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BEV 충전 속도가 주유보다 빠른 시대

입력 2026년04월28일 08시10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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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도 중국서 배우겠다 선언

 

 지난해 3월 BYD가 공개한 2세대 슈퍼 e-플랫폼의 핵심은 충전율이다. 이때 내세운 게 이른바 충방전율(C-rate)다. 그러면서 충방전율로 ‘10C’를 언급했다. 배터리 용량의 10배 속도로 충전하니 60㎾h 배터리라면 완충에 6분이면 된다. 물론 배터리에 전기를 빠르게 담으려면 충전기도 고속으로 전기를 보내줘야 한다. 고압 전용 충전기가 필요하고 배터리에 전기가 빠르게 들어올 때 발생하는 강력한 열 저항도 견뎌내야 한다. 

 



 

 변수는 기온이다. 상온이면 문제가 없지만 저온에선 다르다. 지구를 위아래로 나눴을 때 북쪽의 추운 지역의 전기차 선택률이 저조한 이유도 배터리 성능 저하 때문이다. 중국 또한 예외는 아니어서 중남부는 전기차 선택률이 높지만 하얼빈, 장춘 등 북쪽으로 갈수록 구매가 저조하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 오히려 중국 전기차 기업에게는 기술 개발의 기폭제가 됐다. 많은 전기차 기업이 시장 확장에 매진하며 북쪽 지방의 낮은 전기차 보급률을 주목했기 때문이다. 수출도 필요하지만 BEV 구매를 주저하는 추운 지역 소비자를 겨냥, 내수 확대가 더 유리하다고 판단했다는 의미다.

 

 결과는 주효했다. 2026 베이징 오토차이나에 등장한 CATL의 3세대 센싱 배터리는 영하 30도에서도 9분 만에 98% 충전이 가능하고 셀 소재를 나트륨으로 바꾼 배터리도 등장시켰다. 심지어 일부 연구 기관은 영하 70도에서도 배터리 작동이 가능한 기술을 공개하기도 했다. 덕분에 완성차 제조사는 새로운 배터리를 신차에 적용하고 추운 지역 소비자 공략에 나설 수 있게 됐다. 물론 추운 지역 자치단체도 배터리 개선을 환영하며 지방 정부 차원의 BEV 보급을 위한 정책적 지원을 최대한 동원한다. 특히 충전이 오래 걸리면 추위에 시달리는 만큼 새로운 배터리에 걸맞은 초고속 충전 인프라 구축에 주력한다. 

 

 그러자 이제는 아예 완성차 제조사 간 고전압 배터리를 통일시키자는 의견도 제기된다. 배터리 교체를 선도하는 니오(NIO)는 중앙 정부, 지방 정부, 제조사를 구분하지 말고 모두가 초고속 충전기 구축에 함께 나서고 동시에 배터리의 모양과 성능 조건을 일치시켜 어떤 차종이든 사용 가능케 하자고 강조한다. 배터리를 표준화하고 자동차 제조사는 AI와 디자인, 다양한 옵션 등의 기능으로 승부하자는 제안을 공개적으로 드러낸다. 어차피 배터리는 전문 기업의 영역일 뿐 완성차 제조는 해당 배터리를 공급받아 사용하면 그만이라는 얘기다. 완성차 기업이 배터리 연구개발에 비용을 지출하는 것 자체가 불필요한 행위임을 재차 강조하는 셈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중국 배터리 및 전기차 기업들이 달성하려는 최종 목표는 ‘4분 100% 완충’이다. 물론 배터리 용량에 따라 충전 시간이 다르겠지만 보편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표준 배터리의 용량을 정하고 충전 시간을 4분 이내로 앞당겨 기름보다 빠른 충전에 다가가려 한다. 배터리 교체와 유무선을 가리지 않고 모든 충전 방식이 ‘완충 4분 이내’에 도달하면 중국 내수의 70% 수준인 2,100만대까지 전동화가 가능할 것으로 추산한다. 해외 시장 개척과 동시에 구매가 부진한 중국 북부 지역을 공략해 전기차 기업의 규모 확장을 꾀하는 투트랙을 전개한다. 

 

 물론 목표에 도달하려면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전용 초고압 충전기는 물론 전력망 부하도 해결해야 한다. 동시에 배터리 수명 문제도 개선돼야 한다. 그럼에도 중국 자동차 기업에게 BEV는 이제 기업 생존의 영역이다. 심지어 내연기관을 아예 전면 포기하는 곳도 속출하고 신생 기업은 모두 BEV만을 주목한다. 지속 생존을 위해 어떻게든 높은 장벽을 기술로 돌파해야 하는 처지다. 전기차 기업들이 사활을 걸고 기술 인재 영입에 매진하는 것도 결국은 같은 맥락이다. 

 

 이처럼 빠른 변화를 실감한 현대차 최고 경영진도 결국 중국에서 전기차를 배우겠다고 언급했다. 그동안 자만했고 중국 시장의 빠른 소비트렌드 전환을 얕잡아봤다고 고백했다. 그래서 겸손해지겠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일부에선 그조차 자만이라고 지적한다. 배우는 게 아니라 이제는 진짜(?) 현지화에 사활을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중국 소비 정서를 모르는 외국 경영진의 관여를 철저히 배제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상품, 디자인, 개발, 마케팅, 판매 등 모든 영역의 결정권이 현지에 주어져야 한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현대차 본사가 할 일은 중국 전기차를 철저히 분석 및 연구한 결과를 제공하는 동시에 중국 내 기술 인재 영입에 공을 들이는 일이다. 기술 개발 자체가 곧 사람의 몫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진정한 학습의 방향이다. 

 

 박재용 (자동차칼럼니스트/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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