건너면 공기의 온도는 달라졌다. GS 트로피 2026 한국 대표팀 선발전현장은 말 그대로 경쟁의 무대였다. 진흙탕 위를 달리는 GS들이 휠 스핀을 일으키며 미끄러지고, 참가자들은 넘어지고 또 일어났다. 예선 코스는 오프로드 주행 실력뿐 아니라 체력과 생존 능력까지 평가됐다.

 

 대회의 특별함은 단순히 거친 환경 때무만은 아니다. GS 트로피 선발전은 역대 GS 트로피 참가자들이 직접 ‘마샬’로 나서 경기 진행을 맡는다. 현장의 경험으로 선수들의 기량을 평가하고 넘어지는 참가자를 일으켜 세우며 다시 출발할 수 있도록 돕는 모습은 그 자체로 ‘라이더 정신’의 구현이었다.

 

 참가자들의 사연도 다양했다. 국내 스타트업에서 개발자로 일하는 젊은 참가자부터 매일 화재 현장을 누비는 소방관까지. 체력 소모가 극심한 코스에서조차 숨이 가빠 보였다. 그 옆에서는 네 번째 도전을 맞은 ‘4수생’이 출발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누군가는 GS 트로피 참가를 위해 오랜 시간 함께하던 바이크를 팔고 최신 R1300GS를 구입했다. 이들의 이야기는 단순히 경기 참가가 아닌, 자신과의 약속을 증명하는 과정이었다.

 

 결승에서는 BMW 모토라드가 준비한 동일 기종, R1300GS로 치열한 대결이 이어졌다. 헬멧 너머로 땀이 흘러내리고 진흙에 덮인 참가자들이 끝까지 핸들을 놓지 않았다. 강 건너에서 울려 퍼지는 락 밴드의 음악이 이들의 숨소리와 섞여 울렸다. “가자!” “버텨!”라는 외침이 강을 넘어 서로에게 닿았다.

 



 

 강 건너 두 행사는 마치 서로를 비추는 거울 같았다. 한쪽에서는 축제의 열기가, 다른 한쪽에서는 경쟁의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지만 그 안에는 같은 단어가 공통으로 있었다. ‘열정’, 그리고 ‘라이딩’. 두 행사는 서로 다른 방향에서 출발했지만 같은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엔진의 울림으로 이어진 공동체, 그것이 라이더 문화의 본질이었다.

 

 목계나루는 그렇게 라이더들의 심장으로 변해 있었다.

 

 충주=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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