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 기술 이어받은 역대급 양산 AMG
-강력한 출력과 전기에너지 효율 인상적
메르세데스-AMG 고성능 스포츠카 GT가 2세대로 돌아왔다. 오랜만에 등장한 완전 변경도 반갑지만 더욱 놀라운 건 기술이다. 최상위 트림인 63 S E 퍼포먼스의 경우 F1 기술을 양산차에 대거 적용한 게 특징. 그만큼 차원이 다른 퍼포먼스와 운동 실력을 바탕으로 도로 위에서 종횡무진한다. 단순히 빠른 차가 아닌 완성도 높은 주행 퀄리티를 바탕으로 드라이버를 키워낼 수 있는 경주차나 다름없다. 직접 키를 건네받아 장거리 시승을 통해 능력을 확인해 봤다.
▲성능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부분은 단연 파워트레인이다. 4.0ℓ V8 바이터보 엔진, 포뮬러 1TM 기술에 기반한 AMG 고성능 배터리, 전기 모터로 구성한 P3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탑재해 2세대 GT 중 가장 강력한 성능인 시스템 최고출력 816마력. 최대토크 1,420Nm를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 100㎞/h까지 단 2.8초 만에 도달해 역대 AMG 양산 차 중 가장 빠른 가속력을 보여주며 최고속도는 320㎞/h이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기반 답게 상당히 많은 기능을 제공한다. 기본적인 컴포트와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는 물론이고 트랙 질주에 특화된 레이스 모드도 갖췄다. 여기에 순수 전기 에너지의 힘으로만 갈 수 있는 일렉트릭 모드와 남아 있는 배터리의 양을 가둬 둘 수 있는 배터리 홀드, 인디비주얼은 물론 접지력을 높이는 눈길 모드까지 운전 상황에 맞춰서 다양한 설정을 제공한다.
가장 많이 사용하게 될 컴포트의 경우 부담 없이 차를 다룰 수 있다. 강력한 숫자들과는 사뭇 다르게 조용하고 여유롭게 치고 나간다. 벤츠 특유의 안락한 감각도 일품이다. 가속 페달 반응이 예민하지 않고 서스펜션과 스티어링 휠도 매끄럽다. 힘은 넉넉하기 때문에 언제든지 페달에 힘을 주면 단번에 고속 영역으로 차를 올려 놓을 수도 있다.
차와 적당히 통성명을 한 뒤 주행 모드를 스포츠로 돌렸다. 배기사운드가 커지고 RPM이 올라가며 본격적으로 달릴 준비를 마친다. 해당 모드에서는 기본적인 엔진과 변속기 능력을 확인할 수 있다. 강력한 출력과 토크도 마음에 들지만 이를 아낌없이 쓸 수 있게 도와주는 변속 세팅이 기가 막힌다. 운전자가 생각하는 것보다 한 박자 먼저 움직이고 눈 깜짝할 사이에 단수를 여러 번 올리고 내린다.
한마디로 RPM이 춤을 춘다라는 말이 딱 맞을 듯하다. 심지어 업시프트를 이어 나갈 때 쿵쿵 올리면서 반동을 주는 느낌까지도 마치 경주차를 모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여기에 또 한 가지 킥은 바로 전기모터다. 150㎾(204마력)의 출력을 발휘하는 전기 구동 장치는 전기 모터 및 기계식 리어 액슬 리미티드 슬립 디퍼렌셜 등이 통합돼 있다. 이는 뒤 차축에 독립적으로 탑재돼 동력을 후륜에 즉각 전달하며 차의 중량 배분을 최적화해 높은 주행성능의 기반을 제공한다.
상당히 강력하며 아낌없이 엔진을 보조하고 질주한다. 훅 하고 치고 나가는 느낌이 대배기랑 내연기관에서는 볼 수 없는 방식이다. 전기 에너지의 힘을 온전히 경험할 수 있으며 V8 엔진과 어우러져 최고의 시너지를 낸다. 이 상태에서 주행 모드를 스포츠 플러스로 돌리면 또 다른 신세계가 펼쳐진다.
