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 비를 뚫고 드러낸 본능, 람보르기니 테메라리오

입력 2026년04월13일 08시30분 김성환
트위터로 보내기카카오톡 네이버 밴드 공유

 -주행 모드별 극적으로 바뀌는 차의 성격
 -강력한 디자인, 세련된 감각 조화로워

 

 봄비가 조용히 내려앉은 트랙 위에 람보르기니 테메라리오가 모습을 드러냈다. 젖은 노면은 고성능 머신에게 분명한 제약이지만 동시에 진짜 실력을 가려내는 무대이기도 하다. 한계가 낮아진 만큼 작은 입력에도 차의 반응이 또렷하게 드러났고 그 속에서 테메라리오가 가진 트랙션과 제어 능력은 더욱 선명하게 다가왔다. 오히려 완벽한 드라이 노면보다 더 짜릿한 긴장감 속에서 이 차가 얼마나 치밀하게 설계된 존재인지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본격적인 시승에 들어가기 전 비가 잠잠해지기를 기다리면서 차를 먼저 살펴봤다. 낮고 넓은 차체와 간결하게 마무리한 캐릭터라인, 그러면서도 공격적인 인상이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는다. 부드러운 곡선은 쉽게 찾아볼 수 없고 전부 날카로운 각의 연속이다. 카드를 전 찾아오며 깊은 눈망울을 가진 헤드램프를 비롯해 육각형 모양의 주간주행등도 브랜드 정체성을 더한다. 컴팩트한 길이와 휠베이스는 이 차가 얼마나 잘 달릴지 짐작하게 하고 극단적으로 눕혀 놓은 A-필러는 완만한 루프 라인과 아치를 그린다. 

 

 여기에 측면에는 큼직한 에어 인테이크가 위아래로 놓여 있으며 살이 얇은 20인치 휠은 기본이고 안쪽을 채우는 거대한 브레이크 캘리퍼와 디스크 사이즈도 믿음을 키운다. 뒤는 공격적인 람보르기니의 모습 그 자체다. 테일램프와 동일한 위치에 놓인 배기 파이프를 비롯해 건담 느낌이 나는 엔진룸과 압도적인 디퓨저가 대표적이다. 특히, 흙받이가 없이 전부 타이어가 노출되는 형태의 양 끝단을 보고 있을 때면 이 차가 공도용이 아닌 서킷을 위해 태어난 차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실내는 거주의 쾌적함과 본격 드라이빙을 위한 콕핏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먼저, 대시보드가 넓고시트의 크기도 제법 커서 광활한 느낌을 받는다. 여기에 가죽의 양이 생각보다 많고 휴대폰 무선충전 패드를 비롯해 곳곳에 수납공간도 잘 되어 있어서 데일리카로도 손색없어 보인다.

 







 

 무엇보다도 디지털 요소의 강화가 가장 마음에 든다. 그래픽은 물론 각 기능이 활성화될 때의 직관성도 훌륭하다. 패신저 디스플레이를 통해 동승석에서도 똑 같은 감동과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스티어링 휠에는 조금더 다양한 기능이 추가됐고 두툼한 카본 패들시프트와 맞물려 흥분을 자극한다. 이 외에도 람보르기니 고유의 물리버튼 디자인과 촉감이 오너로서 만족을 키운다. 기본적으로 2인승 구조이지만 시트 뒤쪽을 잘 활용하면 백팩 여러 개는 가뿐하게 넣을 수 있겠다. 뿐만 아니라 앞쪽 트렁크에는 캐리어도 2개 넣을 수 있다.

 

 비가 소강상태를 보인 뒤 차를 배정받고 트랙 위로 향했다. 먼저, 테메라리오의 숫자들을 확인할 시간. 최고출력 800마력의 4.0ℓ V8 트윈 터보 엔진과 3개의 전기모터의 결합으로 합산 최고출력 920마력(676㎾)과 최대토크 74.4㎏∙m(730Nm)을 발휘한다. 정지상태에서 100㎞/h까지 이르는데 걸리는 시간은 단 2.7초에 불과하며 최고 속도는 340㎞/h에 달한다.

 

 능력치는 조금만 가속페달을 밟아보면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다. 순간적인 퍼포먼스가 상상을 초월하며 눈 깜짝할 사이에 고속 영역에 차를 올려 놓는다. 특히, 차가 뻗어 나가는 순간은 고회전 자연흡기 엔진 수준의 응답성으로 무척 매끄럽다.. 이를 바탕으로 테메라리오는 최대 회전수가 무려 1만rpm에 달한다. 트랙 조건상 전부다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8000rpm 부근까지 향할 때의 고회전 영역은 단연 압도적이었고 우렁찬 사운드와 즉각적인 펀치력으로 보답했다.

