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스포츠에서 태어난 차, 완성도 남달라
 -손끝이 만든 정밀함, '허용 오차는 0'
 -효율보다 중요시한 '본질'이 좋은 차 비결
 
 토요타 GR팩토리는 전통적인 생산공장의 개념을 벗어나 있다. 컨베이어 벨트 대신 장인이 직접 손으로 조립하고 로봇 대신 사람이 망치로 차체를 두드린다. 
 
			
				
					
					
				
			
 
 효율성을 놓고 보면 결코 합리적인 곳은 아니다. 이른바 '토요타 생산 방식'이 경영학의 교과서가 된 걸 생각해보면 결코 합리적인 방식은 아니다. 하지만 토요타는 창업주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는 이곳에서 '좋은 차 만들기'의 본질을 되묻고 있다. 
 
 “GR의 출발점은 언제나 모터스포츠다. 서킷, 랠리, 힐클라임 등 다양한 대회에서 얻은 경험을 토대로 차를 개발하고, 거기서 쌓인 데이터를 양산차에 되돌려주는 것, 그것이 GR의 존재 이유다.” 현장에서 만난 가와키타 아츠시, 스즈키 세이지 등 두 프로젝트 매니저는 입을 모았다. 
 
			
				
					
					
				
			
 
 모토마치공장 안에 마련된 GR팩토리는 그런 토요타 철학의 집약체다. 대량생산을 위한 설비가 아닌, 숙련된 장인들이 모인 ‘작은 공장’이다. 생산 효율을 따지면 불리하지만, 토요타는 '좋은 차는 손끝에서 완성된다'는 신념으로 이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가와키타 매니저는 “이 땅에서 브랜드를 세운다는 상징성이 더 중요했다”고 말했다.
 
 생산 과정에는 모터스포츠 정신이 깊이 스며 있다. 모터스포츠는 차를 한계까지 몰아붙이는 영역이고 그 한계의 데이터가 GR팩토리로 전달된다. 반대로 생산 현장에서 얻은 아이디어가 개발팀으로 되돌아가기도 한다. 가와키타 매니저는 “볼트 체결 강도, 접착제의 사용 범위, 차체 강성 등 작은 개선안들이 실제 개발부로 전달되고 있다”며 “서로의 아이디어가 순환하는 구조”라고 했다.
 
 그 결과, GR 브랜드의 차는 공통된 철학 위에서 만들어진다. 랠리에서 활약 중인 GR야리스, 북미 무대를 중심으로 한 GR코롤라, 그리고 서킷 주행에 초점을 맞춘 LBX 모리조 RR. 세 차는 같은 파워트레인을 공유하지만 지향점이 다르다. 가와키타 매니저는 “어떤 차를 고르겠느냐”는 질문에 “나도 잘 모르겠다”며 웃었다. 
 
			
				
					
					
				
			
 
 효율보다 사람을 앞세운다는 점은 공정에서도 드러난다. GR팩토리의 생산라인에서는 로봇이 찍어내는 용접 부위 옆에서 사람이 망치로 차체를 두드린다. 스즈키 매니저는 “로봇의 스팟 용접 정확도는 매우 높지만, 혹시 모를 오류에 대비해 사람이 직접 다시 점검한다”며 “성능 개선으로 인해 설계가 바뀌면 용접 포인트가 누락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부분을 사람이 다시 확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곳에서 일하는 인력은 모두 특별 선발된 ‘다쿠미(匠, 장인)’들이다. 토요타 내 여러 공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은 이들이 GR팩토리로 옮겨온다. 이들은 엔진에 자신의 서명을 새긴다. 가와키타 매니저는 “서명을 허락받은 부서는 GR과 센추리뿐”이라며 “서명은 단순한 표시가 아니라 ‘책임’과 ‘자부심’의 상징”이라고 강조했다.
 
 토요타의 GR 브랜드는 모터스포츠 현장에서 출발했지만, 목표는 ‘대회용 차’에 머물지 않는다. 실제 도로 위의 소비자들이 ‘좋은 차’를 경험하게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다. 가와키타 매니저는 “모터스포츠에서 얻은 노하우를 양산차에 환류시키는 것이 GR의 핵심 과제”라며 “경기차 개발이 곧 도로용 자동차의 진화로 이어진다”고 했다.
 
			
				
					
					
				
			
 
 GR팩토리는 단순히 고성능차를 만드는 공장이 아니다. 이곳은 토요타가 ‘기계적 효율’보다 ‘인간의 감각’을 더 믿는 현장이다. 자동화보다 장인의 손을, 대량생산보다 정밀한 완성도를 택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좋은 차란 결국 사람이 만든다는 믿음.
 
 그 믿음은 토요타가 걸어온 길의 요약이기도 하다. 효율성보다 본질을, 속도보다 감각을 중시하는 GR의 생산 현장은 ‘자동차를 통해 인간을 이해하려는 노력’의 상징처럼 다가온다. 그리고 그 망치 소리 속에는 여전히 모터스포츠로부터 배운 토요타의 집요한 철학이 울리고 있었다.
 
 나고야(일본)=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