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적이고 안정적인 운영 돋보여
-미니를 향한 오너들의 열정 뛰어나
미니런의 진짜 매력은 셋째 날부터 시작된다. 수십 대의 미니가 제주를 달리며 장관을 연출하는 것은 물론 20년 동안 이어져 온 행사만의 안정적인 운영과 참가자들의 성숙한 자동차 문화가 동시에 드러나기 때문이다. 함께 달리는 데서 그치지 않고 지역 사회를 배려하며 제주 자연을 즐기는 방식 그리고 자신의 미니를 향한 오너들의 남다른 애정은 미니런을 특별하게 만드는 핵심 요소다. 지난 3일부터 6일까지 3박4일 동안 2026 미니런에 직접 동행했다.
셋째 날 아침이 밝자 비로소 사람들이 왜 미니런을 손꼽아 기다리는지 알 수 있었다. 이날은 말 그대로 미니가 주인공이 되는 날이었다. 제주를 달리며 미니만의 감성과 드라이빙을 온전히 즐기는 일정이 예정돼 있었고 참가자들의 기대감 역시 어느 때보다 높아 보였다. 집결 시간보다 훨씬 이른 시간부터 주차장에는 사람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냈다. 아직 잠에서 덜 깬 듯한 제주 아침 공기 속에서도 참가자들의 손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실내외는 물론 누군가는 휠 사이사이를 정성스럽게 닦아냈고 심지어 보닛을 열어 엔진룸 안쪽까지 광을 내는 참가자도 눈에 띄었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차를 가장 멋진 모습으로 달리게 하고 싶은 마음, 그 순수한 애정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준비를 마친 미니들은 서귀포를 출발해 한라산 고갯길을 넘고 다시 제주 해안도로를 따라 달렸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은 그야말로 그림 같았다. 짙은 초록빛 숲과 푸른 하늘, 시원하게 펼쳐진 바다를 배경으로 수십 대의 미니가 길게 이어지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어디를 가든 사람들의 시선이 따라붙었다. 마주 오는 차나 오토바이 운전자들은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렸고 신호대기를 하는 순간이면 옆 차에서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날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화려한 행렬보다도 주행 방식 그 자체였다. 보통 수십 대가 함께 움직이는 그룹 드라이빙은 주변 차에 부담을 주기 쉽다. 그러나 미니런은 달랐다. 차들은 일부러 간격을 넓게 유지했다. 일반 차들이 자유롭게 차선 변경을 하고 끼어들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각 차에 비치된 무전기를 통해 실시간으로 교통 상황을 공유하며 뒤처지는 차나 주변 교통 흐름을 함께 살폈다. 그 덕분에 거대한 행렬이 이동하고 있음에도 제주 도로는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흘러갔다.
무엇보다 속도가 빠르지 않았다. 누군가를 이기기 위해 달리는 것도 아니었고 기록을 세우기 위한 드라이빙도 아니었다. 오히려 제주라는 공간 속으로 천천히 녹아들며 풍경을 즐기고 과정 자체를 만끽하는 여유로운 여행에 가까웠다. 굽이치는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며 창밖의 바다를 바라보고 잠시 창문을 열어 제주 바람을 느끼며 좋은 사람들과 함께 같은 길을 달리는 것. 그것이 이날 드라이빙의 진짜 목적이었다.
운영진의 노하우 역시 곳곳에서 드러났다. 수십 대의 차가 한꺼번에 유명 관광지에 몰리면 주변이 혼잡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유명 명소는 의도적으로 피했다. 대신 제주 사람들만 알 법한 한적한 해안길과 숨겨진 드라이빙 코스를 중심으로 일정을 구성했다. 덕분에 참가자들은 제주 본연의 매력을 더욱 깊게 경험할 수 있었고 지역 주민이나 관광객들에게 불편을 주는 일도 없었다. 20년 동안 행사를 운영하며 축적된 경험과 배려가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모습이었다.
중간중간 마련된 휴식 시간 역시 올해 주제인 '놀멍쉬멍'을 그대로 보여줬다. 참가자들은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고 서로의 차를 구경하며 정보를 공유했다. 자연스럽게 차 이야기가 시작됐지만 어느 순간에는 가족 이야기와 직장 이야기, 살아가는 이야기로 이어졌다. 현장에서 만난 한 오너는 "1년 동안 이날만 기다렸다"며 "준비하는 과정부터 제주에 와서 사람들을 만나는 순간까지 모든 것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오너는 "여기서는 차 가격도 중요하지 않고 직업도 중요하지 않다"며 "누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오직 미니를 좋아한다는 마음 하나만 존재할 뿐"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 말은 전혀 과장이 아니었다. 이곳에서는 사회적 지위도, 경제적 여건도, 나이도, 성별도 중요하지 않았다. 오직 미니를 좋아한다는 공통점 하나만으로 모두가 친구가 됐고 가족처럼 어울렸다.
