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 전동화 시대의 초호기, 포르쉐 파나메라4 E-하이브리드

입력 2026년05월13일 09시00분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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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차체 잊게 하는 섀시 완성도
-하이브리드, 효율보다 '포르쉐 다움'에 집중

 

 포르쉐 파나메라는 등장 초기만 해도 카이엔과 함께 꽤나 논쟁을 일으킨 차였다. 911의 브랜드가 왜 대형 세단을 만드냐는 게 언쟁의 중심에 있었고 디자인 역시 호불호가 강했다. 하지만 논란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긴 거리를 빠르고 편안하게 이동하면서도 운전자가 마음만 먹으면 스포츠카처럼 달릴 수 있었고 그런 점에서 파나메라는 GT카로서의 뚜렷한 색채를 잘 드러낸 차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사실 전동화 시대의 고성능차들을 보고 있으면 에반게리온이 떠오를 때가 있다. 에반게리온 속 초호기는 단순한 로봇이 아니다. 엄청난 힘을 지녔지만 동시에 철저하게 통제되고 억제되는 존재다. 평소에는 조용히 시스템 안에 묶여 있다가도 한계를 넘는 순간 폭발적으로 반응한다.

 

 최근 전동화 스포츠 세단들도 비슷한 분위기를 풍긴다. 엄청난 출력과 복잡한 전자제어 시스템 아래에서 움직이지만 동시에 지나치게 완벽하고 차갑게 느껴질 때가 있다. 운전자는 점점 기계를 다루는 사람이라기보다 시스템을 관리하는 존재처럼 바뀌어간다. 그런데 파나메라는 조금 다르다.

 

 외관을 보면 전반적으로는 기존보다 훨씬 공격적으로 다듬어졌다. 얇고 날카로운 HD 매트릭스 LED 헤드라이트와 낮게 깔린 차체 비율 덕분에 거대한 세단임에도 긴장감이 상당하다. 특히 루가노 블루 컬러가 적용된 시승차는 일반 럭셔리 세단보다 거대한 스포츠카에 가까운 분위기를 만든다.

 



 

 측면부는 파나메라 특유의 패스트백 비율이 핵심이다. 긴 휠베이스와 뒤로 매끄럽게 떨어지는 루프라인 덕분에 차체는 5m가 넘는 대형 세단임에도 이상하리만큼 날렵해 보인다. SUV 일색이 된 시장 안에서 이런 낮고 긴 실루엣 자체가 점점 희귀해지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후면부는 거대한 근육처럼 보인다. 좌우를 연결하는 3D 테일라이트와 넓은 펜더 볼륨, 그리고 다크 브론즈 스포츠 테일파이프까지 더해지면서 단순한 친환경 세단과는 결이 다르다는 걸 드러낸다.

 

 실내는 디지털화가 상당 부분 진행됐지만 여전히 ‘자동차’에 가깝다. 최근 일부 전동화 차들이 거대한 디스플레이와 터치 인터페이스로 전자제품 같은 분위기를 강조하는 것과 달리 파나메라는 여전히 운전자를 중심에 둔다.

 


 

 시승차에는 14방향으로 조절할 수 있는 컴포트 시트와 마사지 기능, 앞·뒷좌석 통풍 및 열선, 4존 공조 시스템, 보스 사운드 시스템, 전동식 선블라인드 등이 적용됐다. 장거리 GT카로서의 완성도를 높이는 구성들이다.

 

 특히 흥미로운 건 이 차가 첨단 시스템을 과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술이 전면에 나서기보다 운전 감각 뒤에 숨어 있다. 마치 에반게리온에서 복잡한 제어 시스템들이 존재하지만, 결국 마지막 순간에는 파일럿의 감각과 동기화가 중요했던 것처럼 말이다.

 

 파나메라 4 E-하이브리드의 진짜 매력은 주행을 시작하는 순간 드러난다. 평소에는 놀라울 정도로 조용하다. 저속에서는 거의 전기차처럼 움직인다. 에어 서스펜션은 노면 충격을 부드럽게 걸러내고, 차체는 대형 럭셔리 세단처럼 여유롭게 움직인다.

 



 

 그런데 스포츠 플러스 모드로 들어가는 순간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마치 통제 장치를 해제한 초호기 같다. 평소에는 억눌려 있던 거대한 힘이 한 번에 드러나는 느낌이다. 전기모터 특유의 즉각적인 토크가 엔진과 겹쳐지는 순간 거대한 차체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날카롭게 반응한다.

 

 특히 인상적인 건 반응 속도다. 가속 페달을 밟는 순간의 응답이 거의 지연 없이 이어진다. 전기모터가 단순히 효율을 위한 보조 역할에 머무는 게 아니라 포르쉐 특유의 응답성을 극단적으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스포츠 크로노 모드에서의 가속은 단순히 빠른 수준이 아니다.

 

 그런데 이 차의 진짜 핵심은 직선 가속보다 코너에서 드러난다. 파나메라는 분명 크고 무거운 차다. 배터리까지 품은 E-하이브리드는 더욱 그렇다. 그런데도 실제 와인딩 로드에서는 무게감이 기묘할 정도로 억제된다.

 



 

 특히 포르쉐 액티브 라이드와 리어 액슬 스티어링 조합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코너에서 차체 움직임이 정교하게 제어된다. 롤을 억제하면서도 불필요하게 인위적인 느낌이 적다. 

 

 그리고 이 부분은 정말 중요한 대목 중 하나다. 파나메라는 운전자를 시스템 관리자처럼 만들지 않는다. 차를 조종한다기보다 차와 동기화된다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최근 전동화 고성능 차들은 지나치게 완벽하려 한다. 엄청난 출력과 전자제어 시스템으로 모든 움직임을 정리해버린다. 빠르지만 어딘가 인간이 개입할 여지가 줄어든다. 반면 파나메라는 여전히 운전자의 감각을 남겨둔다. 브레이크 감각과 스티어링 응답, 차체 움직임이 꽤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회생제동이 있음에도 브레이크 감각 역시 상당히 자연스럽다.

 



 

 파나메라 4 E-하이브리드는 전동화 시대의 포르쉐가 어디를 바라보고 있는지 보여주는 차다. 많은 브랜드들이 전동화를 이야기하면서 감각을 덜어냈다. 조용하고 빠르고 효율적이지만, 동시에 점점 차갑고 디지털적인 존재가 되어간다.

 

 그런데 파나메라는 다르다. 최신 기술과 전동화 시스템으로 가득 차 있으면서도 이상하리만큼 인간적이다. 조용히 움직이다가도 언제든 폭발적으로 반응하고 거대한 차체 안에는 여전히 스포츠카 브랜드 특유의 긴장감이 살아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파나메라 4 E-하이브리드는 하이브리드 시스템 덕분에 더 포르쉐다워졌다. 전기모터는 감각을 지우는 장치가 아니라, 포르쉐라는 존재를 더 즉각적이고 더 정교하게 만드는 장치처럼 느껴진다.

 


 

 에반게리온 속 초호기가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인간의 감각과 본능이 겹쳐진 존재였던 것처럼, 파나메라 역시 단순한 전동화 세단 이상의 감각을 남긴다. 전동화 시대에도 운전의 감각은 사라질 필요가 없다는 것. 파나메라 4 E-하이브리드는 그걸 아주 포르쉐다운 방식으로 증명하는 차였다.

 

 파나메라 4 E-하이브리드의 가격은 1억9,400만원. 시승차는 각종 옵션을 추가해 2억6,020만원이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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