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리 루체의 진짜 핵심은 ‘괴물급 전동 심장’

입력 2026년05월27일 09시38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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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개의 전기엔진과 800V 아키텍처 적용
 -F1 기술 녹여낸 3만rpm 전기모터 개발

 

 페라리의 첫 전기차 ‘루체’가 공개되자 시장의 시선은 대부분 파격적인 디자인에 쏠렸다. 브랜드 역사상 가장 급진적인 비율과 전동화 시대를 상징하는 조형미 덕분이다. 하지만 정작 더 놀라운 부분은 따로 있다. 바로 페라리가 수십 년간 모터스포츠 현장에서 축적한 기술력을 응축해 만든 파워트레인이다.

 



 

 루체는 단순히 강력한 전기 SUV가 아니다. 페라리가 생각하는 미래 고성능차의 방향성과 전동화 철학, 그리고 ‘운전 재미’를 어떤 방식으로 이어갈 것인지에 대한 답안에 가깝다. 디자인은 눈으로 보이지만 진짜 페라리다운 집념은 차체 아래 숨어 있는 전기엔진과 배터리 시스템에 담겨있기 때문이다.

 

 핵심은 4개의 전기엔진으로 구성된 독특한 구조다. 일반적인 고성능 전기차들이 2개 혹은 많아야 3개의 모터를 활용하는 것과 달리 루체는 앞 차축에 2개, 뒤 차축에 2개 등 총 4개의 독립 전기엔진을 배치했다. 단순히 출력 경쟁을 위한 구성이 아니다. 페라리는 이를 통해 좌우 바퀴 각각의 토크를 완전히 독립적으로 제어하는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결과적으로 코너링에서는 훨씬 자연스럽고 정교한 움직임을 구현한다. 단순히 빠른 차가 아니라 운전자의 의도를 즉각적으로 읽고 반응하는 페라리다운 감각을 전기차에서도 살리겠다는 의미다.

특히, 리어 액슬에는 론치컨트롤 사용 시 최대 7,750Nm에 달하는 토크가 전달된다. 이는 단순 모터 출력 수치가 아니라 감속 기어를 거친 뒤 바퀴에 전달되는 실질적인 구동력 기준이다. 전기차 특유의 즉각적인 토크 특성을 극단적으로 끌어올린 셈이다.

 

 전기엔진 자체도 상당히 이례적이다. 페라리는 포뮬러1과 WEC 프로그램에서 축적한 기술을 바탕으로 방사형 영구자석 동기모터를 새롭게 개발했다. 그동안 일부 프로토타입이나 소량 생산차에만 쓰였던 고난도 기술을 양산 체제로 확장한 것이다. 이를 위해 무려 12만 시간 이상의 연구개발과 250대 이상의 벤치 테스트를 진행했고 관련 특허만 9개를 확보했다.

 

 회전수는 더욱 충격적이다. 앞쪽 모터는 최대 3만rpm, 뒤쪽 모터는 최대 2만5,500rpm까지 회전한다. 일반적인 고성능 전기차 모터와 비교해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여기에 최대 각가속도는 4만5,000rpm/s에 달해 사실상 1초도 안 되는 시간 안에 최고 회전 영역까지 도달할 수 있다.

 



 

 이 같은 성능을 가능하게 만든 핵심은 페라리 특유의 경량화와 열관리 기술이다. 모터 내부에는 F1 기술에서 파생된 리츠 와이어와 진공 함침 기술이 적용됐고 로터에는 자기장을 특정 방향으로 집중시키는 할바흐 배열을 사용했다. 또 고속 회전 시 발생하는 원심력을 견디기 위해 1.6㎜ 탄소섬유 슬리브를 여러 겹 적용했다.

 

 배터리 역시 단순한 에너지 저장 장치 수준을 넘어선다. 페라리는 210개의 셀로 구성된 122㎾h 배터리를 차체 바닥과 구조적으로 통합했다. 이를 통해 무게 중심을 극단적으로 낮추는 동시에 차체 강성 확보에도 활용했다.

 

 특히, 해당 배터리는 최대 830㎾ 방전 출력을 지원하며 350㎾ 급속 충전 환경에서는 단 20분 만에 70㎾h를 충전할 수 있다. 셀은 SK온과 공동 개발했다. 에너지 밀도는 740Wh/L 이상, 무게당 에너지 밀도는 305Wh/㎏ 수준에 달한다.

 

 열관리 기술도 상당히 집요하다. 각 셀은 알루미늄 방열판과 다중 냉각 채널 구조를 통해 균일한 온도를 유지한다. 이는 단순히 성능 유지뿐 아니라 셀 노화 억제와 내구성 확보를 위한 장치다. 결국 루체는 한두 번 빠른 차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고성능을 유지할 수 있는 전기 페라리를 목표로 개발했다는 의미다.

 

 인버터 시스템 역시 레이싱 기술의 연장선에 있다. 실리콘 카바이드 기반의 페라리 파워 팩은 극도로 작은 크기에 높은 출력 밀도를 구현했다. 400V 충전기에서도 자체 승압 시스템을 통해 최대 150kW 충전 속도를 확보한 점도 눈에 띈다. 충전 환경이 제한적인 지역에서도 성능 저하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부분은 페라리가 전동화를 단순한 시대적 흐름으로 접근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루체의 파워트레인은 빠른 전기 SUV를 만들기 위한 기술이 아니다. 브랜드가 수십 년 동안 집착해온 응답성, 회전 질감, 제어 감각, 그리고 운전 재미를 전기차 시대에 어떻게 이어갈 것인지에 대한 결과물에 가깝다. 차체 아래 숨어 있는 집요할 정도로 복잡하고 정교한 전동 심장은 페라리가 여전히 특별한 브랜드인지를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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