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은하게 스며드는 럭셔리 추구해
-경험과 감성에 집중하는 전략 특징
마세라티가 온라인을 통해 신형 그란투리스모와 그레칼레를 공개했다. 특히, 이번 행사에서 마세라티가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의외로 출력이나 전동화, 자율주행이 아니었다. 대신 경험과 감정, 그리고 조용한 럭셔리를 이야기했다.
마세라티는 신차 발표와 함께 앞으로 어떤 브랜드가 될 것인지에 대한 비전을 같이 설명했다. 숫자와 성능 경쟁이 치열해지는 시대 속에서 마세라티는 오히려 그 반대 방향을 선택했다. 핵심은 더 빠른 차가 아니라 더 깊은 경험을 중시한다는 것. 여기에 더 화려한 과시가 아니라 더욱 진정성 있는 럭셔리를 이야기했다.
크리스티아노 피오리오 마세라티 최고마케팅책임자는 발표 내내 브랜드의 정체성을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가 강조한 내용은 단순했다. 마세라티는 디자인 브랜드도 아니고 퍼포먼스 브랜드도 아니며 기술 브랜드도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아름다운 디자인과 강력한 성능, 첨단 기술과 장인정신은 모두 마세라티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그 어느 하나만으로는 마세라티를 설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진정한 마세라티는 이 모든 요소가 하나로 결합될 때 비로소 완성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마세라티는 오랫동안 자신들을 이탈리안 그란투리스모 브랜드라고 소개해왔다. 단순히 빠른 차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장거리 여행의 여유와 편안함, 아름다움과 퍼포먼스를 동시에 추구하는 브랜드라는 의미다. 피오리오는 "운전의 즐거움은 편안함을 통해 더욱 깊어지고 기술은 운전자와 자동차의 연결을 풍부하게 만들 때 의미를 가진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조용한 럭셔리의 개념이 더욱 인상깊게 다가온다. 겉으로 드러나는 화려함보다 본질적인 가치와 품질, 그리고 라이프스타일을 중시하는 흐름이다. 피오리오는 "현대의 럭셔리는 내가 누구인지 그리고 어떤 삶을 살아가는지를 표현하는 것"이라며 "마세라티는 소리치지 않는다. 단지 고객의 삶을 확장하고 일상을 업그레이드할 뿐"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산업은 여전히 숫자를 중심으로 움직인다. 최고출력 몇 마력,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몇 초, 1회 충전 주행거리가 몇 ㎞인지가 제품 경쟁력의 기준이 된다. 하지만 마세라티는 이번 발표에서 그런 숫자들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다. 물론 590마력으로 강해진 네튜노 엔진이나 540㎞ 이상을 달릴 수 있는 폴고레 전기차도 소개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브랜드 철학을 구현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었다. 마세라티가 궁극적으로 판매하려는 것은 숫자가 아니라 감정이며 이동수단이 아니라 경험이라는 메시지가 더욱 강하게 전달됐다.
이 같은 마세라티의 전략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급격하게 변화하는 시장 환경이 배경에 자리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전동화와 디지털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자동차 산업은 점점 더 비슷해지고 있다. 플랫폼과 배터리, 소프트웨어가 중요해질수록 제품 간 차별화는 어려워지고 있다. 결국 브랜드만이 남는 시대가 오고 있는 셈이다. 마세라티 역시 이를 인식하고 있으며 이번 발표에서도 기술 혁신보다 브랜드가 고객에게 어떤 감정을 전달할 것인지에 더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한편, 이번 발표에서 눈길을 끈 부분은 미래 고객에 대한 시각이었다. 피오리오는 알파세대와 Z세대를 '레트로 시커'라고 표현했다. 디지털 환경에서 성장한 젊은 세대일수록 오히려 진정성과 역사, 그리고 헤리티지에 더욱 큰 가치를 둔다는 설명이다. 수많은 브랜드가 매일 등장하고 사라지는 시대일수록 오랜 시간 축적된 스토리가 경쟁력이 된다는 의미다. 실제로 마세라티는 올해로 112년의 역사를 가진 브랜드다. 삼지창을 뜻하는 트라이던트 엠블럼 역시 100년이 넘는 시간을 함께해 왔다. 마세라티가 반복해서 자신들의 역사와 정체성을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