차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들이 강력해지고 자비 없이 튀어나간다. 굽이치는 와인딩 로드에서 가속 포인트를 완벽히 알아차리며 지체 없이 힘을 더하는 느낌이 상당하다. 오랜 시간 하드코어하게 차를 굴려도 지치는 기색이 없다. 무한 증식이 되는 것 같은 배터리는 절대로 주행거리가 0으로 떨어지는 일이 없다. 끊임없이 전기모터를 회생제동이 관여하고 매 순간 배터리를 채워 주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엄청난 냉각 기술이 차를 언제나 최상의 컨디션으로 만들어 놓는다. 차에는 메르세데스-AMG 페트로나스 포뮬러 1 팀의 레이싱카 기술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직접 냉각 시스템이 적용된 AMG 고성능 배터리를 탑재했다. 560개의 셀을 개별적으로 냉각하는 리튬이온 배터리 시스템은 연속적인 사용에도 높은 성능을 제공해 차의 전반적인 성능까지 끌어올린다.
물론 이 모든 걸 운전자가 공학적으로 이해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드라이빙을 하면서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차가 지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주 가혹하게 몰아붙이고 역동적인 주행을 장시간 이어 나가도 한결같은 최상의 컨디션을 보여준다. 트랙 주행에서는 이 같은 요소가 매우 중요한데 AMG GT는 라이벌 대비 확실한 장점을 가지고 간다. 고도화된 파워트레인 기술과 합을 맞추는 섀시컨트롤도 훌륭하다. 차의 움직임을 결정짓는 서스펜션과 각종 파츠 세팅이 감동적이다.
AMG 액티브 라이드 컨트롤 서스펜션은 주행 모드뿐만 아니라 노면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해 최적의 댐핑 값을 제공한다. 바닥에 바짝 붙어 달리면서도 불쾌한 감각을 전부 흡수하고 운전자에게는 필요한 노면의 정보만 전달한다. 여기에 최대 2.5도 조향되는 리어 액슬 스티어링은 넓고 긴 자체를 컴팩트하게 다룰 수 있게 도와준다.
과감하게 코너 앞머리를 찔러 들어간 뒤 탈출 시점을 빠르게 잡아 가속페달을 밟아도 완벽히 소화해 내는 능력이 대단하다. 물론 운전자가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스로틀 양이라는 전제 조건이 붙는다. 엄청난 펀치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조금만 이성의 끈을 놓으면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이와 함께 레이스 모드는 상대적으로 지형 지물이 없고 안전이 보장된 트랙에서만 사용하는 걸 추천한다. 자세 제어장치 개입이 많이 줄어들고 말 그대로 날것의 성격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사운드도 체크해야 할 부분이다. 일렉트릭과 컴포트 모드에서는 전기음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며 미래 지향적인 느낌을 드러낸다.
윙윙거리면서 마치 고성능 전기 스포츠카를 타는 것 같은 착각도 준다. 반대로 스포츠에서는 엔진음과 배기음이 조화를 이루며 환상적인 합주를 이끌어내고 스포츠 플러스에서는 조금 더 강력해진 소리를 바탕으로 괴성을 지른다. 천둥을 치는 듯한 엔진음과 시종일관 터지는 배기음, 고 RPM에서 레드존으로 최대한 끌었을 때 들리는 웅웅 거리는 공명음 마저도 아름다운 음악으로 들린다. 예전 V12 엔진을 얹었던 63배기음과 상당히 비슷하며 자동차 매니아들에게 심금을 울리기에 딱이다.
▲디자인&상품성
흥분을 가라앉히고 몸과 마음을 정리할 겸 한적한 공터에 차를 세웠다. 이제서야 아름다운 형상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외관은 독보적이다. 롱노즈 숏데크의 정석을 보는 듯하며 과격한 파츠와 공격적인 인상이 단연 스포츠카 매력을 높인다. 모든 공기를 빨아들일 것만 같은 거대한 그릴과 날카로운 세로 핀, 거대한 삼각별 로고만 봐도 이미 게임 끝이다.
