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 다이하츠와 경트럭 튜닝 대결
-레이싱팀도 '3극 체제'로 개편 작업 거쳐
"싸움입니다."
지난 9일 일본 치바 마쿠하리 멧세에서 열린 '2026 도쿄오토살롱' 토요타 가주 레이싱 프레스 컨퍼런스는 이 한 마디로 시작됐다. 이날 토요타가 꺼내든 메시지는 명확했다. 경쟁을 숨기지 않겠다는 것, 그리고 그 경쟁을 통해 결과적으로는 '좋은 차'를 만들겠다는 선언이었다.
토요타는 이날 '토요타 가주 레이싱' 이라는 명칭을 단계적으로 정리하고 현장에서 출발했던 그 때의 이름 '가주 레이싱'으로 다시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가주 레이싱과 토요타 레이싱을 분리 운영하는 체재도 공식화했다. '모터스포츠를 통한 좋은 차 만들기'라는 철학은 유지하고 조직의 역할과 색채를 더욱 선명하게 나누겠다는 취지다.
이번 개편에 따라 가주 레이싱은 월드랠리챔피언십(WRC)과 슈퍼GT, 다카르랠리를 비롯해 새해 타이틀 스폰서 자격을 획득한 하스 포뮬러원(F1) 팀 활동을 전담한다. 토요타 레이싱은 나스카와 세계 내구 선수권(WEC)에 집중한다. 두 조직 사이에서 루키 레이싱은 실전 개발과 인재 육성을 맡는 가교 역할을 수행한다. 로고 전환은 2027년 1월까지 단계적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이날 현장에서 가장 큰 관심을 모은 장면은 ‘미드십 프로젝트’의 정체가 공개되는 순간이었다. 토요타가 예고했던 ‘미드십·2인승’ 프로젝트는 신형 스포츠카가 아니라 다이하츠 경트럭 ‘하이젯’을 기반으로 한 커스터마이징 대결이었다. 발표와 동시에 좌중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한때 MR-S의 후속 스포츠카를 기대했던 관측과는 전혀 다른 결과물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프로젝트는 토요타 내부 경쟁에서 출발했다. 최근 품질 인증 이슈로 홍역을 치른 다이하츠가 “이럴 때일수록 좋은 제품으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토요다 아키오 회장의 제안에 응답하며 제품 경쟁을 공식적으로 제안한 것이 계기였다. 다이하츠는 자사의 상징과도 같은 경트럭을 무대로 승부를 걸었고 토요타는 이를 정면으로 받아들였다.
대결 구도는 이례적이었다. 완성차 제조사 다이하츠의 개발팀과 아키오 회장의 차를 전담해 온 ‘동네 정비소’를 자처한 커스터마이저 팀이 맞붙는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대기업 제조사와 소규모 커스터마이저의 대결이라는 설정 자체가 현장의 분위기를 달궜다.
다이하츠는 제조사로서 경트럭의 본질에 충실한 해석을 택했다. ‘운반하고, 일하고, 돕는다’는 경트럭의 मूल적인 기능을 유지하면서도 미드십 구조가 주는 재미와 튜닝 요소를 더했다는 설명이다. 전투범퍼와 탈부착식 루프, 서치라이트 등을 적용해 강인한 인상을 강조했고 작업 장비를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도 마련했다. 로우 모드에서는 이론상 45도의 급경사도 오를 수 있는 등판 능력도 강조했다.
반면 토요타 측은 하이젯을 ‘사람을 즐겁게 하는 차’로 재해석했다. 적재함에 시트를 추가해 4인승으로 개조했고 GR86용 서스펜션을 가공해 장착했다. 적재함 높이를 낮춰 트럭의 이미지를 벗어나려는 시도도 더했다. 머플러 팁은 아키오 회장의 개인 차인 GR 코롤라와 동일한 부품을 사용했다.
언뜻 보면 단순한 이벤트처럼 보이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아키오 회장의 성향이 고스란히 드러난 장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는 제품을 통한 경쟁이라면 상대가 현대자동차와 같은 외부 브랜드든 계열사든 가리지 않고 정면 승부를 택해 왔다. 실제로 그는 현장에서 “제품을 놓고 싸운다면 무조건 이기고 싶고 그 과정에 모든 것을 쏟아붓는다”는 취지의 발언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
도쿄오토살롱에서 공개된 경트럭 대결과 가주 레이싱 조직 개편은 하나의 메시지로 수렴된다. 대형 브랜드가 주도하는 고성능 스포츠카 경쟁이 아니라 생활 속 가장 가까운 차와 내부 조직을 무대로 삼은 경쟁을 통해 ‘좋은 차’의 정의를 다시 묻겠다는 것. 토요타와 다이하츠, 그리고 아키오 회장이 같은 무대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경쟁을 꺼내든 이유다.
치바(일본)=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