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보다 감각 앞세운 브랜드 방향
-미드십, 로터스를 정의하는 방식
로터스코리아가 브랜드 대표 미드십 스포츠카를 소개하며 브랜드 정체성 및 연결의 의미를 강조한다고 30일 밝혔다.
로터스는 얼마나 빠른가보다 어떻게 달리는가를 먼저 묻고, 그 질문을 중심으로 일관된 역사를 쌓아왔다. 그리고 로터스는 이 질문에 언제나 하나의 방식으로 답해왔다. 엔진을 차체의 중심, 운전자 뒤에 배치하는 미드십 구조다. 이는 단순한 레이아웃을 넘어 로터스 스포츠카를 이해하는 언어이자 태도다. 이 철학은 시대가 바뀔수록 더 많은 팬을 낳으며 오히려 더욱 견고해졌다.
그 시작은 1966년 등장한 유로파였다. 로터스 미드십 서사의 출발점이자, 브랜드만의 사고방식을 선언한 모델이다. 가능한 한 가볍고 단순하게 만들고 차체의 중심에서 모든 움직임이 시작되도록 설계한 것이다. 레이싱에서 축적된 미드십 개념을 도로 위로 옮겨온 이 콤팩트 스포츠카는 등장과 동시에 시선을 사로잡았고 로터스가 앞으로 어떤 방향을 향해 갈 것인지를 명확히 각인시켰다.
1976년 등장한 에스프리는 이 철학을 한 단계 끌어올린 존재다. 주지아로가 설계한 웨지 디자인은 미드십 레이아웃을 시각적으로 극대화했고 낮게 깔린 차체와 넓은 자세는 로터스를 단숨에 슈퍼카의 영역으로 끌어들였다.
에스프리는 시대에 맞춰 꾸준히 진화했다. 터보차저 엔진을 거치며 성능을 끌어올렸고 1996년에는 트윈터보 V8 엔진을 얹으며 정점에 도달했다. 무게를 억지로 억누르는 힘이 아니라 차체 중심에서 자연스럽게 흐르는 움직임을 고수했다.
1996년에는 또 하나의 전환점이 등장한다. 브랜드 철학을 가장 순수한 형태로 드러낸 엘리스다. 이 차에서 미드십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한 구조가 아니다. 스티어링을 돌리는 순간, 운전자는 차체 중심과 직접 연결된 감각을 경험한다. 출력 수치는 중요하지 않다. 반응이 먼저 다가오고, 속도보다 균형이 더 또렷하게 느껴진다.
한 걸음 더 나아간 제품이 에보라다. 에보라는 로터스 미드십 역사에서 가장 현실적인 고민과 해법을 제시했다. 2+2 구조와 V6 엔진, 넓어진 차체와 개선된 승차감은 이전의 로터스와 분명한 차이를 만들어냈다. 시대가 요구한 확장이었지만 정체성은 흔들리지 않았다. 엔진을 차체 중심에 배치해 얻는 무게 배분과 조향 감각, 로터스 특유의 섬세한 핸들링은 그대로 유지됐다.
2021년 공개된 에미라는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로터스 미드십 철학을 현재형으로 이어왔다. 반세기에 걸친 사고방식을 하나의 문장으로 정리한 결과물이자 완성도와 운전의 즐거움을 모두 끌어올린 제품이다. 엘리스가 남긴 경량의 감각, 에보라가 보여준 일상성, 에스프리가 쌓아온 브랜드의 상징성이 하나의 플랫폼 위에서 조화를 이룬다.
로터스의 미드십 역사는 신형 모델이 등장할 때마다 새로 쓰인 이야기가 아니다. 유로파에서 뿌려진 씨앗은 에스프리에서 뿌리를 내렸고, 엘리스에서 가장 순수한 열매로 피어났다. 이후 에보라를 거쳐 에미라에 이르기까지 가지를 넓히며 브랜드를 정의하는 거목으로 성장해 왔다. 로터스에게 미드십은 선택이 아니라 정체성이고 그 흐름은 지금, 이 순간에도 끊김이 없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