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년 사고 데이터가 만든 전기 SUV
-볼보 EX60이 다시 쓴 안전의 기준
볼보차 EX60은 한 차원 높은 안전에 대한 기준과 검증을 제시하는 전기 SUV다. 이 같은 결과물에 도달하기까지 브랜드의 수많은 노력과 결실을 지난 14일 만난 로리나 게바르기스 바이오 EX60 제품 개발 책임으로부터 온전히 들을 수 있었다.
핵심은 볼보차가 EX60을 통해 수십 년간 축적해 온 인간 중심 안전 철학을 차세대 전동화 시대에 맞게 다시 정의했다는 것이다. 먼저, EX90에서 처음 선보였던 SDV 개념은 EX60에서 한층 더 진화했다. 실제 사고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분석해 얻은 학습 결과를 신세대 차에 반영하고 있으며 EX60 역시 OTA를 기반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더 안전해지는 구조를 갖췄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새로운 통합 충돌 범퍼 시스템을 도입해 높이가 다른 차와 충돌하더라도 충격을 효과적으로 정렬·분산시킬 수 있도록 설계했고 세계 최초의 멀티 어댑티브 안전벨트와 새로운 후방 충격 에너지 흡수 구조 등 물리적인 안전 기술 역시 대폭 강화했다. 볼보는 이러한 기술 진화를 통해 운전자 지원과 충돌 회피 시스템이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정교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행자 보호에 대한 철학도 마찬가지로 인간 중심 접근 방식의 연장선에 있다. 볼보는 차 내부 탑승자뿐 아니라 도로 위 교통 약자 역시 함께 보호할 수 있도록 차체 전체를 설계한다고 밝혔다. 실제 도로 상황은 매우 복잡하고 충돌 위치 역시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특정 부위만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차 전체 구조를 충돌 회피와 실제 충격 대응 모두를 고려해 설계한다는 설명이다. 첨단 기술을 나열한 전기 SUV가 아닌 사람을 어떻게 더 안전하게 보호할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볼보의 답변이 인상적이었다.
볼보가 EX60에 세계 최초의 안전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한 이유 역시 브랜드 철학과 맞닿아 있다. 인간 중심 브랜드를 바탕으로 기술을 위한 기술이 아니라 위기 상황에서 사람을 어떻게 보호할 수 있는지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50년 이상 실제 볼보차 사고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왔고 이를 토대로 새로운 안전 기술의 방향성을 결정했다.
EX60에는 새로운 안전벨트 시스템과 코어 컴퓨트, 차 외부 및 내부 센서를 유기적으로 결합해 탑승자 상태와 사고 상황에 따라 더욱 정교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적응형 안전 개념을 구현했다. 특히, 단순히 모든 상황에서 동일한 방식으로 탑승자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탑승자의 체격과 자세, 충돌 강도 및 방향까지 고려해 서로 다른 방식으로 반응할 수 있도록 설계한 점이 핵심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주목할 부분은 세계 최초로 적용된 멀티 어댑티브 안전벨트 시스템이다. 이 기술은 외부·내부 센서와 차량 내 컴퓨터 프로세싱, 그리고 첨단 다단계 로드 리미터를 결합한 구조다. 사고 발생 시 차량은 실시간으로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충돌 상황과 탑승자의 특성을 분석하고 사전에 정의된 여러 안전벨트 하중 제한 프로파일 가운데 가장 적합한 값을 선택해 안전벨트의 힘을 조절한다.
이 외에 볼보는 “안전벨트만으로 완벽한 보호가 가능한 것은 아니다”라며 어린이를 위한 카시트 중요성도 함께 강조했다. 특히, 영유아는 머리가 무겁고 목이 약하기 때문에 최소 4세까지는 충격을 등과 목, 머리 전체로 분산시킬 수 있는 후향식 시트를 권장한다고 설명했다. 또 성장한 아이들을 위한 부스터 시트는 안전벨트가 골반과 허벅지를 정확히 지나가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고 덧붙였다.
