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 경험이 만들어낸 전기 SUV, 르노 세닉 E-테크

입력 2025년12월22일 08시30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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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선하고 세련된 감각 갖춘 전기 SUV
 -효율적인 성능과 전비, 안정적인 움직임 등

 

 르노의 전동화 전략은 꽤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이미 2010년대 초반부터 대중형 전기차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며 현실적인 이동 수단으로 정착시키는 데 힘써왔다. 소형 전기 해치백 조에가 대표적이다. 당시 유럽 시장에서 오랜 기간 판매 1위를 기록하며 인지도를 쌓았다.

 



 

 이후 르노는 트위지, 캉구 Z.E. 등 다양한 세그먼트에 전기 파워트레인을 적용하며 경험치를 축적했다. 이처럼 긴 시간 동안 다양한 전기 파워트레인 신차를 등장시키며 실생활 중심의 기술로 접근해온 르노는 다음 스탭을 준비하고 있다. 본격적인 전기차 경쟁이 시작된 지금, 브랜드 성장에 큰 역할을 책임질 세닉이 주인공이다. 르노의 전기차 기술 개발 노하우를 가득 담은 제품이며 그만큼 우수한 상품성을 갖춘 게 특징. 시승을 통해 그 매력을 직접 확인했다.

 

 ▲디자인&상품성
세닉의 외관은 가장 최신의 르노 디자인을 엿볼 수 있다. 단정하면서도 충분히 화려하고 담백하면서도 날카로운 맛이 살아있다. 네모 반듯한 헤드램프는 상대적으로 수수하게 마감했지만 주변을 두르고 있는 그릴의 형태와 무늬는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와 함께 양 끝에 위치한 버티컬 타입의 주간주행등 역시 샤프한 맛을 전달한다. 차가 더 넓어 보이는 효과도 안겨다 준다.


 옆은 매끈하게 처리했다. 굵직한 캐릭터 라인은 쉽게 찾아볼 수 없으며 부드러운 철판의 굴곡이 우아하게 보인다. 투톤 컬러 루프와 은색 C-필러 장식으로 밋밋함도 피했다. 공기역학을 고려해 플러시타입 도어핸들을 마련한 점도 최신 차 답다.

 

 휠 디자인은 매우 신선하다. 기하학적인 도형으로 디자인한 모습에서 기존 고정관념을 날려버린다. 미래 지향적인 이미지를 부각하고 외관을 꾸미는 특별한 요소로 손색없다. 뒤는 균형감이 좋다. 적당한 사이즈의 테일램프는 ‘ㄱ’자 모양으로 꺾여 있어 모던한 감각을 드러내고 최대한 깔끔하게 마무리한 트렁크 라인도 조화롭다. 에어로 다이내믹 요소를 고려해 범퍼 끝에 주름을 넣었고 은색 장식과 유광 블랙으로 멋을 냈다.

 











 

 실내 역시 기존 르노 라인업에서 볼 수 없었던 완전히 새로운 구성이 인상적이다. 평평한 대시보드는 넓은 시야를 제공하고 풀 디지털 계기판과 센터 페시아 일체형 모니터를 ‘ㄱ’자 형태로 배치해 독특한 느낌을 자아낸다. 조금 더 운전자 중심의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라이벌과는 다른 참신한 인테리어가 만족스럽다.


 특히, 화면 속을 채우고 있는 UX / UI 구성이 매우 좋다. 그래픽도 깔끔할 뿐만 아니라 눌렀을 때의 적당한 진동과 소리,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는 모습까지 전체적으로 한 체급 위에 차를 모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심지어 자주 사용하는 공조장치는 별도의 물리 버튼으로 마련했기 때문에 기능적인 측면에서도 제 역할을 다한다. 큼직한 세로 형태의 패널이 주는 시원스러운 맛은 덤이다.

 

 센터 터널은 전부 수납의 영역으로 꾸몄다. 그 어떠한 물리 버튼도 존재하지 않는다. 플로팅 타입으로 휴대폰 무선 충전 패드가 위치하며 아래쪽은 활용도가 높은 스페이스로 가득하다. 반면에 컵폴더가 한 개라는 점은 다소 아쉽다.

 

 더블 D컷 스티어링휠은 손에 쥐는 느낌이 준수하며 별도의 주행 모드를 바꿀 수 있는 버튼도 마련했다. 또 회생 제동 단계를 조절할 수 있는 페들시프트도 위치한다. 변속 레버는 바로 뒤쪽에 컬럼식으로 위치해 있다. 또 오디오 조작 버튼 역시 뒤쪽 레버 형태로 자리한다.

