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 올래 드라이브 2025
-전기 SUV 신세계 경험하는 마칸 터보
-완벽한 파워트레인, 911 카레라 4 GTS 쿠페
따사로운 햇살과 붉게 물든 단풍, 흩날리는 억새풀이 만개했던 10월의 제주에서 낭만과 열정을 품은 포르쉐 라인업을 만났다. 아름다운 계절 속에 자연스럽게 물든 최고의 피사체이자 힐링 메이트였다. 그 속에서 ‘꿈’이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피어나며 열심히 살아갈 원동력을 얻었다.
정확한 명칭은 포르쉐 올래 드라이브다(Porsche Olle Drive 2025). 약 2주간 고객들에게 가을의 절정으로 물든 제주도에서 포르쉐를 직접 시승하며 매력과 가치를 알아보는 행사다. 가장 큰 특징은 산과 바다로 어우러진 아름다운 배경에서 포르쉐의 모든 라인업을 만나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8일 열린 미디어 시승회에서는 추첨을 통해 두 차종을 경험해 볼 수 있었다. 먼저 운전석에 앉은 차는 마칸 터보다.
신선하고 인상적인 외관은 볼수록 매력을 더한다. 에어로 다이내믹을 위해 두툼한 스플리터도 장착했다. 이 외에 볼록 튀어나온 펜더와 완만하게 떨어지는 보닛 등은 여전히 이 차가 포르쉐 핏줄 진한 패밀리라는 것을 암시한다. 옆은 트렁크 끝단까지 한 번에 큰 곡선을 그리며 내려 앉은 C-필러와 루프 라인이 특징이다. 듬직하면서도 미적 감각이 훌륭한 포인트가 된다. 뒤는 여느 포르쉐와 마찬가지로 가로로 긴 테일램프와 깔끔한 트렁크 라인이 특징이다.
실내는 수평과 수직 레이아웃을 바탕으로 최대한 간결하게 꾸몄다. 버튼류를 최소화하고 디지털 요소를 대거 확대한 것. 새로운 타일 구조의 그래픽과 설정하는 것에 맞춰서 구현되는 애니메이션 효과도 매력적이다. 쓰임새 좋은 센터 터널을 비롯해 패신저 디스플레이, 증강현실 헤드업디스플레이 등 온통 새로운 기능으로 가득하다. 2열은 차의 크기와 급을 생각하면 무난하고 무릎과 머리 위 공간 전부 적당한 사이즈를 제공한다. 네모 반듯한 트렁크는 활용도를 높이고 보닛에도 별도의 프렁크가 있어 수납이 쉽다.
터보라는 배지를 달았지만 초기 응답성은 매우 차분하다. 부드럽게 속도를 올리고 고요하게 전진한다. 중속을 향해 나가는 과정도 자연스럽다. 전기차 특유의 매끄러운 감각을 최대한 살린 모습이며 도로 위 풍경과 스며들어 최상의 만족감을 전달한다. 느긋하게 달리는 맛을 알게 해주며마치 고급 세단을 몰고 있는 것처럼 마음이 편해지고 고급스럽게 뻗어 나간다.
강한 출력은 주행 모드를 살짝 돌리면 된다. 마칸 터보는 639마력(470㎾)의 오버부스트 출력을 발휘하고 최대토크는 무려 115.2㎏∙m에 달한다. 이는 스포츠나 스포츠 플러스에서 조금만 가속페달을 밟으면 단번에 알 수 있다. 한번에 훅 하고 튀어나가며 엄청난 몰입감을 전달한다. 그리고 나서 “역시 포르쉐” 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입가에는 저절로 미소가 번진다. 자연을 헤치지 않으면서도 누구보다 짜릿한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다는 사실에 뿌듯함도 밀려온다. 여기에 굽이치는 와인딩 로드는 마칸 터보 놀이터다. 물 만난 물고기처럼 휘저으며 재미있는 드라이빙 스킬을 선보인다. 에너지 밀도가 높아 코너를 통과하는 전 과정에서 즉각적인 출력을 전달하며 지연현상을 찾아볼 수 없다. 언제든지 가속 페달을 밟는 순간부터 힘을 뿜어내고 말도 안 되는 속도로 탈출이 가능하다.
차의 실력을 테스트하며 아침 일찍 1100 도로를 향해 성큼 달렸다. 이후 하산하는 순간에는 교통량이 많아져서 다시 노멀 모드로 바꿨다. 차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조용히 몸을 낮추고 흐름에 맞춰서 길을 통과했다. 도로 양 옆으로 뻗어 있는 침엽수와 신선한 공기가 비로소 보이기 시작했다. 별도의 가상 사운드도 끄고 온전히 바람 소리를 들으며 힐링의 시간을 가졌다. 내리막길에서는 강도 높은 회생 제동을 바탕으로 배터리가 쉽게 채워졌고 그만큼 주행거리에 대한 신경은 전혀 쓸 필요가 없었다. 오로지 지금 이 순간 자연이 주는 선물을 만끽하기만 하면 됐다.