EX60의 적응형 시트벨트 시스템은 기존 볼보 안전 기술과 비교해 더욱 세밀한 대응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 로드 리미팅 프로파일을 11단계까지 확대했다. 안전벨트 핵심 부품인 리트랙터는 B필러 하단에 위치하며 200개 이상의 부품으로 구성되는데 이 가운데 다양한 변형 요소를 서로 다른 방식으로 조합해 11단계 로드 리미팅을 구현한다. 또 차 외부와 내부 센서, 그리고 코어 컴퓨트가 실시간으로 상황을 분석해 가장 적합한 프로파일을 선택한다. 즉, 단순히 충돌 순간 탑승자를 강하게 잡아당기는 것이 아니라 상황별로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충격을 분산시키는 방향으로 진화한 것이다.
전기차 개발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배터리 안전성 역시 EX60 개발의 핵심이었다. 고전압 배터리를 단순히 바닥 아래에 배치한 것이 아니라 차체 구조의 통합 설계했다고 밝혔다. 배터리는 안전하게 보호될 뿐 아니라 전체 충돌 구조에도 기여하며 충격을 효율적으로 흡수·분산시키는 역할까지 수행한다.
EX60의 세이프티 케이지는 고강도 강철과 고강도 알루미늄을 전략적으로 혼합해 제작됐으며 다양한 속도와 각도에서 발생하는 충돌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했다. 특히, 메가 캐스팅 기반의 리어 플로어 구조는 후방 충돌 시 충격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분산시키는 역할을 한다. 볼보는 이러한 구조가 1970년대부터 이어져 온 실제 사고 연구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발된 인간 중심 안전 철학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배터리 셀 공급사 관리에 대해서도 볼보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배터리 셀 업체든 다른 부품 공급사든 동일하게 볼보의 안전 기준과 품질 요구사항을 충족해야 하며 공급사와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지속적으로 시험과 검증을 수행한다고 밝혔다. 특히, 안전뿐 아니라 내구성과 지속가능성까지 포함한 폭넓은 평가를 진행하며 최신 사내 시험 설비를 통해 실제 차 수준의 검증을 반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부 전자식 도어 핸들에 대한 안전 우려에 대해서도 볼보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EX60은 외부 전자식 핸들과 내부 기계식 핸들을 함께 사용하며 전원 공급 역시 다중 이중화 구조를 적용해 하나의 시스템이 꺼져도 다른 전원이 자동으로 작동하도록 설계했다. 이러한 구조가 자사 안전 기준을 충족한다고도 설명했다. 동시에 전자식 도어 핸들은 공기저항을 줄이고 차체 디자인을 더욱 깔끔하게 만드는 역할도 수행한다고 덧붙였다. 중국 시장에서 외부 도어 핸들 관련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향후 현지 판매 시 해당 국가의 법규를 모두 충족하도록 설계를 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핸즈오프 주행과 자율주행에 대해서는 볼보의 접근 방식을 명확하게 설명했다. 볼보는 기술 그 자체보다 사람에게 실제로 안전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완전 자율주행 기능을 무리하게 확대하기보다는 충분한 데이터와 검증을 바탕으로 단계적으로 기술을 발전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볼보는 연구 결과 대부분의 운전자들이 생각보다 운전을 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특정 순간 위험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차가 운전자의 상태를 분석해 적절한 시점에 경고하거나 개입하는 방향이 가장 현실적이고 안전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운전자가 옆을 보고 있을 때 차가 전방 위험을 감지하면 경고를 보내고 운전자가 다시 시선을 전방으로 돌리는 데 걸리는 시간까지 계산해 시스템이 개입한다. 반대로 운전자가 이미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고 판단되면 굳이 불필요한 개입을 하지 않는다. 결국 볼보는 시스템이 모든 것을 대신하는 것보다 운전자를 더 잘 보호하고 돕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셈이다.
스페인(바로셀로나) =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