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들이 만든 문화를 브랜드가 함께 키워내
-다양한 차종, 가족적인 분위기, 다양한 프로그램 등
자동차 동호회는 많다. 하지만 20년 동안 한 번도 끊기지 않고 이어진 행사는 생각보다 드물다. 차를 좋아하는 마음만으로 시작한 모임은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힘을 잃는다. 차는 바뀌고 사람은 떠난다. 세대가 교체되면서 관심도 옅어진다. 그래서 대부분의 자동차 동호회는 특정 시기를 정점으로 서서히 규모가 줄어드는 과정을 겪는다.
그런 점에서 미니코리아 모터 클럽 동호회 오너들의 축제인 '미니런'은 꽤 특별한 사례다.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미니런은 단순한 자동차 행사를 넘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수많은 자동차 브랜드가 오너 행사를 열었지만 미니런처럼 20년 동안 꾸준히 사랑받으며 명맥을 이어온 경우는 흔치 않기 때문이다.
그 시작에는 미니를 사랑한 사람들의 열정이 있었다. 지금은 미니가 프리미엄 소형차 브랜드로 자리 잡았지만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상황은 달랐다. 판매 규모도 크지 않았고 오너 숫자 역시 제한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니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문화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브랜드인 미니코리아는 이를 단순한 고객 모임으로 바라보지 않았다. 오너들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응원하며 함께 성장시켰다.
당시 미니 브랜드를 담당했던 현 BMW그룹코리아 한상윤 사장의 관심이 첫 단추가 됐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자동차 브랜드가 행사를 만들고 고객을 초대하는 방식이 아니라 오너들이 만든 문화를 브랜드가 함께 키워낸 셈이다. 미니런이 지금까지 이어질 수 있었던 첫 번째 이유다.
두 번째 이유는 끊임없는 변화다. 미니런은 매년 같은 장소에서 같은 프로그램을 반복하지 않았다. 전국 곳곳을 돌아다녔는데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경주를 찾기도 했고 아름다운 자연을 품은 제주를 무대로 삼기도 했다. 때로는 차를 배에 싣고 일본 후쿠오카까지 향하는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여행지뿐만이 아니다. 매년 새로운 콘셉트를 설정하고 참가자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미션을 마련했다. 경쟁보다는 협동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은 참가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그 경험은 자연스럽게 입소문으로 이어졌다. 올해는 오히려 쉬어가는 콘셉트를 내세워 참가자들에게 휴식을 선물했다. 같은 행사를 20년 동안 반복하면서도 지루함을 느끼지 않게 만든 원동력이다.
세 번째는 미니라는 브랜드가 가진 독특한 다양성이다. 미니런에는 특정 차종만 모이지 않는다. 클래식한 3도어 해치백부터 5도어, 쿠페, 로드스터, 컨버터블, SUV, 순수 전기차, 고성능 JCW까지 미니라는 이름 아래 수많은 차종들이 함께한다. 여기에 각종 한정판과 스페셜 에디션까지 더해진다.
주차장에 늘어선 차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작은 자동차 박물관을 보는 듯한 즐거움이 생긴다. 만약 하나의 차종, 하나의 트림만으로 구성된 행사였다면 지금과 같은 생명력을 갖기는 어려웠을 수 있다. 다양한 개성을 가진 차들이 모여 또 다른 볼거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는 결국 사람이다. 미니런을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특징이 있다. 행사장에 아이들이 유난히 많다는 점이다. 아이들이 뛰어다니고 떠들어도 누구 하나 눈치를 주지 않는다. 오히려 더 신나게 놀라고 등을 떠민다.
자동차 행사라기보다 가족 캠핑장에 가까운 분위기다. 미니는 흔히 젊은 사람들이 타는 차로 인식된다. 하지만 미니런에 가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20대부터 60대 이상까지 다양한 세대가 함께한다. 직업도 다르고 살아온 환경도 다르다. 그들을 하나로 묶는 것은 오직 미니를 좋아한다는 공통점뿐이다.
그리고 운영진은 20년 동안 그 가치를 지켜왔다. 차보다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기록보다 추억을 우선하며 경쟁보다 함께하는 경험을 중요하게 여겼다. 덕분에 참가자들은 단순히 행사에 참석하는 것이 아니라 매년 가족 모임에 돌아오는 기분으로 미니런을 찾는다.
자동차는 시간이 지나면 바뀐다. 기술도 변한다. 내연기관이 전기차로 바뀌고 새로운 제품이 등장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사람 사이의 관계는 쉽게 대체되지 않는다. 같은 관점에서 미니런이 20년 동안 살아남은 이유는 미니라는 자동차 때문만은 아니다. 그 차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 사람들을 소중하게 생각한 문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미니런은 자동차 행사가 아니라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리고 아마 그것이 앞으로의 20년도 가능하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이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