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파워트레인을 고급스럽게 뽑아내는 車
-카이엔이 가지는 특징과 매력은 여전해
지난해 한국 시장에서 주목할 만한 자동차 브랜드를 꼽으라면 단연 포르쉐다. 누적 판매 대수 1만 대를 가뿐히 넘기며 전년 대비 29.7%나 성장했다. 대내외적으로 쉽지 않았던 전체적인 자동차 시장의 흐름을 감안하면 성당이 우수한 실적이다. 그리고 이 같은 성과에는 전동화 발전이 큰 역할을 차지했다. 실제로 전체 판매 중 전동화 라인업 비중은 절반 이상에 달하며 순수 전기차뿐만 아니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까지 전체적으로 고른 상승세를 기록했다. “파워트레인 상관없이 포르쉐는 역시 포르쉐다”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이유다. 이 같은 브랜드 전동화 성장의 가치와 능력을 확인해 보기 위해 고성능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SUV 카이엔 S E-하이브리드 쿠페를 시승했다. 새로운 차원의 드라이빙 퍼포먼스를 보여주며 색다른 운전 재미와 즐거움을 모두 만끽할 수 있는 차다.
▲디자인&상품성
겉모습은 포르쉐다운 특징을 온전히 경험할 수 있다. 볼륨감을 강조한 팬더와 보닛, 유연한 곡선과 실루엣이 두드러지는 캐릭터 라인 등이 대표적이다. 이와 함께 커다란 공기 흡입구와 바짝 치켜 올린 범퍼, 높은 지상고 등이 단연 카이엔의 매력을 더한다. 신형으로 오면서 램프 크기를 키우고 주간주행등의 모습도 더욱 선명해졌다.
이와 함께 고성능 차를 암시하는 대형 브레이크 디스크와 빨간색 캘리퍼, 감각적인 휠 디자인 등이 모두 어우러져 완벽한 조합을 만들어 낸다. 펜더에는 차의 존재감을 나타내는 e-하이브리드 배지를 넣었고 곳곳에 유광블랙으로 장식을 둘러 고급감도 강조했다.
쿠페의 특징을 살린 뒷테는 극단적으로 짧은 트렁크 라인과 완만하게 내려앉은 뒷유리창, 세련된 디자인의 루프 스포일러까지 전체적인 조화가 마음에 든다. 포르쉐 양각 로고를 하나로 묶은 가로로 긴 테일램프와 쿼드 배기 시스템 등 비율로도 환상적이다.
실내는 카이엔 만의 특징을 나타내는 곳들로 가득하다. 대표적으로 세로 형태의 에어벤트, 센터터널 양끝에 잡을 수 있는 부메랑 모양의 지지대 등이다. 강인한 SUV 이미지를 잘 표현했으며 고급감도 함께 챙겼다.
이와 함께 신형으로 오면서 디지털 요소를 대폭 강화했는데 커브드 형태의 계기판은 물론 시원스러운 센터페시아 모니터, 심지어 동일한 위치에 패신저 디스플레이까지 마련했다. 안쪽을 채우는 구성은 최대한 깔끔하고 일목요연하게 정리했으며 직관성도 좋아서 주행 중 조작을 하는 데에도 문제가 없다. 특히, 풀 디지털 계기판은 그래픽 형태가 매우 다양해 조금도 지루할 틈이 없다.
이를 제외한 각종 버튼들은 제법 익숙하다. 스티어링 휠도 마찬가지고 대시보드 중앙에 붙은 크로노그래프(시승차는 나침반으로 바꿨다), 절도 있는 공조장치까지 만듦새가 매우 좋다. 큼직한 컵홀더와 수납함, 휴대폰 무선 충전 패드 등 세그먼트 본분을 살린 공간 활용도 또한 부족함이 없다. 카이엔 중에서도 상위 트림이기 때문에 편의 품목은 차고 넘친다. 열선과 통풍은 물론 4-존 에어컨, 헤드업디스플레이, 최고급 사운드 시스템, 질 좋은 가죽으로 감싼 지능화된 시트 등 어느 한 부분 단점을 잡기 힘들다.
2열은 상대적으로 시트 포지션이 낮아서 머리 윗공간이 매우 넉넉하며 무릎 공간도 전혀 부족하지 않다. 이와 함께 전용 송풍구와 햇빛가리게 등 필요로 하는 기능들은 전부 다 마련되어 있고 큼직한 파노라마 선루프 덕분에 개방감도 훌륭하다. 트렁크 역시 넉넉한 사이즈를 바탕으로 짐을 가득 실어도 남는다.
▲성능
카이엔 S E-하이브리드 쿠페의 핵심은 파워트레인이다. 거대한 보닛 안에는 최고 360마력을 내는 V6 3.0ℓ 가솔린 터보 엔진이 들어있다. 여기에 176마력을 발휘하는 고출력 전기모터가 뒤에, 용량을 키운 배터리가 아래에 위치해 합을 맞춰 움직인다. 그 결과 시스템 출력은 519마력, 최대토크 76.5㎏∙m에 이른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 가속시간은 4초 중반이면 끝난다. 안전제한을 둔 최고속도는 263㎞다.
강력한 숫자들로 가득하지만 일반적인 주행에서는 쉽게 알아차리기 힘들다. 여느 하이브리드 차와 마찬가지로 차분하고 고요할 뿐이다. 부드럽게 전진하고 소리 없이 속도를 올린다. 물론 고속 영역에서는 엔진을 깨우지만 쉽게 알아차리기 힘들다. 전기에너지를 최대한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하이브리드차가 줄 수 있는 장점을 극대화한다. 그만큼 누구나 쉽게 차를 다룰 수 있고 친근하게 합을 맞출 수 있다. 제원표상 높은 숫자들만 보고 미리 겁먹을 필요 없다는 뜻이다.
