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스페인은 왜 전기차에 작심했나

입력 2025년12월11일 09시40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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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투자 유치로 시장 확대 노력

 -기업 규모 유지 및 고용 확대 효과 기대해

 

 스페인이 민관 합동으로 전기차 전환에 무려 51조원을 투입한다. 이 중 구매 보조금 약 6,800억원, 충전 인프라 확장 5,120억원 등 2조2,000억원은 정부 부담이다. 스페인 정부는 최근 25가지 조치가 포함된 전기차 전환 및 산업 육성 계획 '플랜 오토(Plan Auto) 2030'을 발표하면서 2035년까지 자동차 생산의 95%를 전동화로 바꾸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물론 급격한 전환 충격을 대비해 전동화 대상에는 BEV 뿐 아니라 HEV까지 포함시켰다. 

 



 

 HEV까지 전환 대상에 넣은 이유는 스페인 또한 자동차 생산 강국인 탓이다. EU 가운데 연간 신차 판매 최대인 국가는 2024년 기준 319만대의 독일이고, 이어 215만대의 프랑스, 179만대의 이탈리아다. 하지만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으로 유명한 스페인도 연간 120만대 시장을 가진 곳이다. 그리고 지난해 기준 생산은 237만대로 8위다. 7위인 한국의 412만대와 비교할 때 격차는 크지만 자동차가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결코 가볍지 않다. 

 

 스페인의 전동화 전략 이면에는 내연기관으로는 더 이상 자동차산업 규모를 유지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동시에 늘어나는 재생에너지를 수송 부문에 활용, 탄소 중립에 빠르게 도달하려는 의지도 포함됐다. 여기에 소비자들의 BEV 선호도가 높아진다는 점도 고려됐다. 실제 유럽 내 자동차경영센터(Center of Automotive Management, CAM)에 따르면 올해 1~10월 유럽 BEV 신규 등록 대수는 202만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6.2% 늘었다. 내연기관 퇴출 정책 약화에도 BEV 시장 점유율은 18.3%로 증가했다. 

 

 사실 스페인의 전동화 속도는 느린 편이다. 전동화가 가장 빠른 노르웨이는 신규 전기차 등록률이 95.1%에 달하고 덴마크(66.5%), 스웨덴(35.5%), 네덜란드(35.4%), 벨기에(33.7%)도 속도를 높이는 중이다. 주요 자동차 시장인 독일(18.4%), 프랑스(18.9%), 영국(22.4%) 또한 유럽 평균인 18.3%에 근접했다. 반면 스페인(8.5%), 이탈리아(5.2%), 폴란드(6.4%) 등은 전동화가 더딘 국가로 꼽힌다. 따라서 시간이 지날수록 스페인 자동차산업 기반은 송두리째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위기감이 스페인 정부의 과감한 전동화 투자를 이끌어 낸 계기다. 

 

 주목할 점은 스페인의 전동화 방향성이다. 전동화에 있어 스페인은 중국의 투자를 유치하려 한다. 스페인 자동차딜러협회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 중국 BYD는 스페인에서 2만2,300대 가 판매돼 전년 대비 452% 증가했다. 스텔란티스가 공동 소유한 중국의 립모터스 또한 서서히 입지를 구축하는 중이다. 스페인 정부로선 그간 담당했던 유럽 내 내연기관 생산 역할이 동유럽으로 이전되자 빈자리를 중국 전기차 생산 유치로 메우겠다는 심산이다. 

 

 사실 2035년까지 연간 생산 237만대 중에서 225만대를 전기차로 바꾸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그래서 스페인은 중국 전기차 기업의 유럽 내 생산기지를 적극 유치하려 한다. 오히려 중국 기업 유치를 위해 중국이 전기차 분야에서 최고라는 표현도 주저하지 않는다. 그리고 일부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중국 체리(Chery)는 스페인 내 에브로-EV모터스(Ebro-EV Motors)와 바르셀로나 공장에서 전기차 생산 합작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동시에 BYD는 유럽 내 3번째 공장 지역으로 스페인을 적극 검토 중이다. 중국 배터리 기업 CATL도 전기차에 필요한 배터리 공장을 짓는 중이다. 

 

 이것도 부족해 스페인은 중국의 전기차 공장 2~3곳의 추가 유치에 힘쓰는 중이다. 한 마디로 중국의 투자로 유럽 내 전기차 최대 생태계를 만들어 전기차 강국이 되겠다는 야심이다. 중국에 큰 기회를 주되 스페인도 산업 규모 유지 및 고용을 늘리는 효과를 원하는 형국이다. 어디서 생산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국가적 관점에서 중국 기업은 떠오르는 파트너로 여길 뿐이고, 흑묘백묘(黑猫白猫)의 중국 실리 전략을 오히려 스페인이 취하려는 셈이다.

 

 박재용(공학박사, 자동차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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