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컬러와 전용 파츠로 매력 더해
-랭글러만의 특징 묻어나는 주행 감각
헤리티지와 아이코닉의 대명사 지프 랭글러가 특별한 에디션으로 돌아왔다. 깊고 고요한 바다의 색을 닮은 ‘패덤 블루’가 주인공. 감각적인 컬러와 구성만큼 도로 위에서도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내며 랭글러가 주는 정통의 가치를 다시 되새긴다. 그 과정에서 여러 SUV 중 랭글러를 사야만 하는 이유도 명확히 심어준다.
외관은 단연 컬러다. 패덤 블루는 심해의 깊은 색감을 담은 짙은 블루로 기존 랭글러와는 차별화된 세련된 이미지를 제공한다. 실제로 차명인 ‘패덤(Fathom)’은 수심을 측정하는 단위이자 ‘가늠하다’라는 뜻을 지닌 단어이기도 하다. 빛의 명암에 따라 밝은 곳에서는 영롱하게, 그늘진 곳에서는 한없이 짙게 표현된다. 차체와 합을 맞추는 각 부품들도 매우 인상적이다. 세븐-슬롯 그릴과 램프 주변은 은색 장식을 추가했고 부분 변경으로 오면서 유럽형 범퍼를 채택한 덕분에 균형감도 좋아졌다.
이와 함께 차의 성격을 나타내는 각종 배지가 팬더에 붙어 있으며 세련된 디자인의 휠도 멋을 더한다. 사하라 4도어 하드탑 기반으로 만든 에디션이라서 휠-하우스 주변 클레딩도 차체 색깔로 칠했다. 온로드와 오프로드 주행에 모두 적합한 타이어도 만족스럽다.
여기에 패덤 블루만의 특징인 루프도 눈 여겨 볼 부분이다. 모파 정품 방수 패브릭 소프트톱이 기본 적용돼 손쉽게 오픈 에어링이 가능하고 넓은 자연을 담을 수 있다. 뒤는 랭글러를 상징하는 요소로만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작은 사각형 테일램프와 노출형 스페어타이어, 옆으로 열리는 트렁크, 견인 고리 등 감성을 자극하는 것들로 가득하다.
실내는 부분 변경으로 돌아온 신형의 특징이 먼저 다가온다. 더욱 커진 센터페시아 모니터와 다양한 기능을 간결하게 보여주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핵심이다. 이와 함께 송풍구 크기를 줄이고 밑으로 옮겨 달아 더욱 깔끔해졌다. 물론, 공조 장치를 비롯해 아직도 많은 버튼들이 있지만 차의 성격을 감안하면 단점보다는 장점으로 승화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센터 터널이다. 변속기와 구동력을 바꿀 수 있는 레버를 따로 마련했고 사이드 브레이크도 수동이다. 험로주행 시에는 이러한 고전적인 방식의 기계적 메커니즘이 훨씬 직관적이고 유용하다. 이처럼 변함없는 랭글러의 성격을 아주 잘 보여준다.
올-블랙으로 꾸민 인테리어를 바탕으로 금색 스티치를 추가해 고급감도 키웠다. 여기에 열선 기능을 제공하는 전동시트, 알파인 사운드 시스템, 무선 카플레이, 주행보조 시스템 등 자주 사용하고 꼭 필요한 편의 및 안전 품목들은 아낌없이 다 들어있다.
랭글러가 주는 기본적인 차의 방향성도 실내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극단적으로 짧은 대시보드와 수직으로 떨어지는 센터페시아 패널, 큼직한 스티어링 휠, 곳곳에 마련한 손잡이 등 험로 주행에 특화된 모습들이 디자인 속에 녹아 있다. 심지어 지프만의 개성을 나타내는 여러 아이콘과 문양을 곳곳에 넣어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휠베이스가 제법 길기 때문에 2열 공간은 꽤 여유로운 편이다. 물론 차고가 높아 타고 내릴 때 다소 버거울 수 있지만 한번 올라타면 넉넉한 공간감을 누릴 수 있다. 머리 위도 마찬가지이고 사각형 유리창을 통해서 햇빛이 들이치는 양도 많기 때문에 개방감이라는 부분이 전체적으로 훌륭하다. 전용 송풍구와 USB 충전 포트, 천장에 달린 스피커 등 2열 탑승자를 위한 기능들도 알차게 마련돼 있다.
