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하지 않지만 이해하게 만드는 직관
-디지털로 단순해진 실내, 낯설지만 익숙해져
-일상과 재미의 균형 갖춘 주행성능도 인상적
시동 버튼을 찾지 못해 한참을 헤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당황스럽진 않았다. 오히려 '아 이런 차였지' 하는 생각부터 올라오게 된다. 오래 전 잠깐 경험해봤던 클래식 미니의 기억이 어렴풋이 겹쳤기 때문일까. 친절하지 않지만 직관적인 구조, 설명해주지 않지만 스스로 이해하도록 만드는 방식. 마치 보조 바퀴를 떼는 과정까지 설계해 놓은 자전거처럼 낯설지만 결국은 더 자유롭게 만들기 위한 방향이다.
▲디자인&상품성
어릴 적 자전거를 처음 탈 때를 떠올리게 한다. 보조 바퀴를 떼는 순간, 불안함과 자유가 동시에 찾아온다. 미니 쿠퍼 S 3도어는 보조 바퀴를 완전히 떼어내기 직전 그 마지막 단계 어딘가에 서 있다.
겉모습만 보면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원형 헤드램프와 짧은 오버행, 낮게 깔린 차체 비율은 그대로다. 대신 군더더기를 덜어냈다. 그릴 테두리는 얇아졌고, 범퍼와 보닛 위 장식은 사라졌다. 옆모습에서는 장식적인 요소를 지우면서 차체의 굴곡이 더 또렷하게 드러난다. 전장 3,875㎜, 전폭 1,745㎜, 전고 1,450㎜. 휠베이스 2,495㎜ 역시 이전과 같다. 수치는 익숙하지만 인상은 훨씬 정제됐다.
실내는 변화의 방향이 더 극단적이다. 계기판을 없애고 직경 240㎜ 원형 OLED 디스플레이 하나로 대부분의 기능을 통합했다. 버튼은 최소한으로 줄였고 토글 바만 남겼다.
문제는 이 단순함이 처음에는 낯설게 다가온다는 점이다. 시동 버튼을 찾는 데만 몇 분이 걸렸다. 어디에 있어야 할지 감이 오지 않는다. 결국 중앙 토글 바에서 시동 스위치를 발견하고 나서야 차를 움직일 수 있었다.
그러나 처음엔 낯설지만 구조를 이해하는 순간 오히려 더 간결해진다. 속도는 헤드업 디스플레이로 확인하고 나머지는 중앙 화면에서 처리한다. 구조가 단순해진 만큼 조작 흐름도 명확하다. 보조 바퀴 없이 균형을 잡기 시작하는 순간과 비슷하다.
티맵 기반 내비게이션과 다양한 앱, 스트리밍 기능까지 더해지면서 디지털 경험은 확실히 확장됐다. 7가지 익스피리언스 모드는 조명과 그래픽, 사운드를 함께 바꾸며 차의 분위기를 통째로 바꿔놓는다. 대시보드 위로 퍼지는 빛은 단순한 기능을 넘어 하나의 연출처럼 느껴진다.
적재 공간은 기본 210ℓ, 2열 폴딩 시 725ℓ까지 늘어난다. 여전히 공간보다는 감각이 우선인 차지만 일상에서 부족함을 느낄 정도는 아니다.
▲성능
파워트레인은 2.0ℓ 가솔린 터보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204마력, 최대토크 30.6㎏·m를 낸다.
숫자만 놓고 보면 자극적인 수준은 아니다. 대신 반응이 빠르다. 스로틀을 밟는 순간 지체 없이 토크가 올라오고 듀얼클러치는 상황에 맞춰 단수를 정리한다. 운전자의 의도를 읽고 바로 행동으로 옮기는 타입이다.
와인딩 구간에 들어서면 이 차의 성격이 더 또렷해진다.스티어링을 꺾는 순간 앞머리가 망설임 없이 코너 안쪽으로 파고든다. 응답성은 빠르고, 라인을 타는 과정이 자연스럽다. 코너 중반에서는 차체가 크게 기울지 않은 채 중심을 낮게 유지한다. 롤은 짧고 복원은 빠르다. 운전자는 차의 움직임을 한 박자 앞서 읽을 수 있다.
탈출에서는 스로틀을 열어도 흐트러짐이 크지 않다. 전자식 제어가 개입하면서 구동력을 알아서 정리한다. 한계를 넘어서면 전륜구동 특유의 언더스티어가 서서히 나타나지만 급격하게 무너지기보다는 점진적으로 밀려난다. 충분히 예측 가능한 범위다.
브레이킹에서도 흐름이 끊기지 않는다. 페달을 밟으면 감속력이 일정하게 쌓이고 하중 이동이 과도하게 쏠리지 않는다. 코너 진입 전 차를 정리하는 과정이 수월하다. 그리고 이 모든 감각은 하나로 모인다. 카트를 타는 것처럼 차와 운전자가 직접 연결된 느낌. 미니가 오래도록 강조해온 고 카트 필링이 여전히 살아 있다.
다만 이번 세대는 그 감각을 조금 더 다듬었다. 스티어링은 이전보다 부드러워졌고 응답에 약간의 여유가 생겼다. 시승차에 장착된 윈터 타이어의 영향도 있겠지만 전반적으로는 다루기 쉬운 방향으로 조율된 인상이다. 서스펜션도 결이 달라졌다. 기본적인 성향은 여전히 단단하지만 노면 충격을 전달하는 방식이 한층 정제됐다. 과거처럼 거칠게 밀어붙이기보다는 한 번 걸러 전달하는 느낌이다.
변화는 일상에서 더 크게 느껴진다. 예전의 미니는 외모와 달리 승차감에서 오는 부담으로 호불호가 갈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아이를 등원시키는 젊은 엄마에게도, 보리밥 먹으러 서울 근교로 나서는 노부부에게도, 목적 없이 드라이브를 나서는 2030에도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그렇다고 성격이 순해졌다고 보긴 어렵다. 여전히 통통 튀고, 단단하며, 구간에 따라선 다소 거칠게 느껴진다. 다만 그 ‘악동스러움’을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다듬은 쪽에 가깝다. 이전 세대가 운전자에게 즉각적인 긴장감을 요구하는 차였다면 이번 세대는 그 긴장감에 들어가는 과정을 조금 더 완만하게 풀어냈다. 보조 바퀴를 떼고도 넘어지지 않도록 균형을 잡아주는 쪽에 가깝다.
▲총평
미니 쿠퍼 S 3도어는 본질을 바꾸지 않은 채 접근 방식을 바꾼 차다. 여전히 코너를 향해 달려가고 싶은 차고 운전자가 개입할수록 재미가 살아난다. 동시에 그 재미를 일상에서도 꺼내 쓸 수 있도록 문턱을 낮췄다. 보조 바퀴를 떼어낸 자전거처럼 처음엔 낯설지만 결국 더 자유로워지는 방향이라고 해야할까. 미니는 그 균형점을 찾아가는 과정에 놓여있다.
미니 쿠퍼 S 3도어는 페이버드 단일 트림으로 가격은 4,750만원이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