여기에 파워돔 보닛은 감성을 극대화하고 극단적으로 높이를 낮춘 팬더는 한껏 부풀려 와이드한 인상을 강조한다. 마누팍투어 21인치 AMG 크로스 스포크 단조 휠은 골드 컬러까지 입혀 매우 고급스럽다. 이와 함께 카본 세라믹 디스크 브레이크와 6피스톤 캘리퍼 조합도 뛰어나다. 뒤는 거대한 고정형 리어스포일러가 시선을 끈다. 여기에 입체적으로 튀어나온 테일램프와 고성능 AMG를 상징하는 사각형 쿼드베기 시스템까지 어느 곳 하나 단점을 찾을 수 없다.
실내는 제법 익숙하다. 앞서 출시한 GT 55, SL 시리즈들과 동일한 구성이다. 여느 벤츠가 그랬듯이 그래픽의 형태와 가장 최신의 NBUX도 쓰기 편하다. 시원스러운 글씨와 구성으로 누구나 쉽게 조작할 수 있다. 특히, AMG 퍼포먼스 탭으로 들어가면 차와 관련된 매우 많은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내연기관과 전기에너지를 어느 정도로 쓰고 있는지, 지금 내 차의 구동력은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심지어 IWC 크로노그래프 시계를 동해 시간도 잴 수 있다. 이 외에도 트랙페이스 탭으로 들어가면 세계 유수의 서킷 정보가 나오고 곧바로 계측이 가능한 편리함을 제공한다. 물론 한국에서는 쓸 일이 없다. 그렇다고 걱정할 필요도 없는 게 트랙의 라인을 새로 만들어 시간을 재는 것도 가능하다. 드래그레이스를 위한 별도의 모드도 있으니 재미요소는 아낌없이 전부 갖춘 셈이다.
고급감은 말할 필요가 없다. 단연 프리미엄 브랜드답다. 검빨 조합의 가죽을 아낌없이 둘렀고 버메스터 사운드 시스템도 훌륭하지만 이를 감싸고 있는 커버도 무척 고급스럽다. 송풍구 디자인을 비롯해 각종 버튼 하나하나 저렴한 흔적은 절대 찾아볼 수 없다. AMG 전용 스티어링 휠은 손에 쥐는 맛이 좋고 타공 형태와 패들시프트, 주행 모드 그래픽까지 뛰어나다. 헤드레스트 일체형 스포츠 버킷 시트도 마찬가지인데 멋과 기능을 모두 잡은 요소가 틀림없다.
공간적인 측면도 신형으로 오면서 크게 개선했다. 컵홀더와 휴대폰 무선 충전 패드, 도어 패널 안쪽의 수납도 꽤나 큰 편이며 무엇보다도 2+2 구조로 바뀌어 활용도가 높아졌다. 뒷좌석에 사람이 앉는 건 쉽지 않지만 물건을 놓는 용도로 바라본다면 차고 넘친다.
심지어 2열을 폴딩하면 더 큰 공간이 나오는데 부피가 큰 여행 장비를 싣는 것도 가능하다. 트렁크는 배터리와 각종 부품으로 인해서 살짝 턱이 생겼다. GT 55와 비교하면 아쉬운 게 사실이지만 반대로 라이벌과 놓고 보면 이 정도만 돼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 여러모로 이제는 장거리 여행에도 제 역할을 온전히 소화할 진정한 GT라는 뜻이다.
▲총평
AMG GT 63 S E-퍼포먼스는 단순히 빠른 차를 넘어선다. F1에서 건너온 기술은 숫자로만 존재하지 않고 운전자의 감각 속에서 살아 숨 쉰다. 폭발적인 출력과 전기의 정교함이 맞물리며 새로운 차원의 퍼포먼스를 만들어낸다. 무자비하게 빠르면서도 동시에 완벽히 통제되는 이중성은 이 차의 가장 큰 매력이다.
달릴수록 더 여유롭고 몰아붙일수록 더 단단해지는 완성도는 감탄을 자아낸다. 그리고 그 모든 순간을 감각적으로 포장하는 디자인과 사운드는 감정을 끝까지 끌어올린다. 이제 AMG의 정점은 단순한 내연기관이 아니라 전동화와 결합된 새로운 영역에 있다. AMG GT 63 S E-퍼포먼스는 그 변화를 가장 극적으로 증명하는 시대의 전환점 같은 스포츠카가 되기에 충분하다.
한편, 메르세데스-AMG GT 63 S E 퍼포먼스의 가격은 2억7,860만원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