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 광고·공동 행사에 이어 또 한 번 공개 응원
-"현대차만큼 토요타도 승부욕 강하다"..의지 드러내
국내 주요 일간지 지면에 이색적인 전면 광고가 실렸다. 광고의 주인공은 토요타 가주 레이싱이지만 화면 절반을 채운 것은 다름 아닌 현대자동차의 랠리카다.
토요타 가주 레이싱은 2일 국내 주요 일간지에 낸 신문 광고를 통해 "현대차도 승부욕이 강한 것 같습니다만 토요타 역시 승부욕이 매우 강하다"며 "현대자동차 여러분! 이번 시즌도 팬들의 마음을 뜨겁게 달굴 멋진 랠리를 함께 즐깁시다!"라는 공개 메시지를 전했다. 메시지의 발신자는 도요다 아키오 토요타자동차 회장이다.
그는 광고 문안에서 "올해도 다시 멋진 라이벌로 함께 달릴 수 있는 것이 더 없이 기쁘고 몹시 기대된다"며 현대차를 직접적으로 치켜세웠다. 해당 광고는 우리나라 뿐만이 아닌 일본 주요 일간지에도 개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광고 속 아키오 회장은 현대차 i20 랠리카 앞에서 환하게 웃으며 엄지를 치켜세우고 있다. 평소 모리조(Morizo) 라는 가명으로 모터스포츠 무대에서 활동하며 레이싱에 깊은 애정을 보여주고 있지만 글로벌 완성차 그룹 총수가 경쟁사의 로고가 선명한 차 앞에서 응원의 제스처를 취한 장면 자체가 매우 이례적이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상적인 대목은 “라이벌과 경쟁하며 느끼는 분함과 기쁨이 있기에 서로가 더 좋은 차를 만들 수 있다”고 언급한 부분이다. 토요타가 평소 강조하고 있는 '모터스포츠를 통한 좋은 차 만들기' 라는 철학을 읽을 수 있어서다. 아키오 회장은 평소 모터스포츠라는 '예측 불가 영역'을 통해 더 좋은 자동차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광고가 최근 들어 눈에 띄게 가까워진 현대차와 토요타의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분석한다. 두 회사는 지난 2024년 국내에서 '현대 N x 토요타 가주 레이싱 페스티벌'을 열었고 이 자리에는 정의선 회장과 아키오 회장이 직접 참석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뿐만 아니다. 그 해 WRC에서는 토요타가 현대차의 드라이버 부문 챔피언 타이틀을 획득한 걸 축하하는 광고를 냈다. 현대차도 작년 WRC에서 트리플 크라운(제조사, 드라이버, 코드라이버 부문 챔피언)을 달성한 토요타에 축하 광고를 내며 훈훈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아키오 회장은 최근 도쿄 오토살롱 프레스 컨퍼런스에서도 현대차를 먼저 언급하며 경쟁 구도를 꺼냈다. 당시 그는 “강한 라이벌이 있기에 레이스는 더 재미있어지고 차는 더 좋아진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며 현대차의 모터스포츠 행보를 높이 평가했다.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사의 이름을 공개 석상에서 반복적으로 거론하는 모습은 아키오 회장이 현대차와의 경쟁에 진심이라는 점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광고 하단의 작은 문구도 눈길을 끈다. 아키오 회장은 “현대차와 포드 외에도 더 많은 라이벌이 등장하면 분위기는 더욱 뜨거워질 것”이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덧붙였다. 침체된 모터스포츠와 고성능 기술 경쟁의 ‘판’을 키우자는 전략적 제안으로 읽힌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자기 돈을 들여 경쟁사의 이름과 차를 광고에 실어주는 것은 강한 자신감이 없으면 불가능한 선택”이라며 “지속적으로 일관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는 점에 비춰볼 때 단순 마케팅이나 의례적인 수사를 넘어 이들이 얼마나 경쟁에 진심으로 임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현대차와 토요타는 지난 1월 25일(현지시각) 몬테카를로 랠리를 시작으로 개막한 2026 WRC에서 치열한 경쟁을 이어나가고 있다. 토요타는 올해 WEC에서도 제네시스와 맞붙으며 또 다른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