포르쉐다움을 느끼고 싶다면 주행 모드를 스포츠로 바꾸면 된다. 엔진 회전수가 올라가고 스로틀 반응도 조금 더 경쾌해진다. 이 상황에서 가속 페달을 밟으면 차는 속 시원하게 달려나간다. 호쾌한 성능을 바탕으로 시종일관 무리를 이끌고 선두 자리를 지킨다. 고속을 향해 뻗어 나갈 때에는 한계점을 잊을 정도로 지치는 기색이 없다. 여러모로 강력한 출력과 토크를 실감하게 한다.
욕심을 부려 한 단계 더 높이면 차는 맹수로 돌변한다. 스포츠 플러스에서는 차고가 낮아지고 스티어링휠이 딱딱해지며 서스펜션은 바짝 긴장한다. 엔진 회전수도 1000rpm이상 오른다. 밟는 즉시 차는 튀어나가고 묵직한 덩치를 잊을 만큼 질주한다. 기본적인 엔진의 능력도 뛰어나지만 함께 성능을 더하는 전기모터의 반응이 더 환상적이다. 찰나의 순간도 허용하지 않으며 한번에 훅 하고 순간 이동한다.
무엇보다도 속도를 올리는 모든 과정이 자극적이지 않다. 분명 계기판 속에는 엄청난 숫자가 찍혀 있는데 실내에서 느끼는 감각은 절반 수준이다. 그 정도로 고속 안정성이 좋다. 귓가를 울리는 거친 사운드도 잘 들을 수 없다. 굵은 엔진음이 조금씩 들려오는 정도이지만 거슬리지 않고 고급 오디오와 함께 라면 이 마저도 들을 수 없다. 종합적으로 볼 때 강한 성격을 일부러 과시하지 않고 주변 사물과 흐름에 동화되며 고급스럽게 달릴 줄 안다.
차의 성격을 자유자재로 바꾸는 주행 모드는 매우 다양하다. 기본적으로 오프로드와 E-파워, 하이브리드,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로 나뉜다. 오프로드는 각 바퀴에 전달되는 접지에 집중하며 최대토크에 온 신경을 쏟는다. 그만큼 속도 보다는 험로를 통과하기 위한 강력한 힘이 우선이며 서스펜션은 최고 지상고로 저절로 올라간다.
E-파워는 전기의 힘을 적극 활용한다. 배터리가 일정 부분 채워진 상황에서 다룰 수 있으며 전기에너지 특유의 매끄러운 가속 및 순간적인 펀치력이 일품이다. 하이브리드는 가장 일반적인 모드다. 저속에서는 전기모터의 역할로 속도를 올리거나 줄이고 중속에서는 엔진을 깨운다. 또 가속페달을 깊게 밟거나 고속으로 올라갈수록 엔진과 전기모터가 힘을 합쳐 적극적으로 성능을 발휘한다.
참고로 하이브리드 안에서도 크게 하이브리드 오토, E-홀드, E-차지 세 가지로 나뉜다. 하이브리드 오토는 차가 알아서 모든 과정을 컨트롤하며 대중적인 운전자들이 일상 생활에서 가장 많이 활용할 듯하다. 반대로 E-홀드는 배터리를 묶어두는 역할을 한다. 남아있는 배터리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고 가둬두기 때문에 필요한 상황에서 꺼내 쓸 수 있다. E-차지는 회생제동을 적극 활용해 배터리를 채우는 데에 집중한다. 주행가능거리가 빠르게 늘어나는 마법을 경험할 수 있다.
각각의 주행 모드는 저마다의 장점을 앞세워 특별한 운전 경험을 전달했다. 엔진과 전기모터, 배터리가 유기적으로 활동하며 다양한 조건에서 차를 최적의 상황으로 만들어 냈다. 기술적인 완성도가 뛰어났으며 포르쉐의 능력에 저절로 박수를 보낸다. 한편으로는 내 차로 오랜 시간 굴리면서 생활 패턴에 맞는 모드별 주행이 이뤄진다면 만족도는 곱절로 뛸 듯하다.
거동과 반응, 즉 움직임은 여전히 포르쉐답다. 운전자가 의도한 만큼만 정확히 방향을 틀며 코너에 진입한다. 이후 정교한 포물선을 그린 뒤 탈출 시에는 접지력을 최대한 살려 신속하게 나온다. 챔버와 밸브 타입을 새로 다듬은 섀시컨트롤의 변화도 적극적이고 서스펜션이 노면을 대응하는 수준도 훨씬 넓어졌다. 모든 순간이 순식간에 스쳐 지나가지만 짧은 과정 속에서 차가 흔들리거나 불안한 모습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크고 높은 SUV가 맞나 싶을 정도의 반응과 감각으로 감탄사가 자연스럽게 나온다.
카이엔 S E-하이브리드 쿠페는 전동화가 포르쉐의 정체성을 흐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가장 설득력 있게 증명한 차다. 전기모터의 즉각적인 반응과 내연기관의 깊은 호흡은 서로를 보완하며 성능을 ‘과시’가 아닌 ‘여유’로 풀어낸다. 빠르지만 거칠지 않고 강하지만 부담스럽지 않다. 일상에서는 조용하고 고급스럽게 필요할 때는 망설임 없이 포르쉐다운 본색을 드러낸다. 전동화 시대에도 여전히 운전의 즐거움을 중심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이 차는 분명한 답을 제시한다. “이게 바로 포르쉐”, “역시 포르쉐”라는 말이 가장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카이엔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