중간 지점에서 차를 바꿔 탔다. 전동화의 끝을 봤다면 이번에는 내연기관의 끝을 볼 차례다. 바로 아이코닉 스포츠카 911의 최신 버전, 카레라 4 GTS 쿠페다. 핵심은 파워트레인이다. T-하이브리드 라는 새로운 명칭을 붙인 것. 먼저, 기존 3.0ℓ에서 3.6ℓ 수평대향 엔진으로 사이즈가 커졌다. 이와 함께 E-모터와 E-터보를 새롭게 추가해 출력과 효율을 모두 잡았다. E-터보는 양쪽에 대칭형태로 들어있던 트윈터보가 사라지고 한쪽 끝에만 모노터보를 달았다. 터빈 안쪽에는 전기모터를 추가해 출력을 끌어 올렸다.
E-모터는 엔진과 변속기 사이 강한 전기모터를 추가해 힘을 추가로 전달한다. 약 50마력 정도를 발휘하며 발전도 담당하기 때문에 엔진 부하를 줄여주고 조금 더 적극적인 전기에너지를 쓸 수 있다. 대시보드 앞에는 배터리도 넣었다. 그 결과 최고출력 541마력을 발휘하고 최대토크는 62㎏∙m를 낸다.
시동 버튼을 누르자 강하게 소리를 지르며 존재감을 알린다. 이후 묵직한 가속페달에 힘을 주면 천천히 속도를 올리며 본격적으로 달리기 위한 준비를 마친다. 스로틀을 활짝 열면 기다렸다는 듯이 튀어나간다. 가장 먼저 느끼는 건 엔진 리스폰스다. 즉각적인 반응이 일품이며 확실히 터보렉이 반으로 줄어든 느낌이다. 저속에서도 언제든지 속도를 붙일 수 있다.
PDK변속기 역시 클러치를 없애고 전기모터가 앞쪽에 위치해 보다 빠른 변속을 유도한다. 새 엔진과 좋은 궁합을 보여주며 911만의 신개념 전동화 파워트레인 완성도를 결정짓는다. 여전히 직결감이 뛰어나고 즉각적인 반응을 유도한다. 저절로 패들시프트에 손이 가고 즐겁게 연주를 하게 된다.
사운드는 환상이다. 기존보다 훨씬 커졌고 거칠어졌고 무지막지한 모습이다. 다소 밋밋했던 이전 GTS의 아쉬움을 단번에 날려버린다. 카랑카랑한 소리는 묘하게 중독되고 속도 상관없이 전 영역에서 고주파 사운드를 만들어낸다. 여기에 낮고 넓은 차체, 거대한 타이어, 끈끈한 제동력 등 어느 곳 하나 부족한 게 없다.
흥분을 가라앉히기 위해 해안 도로로 진입했다. 숨을 돌리고 나니 실내가 눈에 들어왔다. 완전히 디지털화된 계기판은 시인성이 좋아졌고 12.6인치 커브드 디스플레이는 새로운 제어 및 디스플레이 콘셉트와 조화를 이루고 광범위한 개인화 기능을 제공했다. 센터페시아 모니터에는 T-하이브리드 전용 인포테인먼트 화면을 넣었고 펀 드라이빙에 도움을 주는 마법 버튼들과 공조장치, 변속 레버의 형태도 여전히 감각적이다. 고급스럽고 절도 있게 맞물리며 우수한 퀄리티를 자랑한다.
사이드 미러로 보이는 뒤쪽 펜더는 언제나 감동이다. 한껏 부풀린 모습이 단연 911임을 알게 한다. 시승차는 별도에 에어로 액세서리를 추가해 거대한 고정형 스포일러도 탑재해 놓았는데 존재감을 높인다. 이 외에 4 포인트 주간주행등은 그래픽이 달라졌고 3만2,000개 이상의 픽셀을 갖춘 고해상도 HD 매트릭스 LED 헤드라이트를 탑재했다. 신규 카본 장식 휠과 중앙에 놓인 두꺼워진 GTS 전용 스포츠 배기 시스템은 덤이다.
마칸 터보, 911 카레라 4 GTS 쿠페와 함께 하루 종일 가을 제주도를 누볐다. 바람과 햇살 그리고 포르쉐의 심장 소리가 어우러져 진한 여운을 남겼다. 특히, 장관이 펼쳐진 새별오름 억새밭 사이로 스치는 바람은 전동화의 새로운 시대를 예고했다.
그 길 위를 유유히 미끄러지는 마칸 터보는 고요함 속의 강렬함을, 911 카레라 4 GTS는 전통 속에 깃든 진화를 보여줬다. 포르쉐는 그저 이동 수단이 아니었다. 삶의 속도를 되돌아보게 하고, 달리는 즐거움이란 무엇인지 다시금 일깨워주는 존재였다. 가을 제주도의 황금빛 도로 위, 두 개의 심장은 그렇게 하나의 감동으로 녹아 들었다.
제주도 =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