참가 차들을 둘러보는 것 역시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똑같은 미니는 단 한 대도 없었다. 저마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꾸며져 있었고 오너들의 개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어떤 차는 수많은 스티커와 커스텀 파츠로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했고 또 다른 차는 세월의 흔적을 간직한 채 클래식한 매력을 뽐냈다. 그 중에서도 기억에 남았던 것은 초창기 일렉트릭 미니 쿠퍼를 타고 참가한 가족이었다. 서울에서 목포까지 내려온 뒤 다시 제주 전역을 누비고 있었는데 짧은 주행거리 탓에 여러 번 충전을 해야 하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불편함보다 즐거움을 먼저 이야기했다. 충전하는 시간조차 가족과 함께하는 또 하나의 추억이라고 말이다. 그 모습을 보며 자동차를 소유한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 라이프스타일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올해부터는 전기차도 참가해 더욱 풍요로웠다. 에이스맨과 일렉트릭 쿠퍼 JCW를 비롯한 다양한 전동화 라인업들이 기존 내연기관 미니들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파워트레인은 달라졌지만 특유의 개성과 감성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넉넉해진 주행거리를 바탕으로 하루종일 제주 땅을 누벼도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오히려 새로운 시대를 향해 나아가는 미니의 변화가 현장에서 더욱 생생하게 다가왔다.
드라이빙을 마친 뒤에도 사람들은 쉽게 흩어지지 않았다. 누군가는 컨트리맨 트렁크를 열고 캠핑 의자를 꺼내 앉아 있었고 누군가는 컨버터블을 주크박스 삼아 음악을 틀어 놓았다. 또 다른 사람들은 제주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보냈다. 미니는 그들에게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었다. 친구를 만나게 해주는 공간이었고 가족과 추억을 만드는 도구였으며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숨을 돌릴 수 있는 휴식처였다.
그렇게 제주 구석구석을 누빈 참가자들은 다시 베이스캠프로 돌아왔고 2026 미니런의 공식 일정도 마침내 막을 내렸다. 하지만 진짜 마지막은 다음 날이었다. 제주항에서 목포항으로 향하는 배 안에서도 사람들은 여전히 함께였다. 그리고 육지에 도착한 뒤에도 좀처럼 헤어지지 못했다.
목포항에 도착해 모든 차가 하선하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갈 시간임에도 누구 하나 먼저 떠나려 하지 않았다. 곳곳에서는 마지막 인사가 이어졌고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는 약속이 오갔다. 아쉬움이 가득한 표정 속에서도 함께 보낸 시간에 대한 행복이 묻어났다. 운영진은 음악을 틀었고 참가자들은 함께 노래를 부르며 3박4일 동안의 추억을 되새겼다. 그리고 마침내 하나 둘 씩 각자의 삶으로 돌아갔다.
이번 미니런을 동행 취재하며 느낀 것은 분명했다. 단순한 자동차 동호회 행사가 아니라는 것. 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자리이지만 결국 중심에는 사람이 있었다. 자신이 어떤 차를 타는지보다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가 중요했고 서로의 개성을 존중하면서도 하나의 공동체로 연결되는 특별한 문화가 존재했다.
비록 미니는 작은 차다. 하지만 그 차가 사람들에게 안겨주는 행복의 크기는 결코 작지 않았다. 오히려 그 어떤 고성능 스포츠카나 초호화 럭셔리카보다 더 큰 웃음과 추억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꾸준히 응원해 온 브랜드 역시 인상적이었다.
20년 동안 이어져 온 미니런의 역사는 단순한 이벤트의 연속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이어온 시간의 기록이었다. 아마도 이것이 미니가 오랜 시간 한국 시장에서 사랑받아 온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결국 미니런이 달리는 이유는 더 빠르게 가기 위해서가 아니다. 좋은 사람들과 오래 함께 가기 위해서다. 그만큼 내년의 미니런이 더욱 기대된다.
제주 =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