 











 

 주행모드는 무려 13가지나 된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이 활용하는 건 스티어링 휠 좌측 크라운 로터를 통해 바꿀 수 있는 치타, 스트라다, 스포츠, 코르사 정도이다(물론 그 뒤에 코르사 플러스도 있지만 ESF Off가 되기 때문에 다루지 않았다). 참고로 우측 크라운 로터를 통해서는 파워트레인의 전기 모터와 내연기관 간 작동 방식을 조정하는 충전, 하이브리드, 퍼포먼스 모드를 설정할 수 있다.

 

 스트라다는 전기모터왜 배터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상황에 따라 효율과 성능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조금 더 여유로운 운전에 도움을 준다. 스포츠로 넘어가면 증폭된 사운드와 함께 날카로워진 테메라리오를 느낄 수 있다. 주행에 도움을 주는 모든 기능이 한 층 예민해지고 본격적으로 달리기 위한 자세로 최선을 다한다. 

 

 트랙을 여러 번 돌면서 차와 적응을 마친 뒤 마지막 바퀴에서는 코르사를 활용했다. 변속은 오로지 수동으로만 제공되고 트랙션의 개입이 현저히 준다. 리스폰스는 곱절로 강해지며 민감도 또한 배로 상승한다. 이 상황에서 차는 날 것 그 자체로 바뀐다. 조금의 관용도 허락하지 않으며 운전자의 판단과 책임으로만 반응한다. 저속에서도 순간적인 토크가 워낙 강하기 때문에 슬립은 시도때도 없이 일어난다. 물론 빗길이라는 상황을 감안한 주행이지만 그럼에도 퓨어한 성격은 라이벌과 비교해 월등히 높다.

 

 제동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전신인 우라칸과 비교하면 더욱 강력해졌고 응답성도 경주차에 가까워진 모습이다. 깊게 밟아야 초기 응답을 하고 이후부터는 페이드를 빠르게 가져간다. 처음에는 다소 낯설게 다가올 수 있지만 한번 감을 익히면 지금의 세팅이 고출력을 다루기에 훨씬 적합하다. 속도와 상관없이 일정하면서도 강하게 차를 멈춰 세우며 차에 대한 믿음은 저절로 상승한다.

 










 약 6바퀴에 달했던 트랙 시승은 짧고 강렬하게 막을 내렸다. 빗줄기가 남긴 흔적은 분명 아쉬움으로 남는다. 마른 노면이었다면 테메라리오가 품고 있는 잠재력을 100% 끌어낼 수 있었을 것이고 보다 과감한 어택도 가능했을 터다. 사운드는 메아리쳐 강하게 들어왔을 것이며 차에서 내리면서 저절로 입가의 미소도 크게 번지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동시에 접지력이 제한된 조건 속에서야 말로 이 차의 본질을 더 또렷하게 마주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는 지금의 경험은 결코 부족하지 않았다. 물기가 남아있는 코너를 돌아 나가며 그리고 다양한 주행 모드를 오가며 확인한 감각은 명확했다. 테메라리오는 단순히 더 강해진 후속 차종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라칸이 다듬어 놓은 세계를 한층 더 날것에 가깝게 밀어붙이며 슈퍼카가 지녀야 할 본능은 더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전동화가 더해졌지만 감각은 오히려 더 직선적이고 반응은 거칠며 운전자에게 요구하는 집중력은 한층 높아졌다. 특히, 컴팩트한 차체에서 오는 경쾌함과 폭발적인 출력의 결합은 테메라리오를 단순한 고성능 머신이 아닌 재미의 결정체로 완성시킨다. 코너 하나, 가속 한 번, 브레이킹 한 번마다 감정의 진폭이 크게 요동친다. 운전자는 끊임없이 긴장해야 하지만 그만큼 짜릿한 보상을 받는다.

 





 

 결국 테메라리오는 숫자로 설명되는 차가 아니다. 그것은 감각과 본능, 그리고 극한의 몰입으로 완성되는 경험 그 자체다. 비에 젖은 트랙 위에서도 이 정도라면 완벽한 드라이 노면에서 마주할 모습은 얼마나 더 압도적일까. 분명한 건 하나다. 람보르기니는 테메라리오를 통해 또 한 번 운전이라는 행위의 본질을 가장 극단적인 방식으로 끌어올린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용인 =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무통장입금 정보입력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