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BEV 배터리 기업의 완성차 진출

입력 2026년05월14일 08시30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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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동차기업 위협하는 BEV의 새로운 경쟁 

 

 지난 2024년 세계 최대 배터리기업인 CATL이 스케이트보드 형태의 EV 전용 샤시를 공개했다. 이른바 ‘베드락 샤시(Bedrock Chassis)’다. 시속 120㎞ 정면 충돌에도 배터리 화재나 폭발이 없는 안전성을 특징으로 내세웠다. 당연히 배터리팩을 포함해 전기차 샤시가 필요한 모든 곳에 제공한다는 계획하에 개발됐다. 완성차를 직접 만들지 않되 배터리 셀과 팩, 그리고 샤시를 일체화시켜 필요한 완성차기업에 공급한다는 점에서 자동차사업 진출로 여겨졌다. 완성차기업은 흔히 말하는 디자인 기반의 차체와 전장 시스템만 개발, 적용할 수 있어 개발비가 크게 절감되는 탓이다. CATL은 완성차 제조에 한발 다가서되 완성차기업은 비용 절감이니 서로 ‘윈-윈’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튀르키예에 기반을 둔 신생 전기차기업 토그(Togg)가 기회(?)를 포착했다. 토그는 튀르키예 정부가 자국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최근 설립한 자동차기업이다. 현대차와 기아 등이 활발히 내연기관을 현지에서 조립, 생산하지만 BEV는 다르다는 점에서 국가 주도로 설립됐는데, 2024년 CES에서 T10F 컨셉트를 소개하며 존재감을 알렸다. 당시 현장에서 토그는 튀르키예 민족 자동차 브랜드로 육성시키겠다는 포부를 쏟아냈던 기억이 생생하다. 

 

 구체적으로 CATL이 샤시를 제공하면 토그는 B세그먼트 기반의 3개 차종 개발에 베드락 샤시를 활용하게 된다. 첫 번째 모델은 2027년 양산을 목표로 하며 실현되면 중국 자동차 역사상 최초로 지능형 샤시를 해외에 공급하는 사례가 된다. 그런데 CATL의 완성차 진출 야심은 오래전부터 계획됐다. BEV의 핵심 부품이 배터리라는 점에서 샤시 통합 개발 자체가 배터리 사업의 확장 전략이었기 때문이다. 통합 샤시가 완성차에 공급되면 자동차회사가 제품을 단종하지 않는 한 배터리 공급이 지속되고 후속 차종 개발에도 활용돼 안정적인 배터리 공급처가 만들어지는 구조다. 

 

 흥미로운 사실은 CATL의 지능형 통합 샤시 개발 자체가 BYD로부터 비롯됐다는 점이다. 배터리 부문의 경쟁사인 BYD는 CATL과 달리 완성차를 직접 제조해 가치 사슬을 완성했다. 배터리를 다른 곳에 판매함과 동시에 자신들의 완성차에 활용, 안정적인 공급처를 유지한다. 치열한 배터리 공급 경쟁에서 BYD 브랜드의 완성차 판매가 늘어날수록 배터리 기업의 규모도 커지는 효과를 얻는다는 얘기다. 

 



 

 중국 배터리 기업의 행보를 지켜보는 곳은 한국 배터리 기업들이다. 게다가 국내 배터리 기업 중 일부는 모태 자체가 전자 기업이어서 BEV와 매우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디스플레이, 오디오 및 내비게이션 시스템, 자동차 내장재, 전기모터 등을 모두 만드는 곳도 있다. 지능형 통햡 샤시만 제공된다면 얼마든지 완성차 제조에 뛰어들 수 있다는 의미다. 물론 여전히 국내 배터리 기업은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여기서 ‘고객’은 완성차기업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주목되는 건 완성차기업의 행보다. 완성차기업은 BEV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 사업에 역으로 진출하려 한다. 중국의 지리그룹은 배터리 기업을 아예 인수했고 한국도 완성차 및 배터리 기업이 합작사를 설립했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이 또한 결국은 내재화 전략의 일환이다. 그래서 국내 배터리 기업도 완성차 제조에 나설 가능성은 점차 높아질 수밖에 없다. ‘고객’과 경쟁하지 않으려 해도 시장의 변화 자체가 경쟁할 수밖에 없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어서다. 게다가 BEV 부문의 선도 시장에서 이미 벌어지는 일이어서 간과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결국 배터리 기업의 완성차 사업 진출은 시간 문제일 뿐이고 누가 먼저 나설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진다. 누가 결심을 먼저 할까? 그것이 궁금하다. 

 

 권용주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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