트렁크는 옆으로 열고 위로 한번 더 여는 구조인데 행위 자체부터 무척 매력적이다. 양 옆에 롤 케이지 바 등이 있어 활용도가 조금 떨어지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사이즈가 나오기 때문에 수납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바닥면에도 제법 공간이 있고 2열을 폴딩하면 훨씬 더 큰 짐을 넉넉히 넣을 수 있다.
랭글러 패덤 블루 에디션은 최고출력 272마력, 최대토크 40.8kg·m를 발휘하는 2.0리터 직렬 4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 조합으로 움직인다. 여기에 셀렉-트랙 풀타임 4WD 시스템과 셀렉-스피드 컨트롤로 오프로드 특화 기능도 갖췄다.
발진 가속은 좋은 편이다. 신속하게 속도를 올리고 중속을 향해 빠르게 토크로 전달한다. 이 과정에서 다소 거친 음이 실내에 들어오지만 랭글러이기 때문에 용서가 된다. 오히려 차의 무게를 잠시 잊을 만큼 민첩한 가속성능이 더 인상 깊게 다가온다. 그래서 주행을 하는 모든 과정에서 답답하거나 굼뜨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차의 구조상 바람을 많이 맞을 수밖에 없고 고속 안정성이나 정숙성 등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게 당연하다. 하지만 이상적인 타이어 세팅과 활동폭이 넓은 서스펜션을 바탕으로 기대 이상의 우수한 온로드 주행 실력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차의 성격을 어느정도 알고 있는 소비자라면 전혀 단점이 되지 않는다.
이 외에 스티어링 휠 반응이나 제동의 감각은 오프로드 주행에 특화돼 있다. 조금 더 아날로그 성격이 강하지만 험로에서는 이 같은 세팅이 훨씬 안전하고 믿음 있게 다가온다. 정통 SUV의 정체성을 주행 능력에서 살펴볼 수 있으며 번듯한 디자인만으로 승부하는 차가 아니라는 것도 알게 해준다. 그만큼 이 차는 일반적인 도시형 SUV와 경쟁할 이유가 없으며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마니아를 형성하는 핵심이 된다.
고속도로에서는 주행 보조장치를 적극 활성화했는데 수준급 실력으로 피로도를 크게 줄였다. 실제로 랭글러 패덤 블루에는 스탑 앤 고기능이 포함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 어드밴스드 브레이크 보조 시스템, 풀-스피드 전방 충돌 경고 플러스 시스템, 원격 시동 시스템, 사각지대/후방 교행 감지 시스템 등이 전부 기본으로 들어있다. 각 기능은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자연스러운 반응을 유도했다. 또 차체가 높기 때문에 시야도 넓고 전체적으로 운전이 편하다.
랭글러 패덤 블루 에디션은 단순히 색을 바꾼 특별판이 아니라 랭글러의 본질적 매력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는 제품이다. 고유의 헤리티지와 현대적 편의기능을 균형 있게 담아내며 도심과 오프로드를 모두 아우르는 유일한 존재감을 보여준다.
특히, 패덤 블루 컬러와 전용 파츠들은 랭글러만의 ‘정통 SUV 감성’을 한층 깊고 고급스럽게 완성한다. 주행 감각 역시 아날로그적 직관성과 탄탄한 4WD 역량으로 랭글러가 왜 오프로더의 기준으로 불리는지 다시 한 번 확인시킨다. 랭글러만의 세계를 원하는 소비자에게 확고한 이유를 제시한다.
한편, 패덤 블루 에디션은 국내에 랭글러 20대, 글래디에이터 10대 등 총 30대 한정 판매되며 가격은 랭글러 패덤 블루 8,290만 원, 글래디에이터 패덤 블루 8,710만 원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