 









 

 최신 기술도 엿볼 수 있는데 A-필러에 위치한 인식 감지 센서다. 얼굴을 보고 자동으로 등록을 거쳐 최적화된 실내 환경을 만들어 준다. 이와 함께 하만카돈 사운드 시스템, 마사지 시트, 공기청정 기능, 절묘한 위치에서 빛나는 앰비언트 라이트, 전기 변색을 이용해 투명도를 조절할 수 있는 선루프 등 요즘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최신 편의 장비를 아낌없이 넣었다.


 2열은 기대 이상이다. 전기차 특징을 살려 무릎 공간이 매우 잘 나온다. 가운데 바닥면도 평평해 성인 세 명이 앉아서 이동해도 문제가 없다. 전용 송풍구와 USB C-타입 충전 단자, 특히 팔걸이 겸 컵홀더는 품질이 좋다. 이 외에 시트 면적 자체는 큼직하며 별도의 슬라이딩이나 리클라이닝 기능은 제공하지 않는다. 트렁크는 바닥면이 깊고 아래쪽에 별도의 수납공간을 만들었다. 다양한 짐을 손 쉽게 넣을 수 있다. 

 

 ▲성능
 세닉은 앞쪽에 전기모터를 탑재해 최고출력 218마력, 최대토크 30.6㎏∙m를 발휘한다. 정지상태에서부터 시속 100㎞까지 가속시간은 7.9초다. 전체적으로 평범한 숫자를 갖고 있지만 공차 중량이 1.8톤 밖에 안 되기 때문에 실제 주행 감각은 훨씬 빠르고 경쾌하다.

 

 이는 가속 페달을 조금만 밟아봐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다. 차는 지체없이 달려나가고 눈 깜짝할 사이에 속도를 올린다. 직결감을 높이는 첫인상은 아니지만 충분히 재원표상 숫자보다는 더 강하게 느껴진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조금 더 명확하게 차이를 느낄 수 있다. 탄탄해진 서스펜션과 묵직한 스티어링휠, 민감해진 가속 페달 등 본격적으로 달릴 준비를 마친다. 고속영역까지는 문제없이 빠르게 뻗어 나간다. 추월 가속이라던지 짧고 빠르게 에너지를 써야 하는 순간은 지체 없이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세닉을 주행하면서 한 가지 인상 깊었던 부분은 바로 핸들링이다. 조금만 방향을 틀어도 깔끔하게 안쪽으로 말아 들어가며 안정적인 포물선을 그린다. 실제로 세닉은 12:1의 매우 낮은 조양비를 갖고 있으며 스티어링휠의 최대 회전 수는 2.34회전으로 설정했다. 숏 코너와 롱 코너는 물론 유턴 등에서도 상당히 편했다. 기둥 사이를 지나가야 하는 마트 주차장이나 좁은 골목길에서도 차를 다루는 데에도 부담스럽지 않다.

 

 차의 움직임은 단연 유럽차 느낌이 강하다. 라이벌 데뷔 탄탄한 서스펜션과 우수한 고속 안정성 롤을 적당히 허용하면서도 유연한 움직임이 매우 조화롭다. 반면, 브레이크는 민감도가 조금 높은 편이다. 어느 정도 속도가 붙었을 때 제동을 하는 건 여느 차와 마찬가지로 자연스럽지만 가다서다 반복되는 즉 저속에서의 제동은 한 번에 확 잡는 성격이다. 그만큼 내 차로 오랜 시간 굴리면서 감을 익힐 필요가 있다.

 

 배터리는 87㎾h 용량의 LG에너지솔루션 고성능 NCM을 탑재했다. 이를 바탕으로 1회 충전 시 주행 가능거리는 최장 460㎞를 인증 받았다. 실제 테스트를 하면서 스포츠 모드와 와인딩 로드, 히터를 가득 틀었을 때에도 460㎞는 충분히 기록했다. 전비 운전에 집중한다면 500㎞도 거뜬하게 나갈 듯하다.

 











 

 ▲총평
 세닉은 르노가 긴 시간 축적해 온 전기차 경험의 결과물이다. 단순히 전기 파워트레인을 얹은 SUV가 아니라 전동화를 전제로 처음부터 다시 설계한 차라는 점에서 완성도가 높다. 디자인, 공간 구성, UX/UI, 주행 질감까지 어느 곳 하나 급하게 만들거나 허투로 다루지 않았다.


 이를 바탕으로 일상에서의 균형감이 우수하다. 과도하게 스포티하지도 지나치게 보수적이지도 않다. 경쾌한 가속과 안정적인 핸들링, 넉넉한 공간과 최신 편의 기능, 그리고 현실적인 주행거리까지 절묘하다. 전동화 경쟁이 치열해진 지금, 르노는 세심하게 준비해온 브랜드라는 강점을 앞세워 조용하지만 단단한 한 수를 던졌다. 세닉은 그 답안지에 가장 가까운 차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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