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 디펜더 옥타, 야성 뒤에 숨은 영국 신사의 품격

입력 2026년06월25일 08시00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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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프로드 괴물의 진면목, 온로드에서는 반전 매력

 -강력한 성능과 섬세한 주행 감각의 절묘한 조화

 

 올 봄 다녀온 데스티네이션 디펜더 행사는 쉽게 잊히지 않는다. 최상위 라인업인 디펜더 옥타의 진면목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거친 오프로드를 놀이터 삼아 구르고 뛰어다녀도 차는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오히려 물 만난 물고기처럼 지형을 타고 넘으며 진정한 다카르의 왕좌를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하게 했다.

 





 

 그로부터 수개월이 지난 뒤 이번에는 잘 닦인 도로 위에서 디펜더 옥타를 다시 마주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완전히 다른 차처럼 느껴졌다. 강력함 속에는 고요함이 묻어났고 터프한 외모 뒤에는 섬세한 감각이 숨어 있었다. 데스티네이션 디펜더에서 본능을 끌어올렸다면 이번 온로드 장거리 시승에서는 일상에서 자주 마주하게 될 디펜더 옥타의 또 다른 매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본격적인 시승에 앞서 공터에 차를 세워놓고 차분히 살펴봤다. 외관은 단번에 디펜더임을 알 수 있는 요소들로 가득하다. 각진 차체와 거대한 덩치, 든든함이 묻어나는 강렬한 캐릭터 라인은 그야말로 상남자 그 자체다. 화려한 기교를 부리거나 자극적으로 멋을 내지 않았다. 디펜더 본연의 모습을 간직한 채 소소한 부분에서 옥타만의 변화를 더했다.

 

 대표적인 부분은 펜더다. 큼직하게 부풀린 펜더는 차체에 위압감을 더하고 기존 디펜더와 확실한 차별화를 이룬다. 여기에 22인치 휠 또한 압도적이다. 어떤 길이든 헤쳐 나갈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을 준다. 앞뒤 견인 고리와 디펜더 레터링에는 골드 컬러 포인트를 넣어 고급스러움을 더했고 측면에는 옥타를 상징하는 다이아몬드 엠블럼을 붙였다. 쿼드 배기 시스템 역시 이 차의 성격을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차를 잘 모르는 사람이 봐도 디자인 하나는 끝내준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다. 특히, 큰 차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더없이 완벽한 비율과 존재감을 가진 차가 아닐까 싶다.

 

 두툼한 도어를 열고 실내로 들어가면 솔직히 일반적인 디펜더와 큰 차이는 없다. 두툼한 형태의 수평형 센터페시아, 노출 구조의 피스, 공간 활용을 극적으로 강조한 센터 터널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컬러 구성과 디테일에서는 옥타만의 개성이 드러난다. 메탈릭 파우더 코트 마감의 크로스카 빔은 강인한 분위기를 만들고 디펜더 스크립트가 새겨진 조명식 메탈 트레드 플레이트는 세심한 완성도를 보여준다. 일부 인테리어 컬러의 경우 2열과 3열 가운데 좌석에 에보니 컬러 포인트를 넣어 개성 있는 실내 공간을 조성했다.

 













 

 디펜더 옥타만의 특별함을 가장 잘 보여주는 부분은 스티어링 휠이다. 조명이 들어오는 투명한 패들 시프트가 눈길을 끌고 6시 방향에 자리한 옥타 엠블럼을 누르면 차의 성격이 한층 더 강력하게 바뀐다. 헤드레스트 일체형 퍼포먼스 시트는 천공 세미 아닐린 가죽으로 마감해 고급스럽고 착좌감도 좋다.

 

 디지털 요소도 부족함이 없다. 13인치가 넘는 커다란 센터 모니터는 플로팅 타입으로 세련미를 더한다. 안쪽을 채우고 있는 랜드로버의 대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피비 프로는 빠르고 정교하게 반응한다. 바로 아래에는 전자식 변속 레버를 비롯해 다양한 물리 버튼들이 자리한다. 처음에는 다소 복잡해 보일 수 있지만 한 번 손에 익으면 오히려 쓰기 편하다. 험로를 달려야 하는 디펜더의 특성상 즉각적인 조작이 필요한 물리 버튼을 남겨둔 것은 매우 좋은 선택이다. 차의 성격뿐 아니라 기능적으로도 완벽히 맞아떨어진다.

 

 차의 크기를 고려했을 때 2열 공간은 부족함이 없다. 라이벌과 비교해도 디펜더 쪽에 더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전용 송풍구와 공조장치, USB 충전 포트 등 필요한 기능도 빠짐없이 갖췄다. 옆으로 열리는 독창적인 방식의 트렁크 역시 활용도가 좋다. 2열을 플랫하게 접으면 웬만한 소형 가전이나 가구도 손쉽게 실을 수 있을 듯하다. 다양한 액세서리 키트를 연결하면 활용 가치는 더욱 높아진다. 여기에 측면과 상단 곳곳에 마련된 유리창 덕분에 실내 채광도 뛰어나다.

 

 감상은 여기까지. 이제 본격적인 주행에 나섰다. 디펜더 옥타는 최고출력 635마력을 발휘하는 4.4ℓ 트윈터보 마일드하이브리드 V8 엔진이 들어있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단 4초 만에 주파한다. 제원표 속 숫자만 보면 역시나 강력하고 무시무시하다.

 













 

 하지만 실제 움직임은 예상과 다르다. 힘을 일부러 드러내지 않는다. 평소에는 굉장히 차분하고 여유롭게 달린다. 숫자만 보고 미리 겁먹을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젠틀한 영국 신사처럼 도로 흐름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묵직하게 전진한다. 덕분에 운전이 서툰 사람도 부담스럽지 않게 차를 다룰 수 있다.

 

 물론 욕심을 부려 조금 더 스로틀을 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때부터 디펜더 옥타는 풍부한 힘을 바탕으로 훅 치고 나간다. 속도가 붙는 과정은 단연 8기통 엔진답다. 빠르면서도 자연스럽고 기분까지 절로 좋아진다. 여기에 승차감도 인상적이다. 핵심은 혁신적인 6D 다이내믹스 서스펜션이다. 온로드에서 롤링을 억제하면서도 불필요한 굴곡과 불쾌한 노면 감각을 부드럽게 흡수한다. 차의 움직임을 최적으로 맞춰 탑승자 모두에게 쾌적한 경험을 전달한다. 고성능차는 마냥 시끄럽고 우당탕탕 달릴 것이라는 편견을 온전히 날려버린다.

 

 전통 SUV임에도 모노코크 바디를 탑재한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진동과 떨림을 잘 잡아 전체적인 승차감과 주행 품질을 끌어올린다. 물론 랜드로버가 잘 만드는 알루미늄 구조를 적극 활용해 강성도 빠짐없이 챙겼다. 덕분에 디펜더 옥타와 함께하는 가속은 스트레스가 없다. 실내에서는 그저 아름다운 음악에 취해 여유롭게 질주하면 된다.

 

 그 여유를 완성하는 요소는 15개의 스피커를 갖춘 700W 메르디안 서라운드 시스템이다. 중음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며 오래 들어도 귀가 피곤하지 않다. 심지어 바디 앤 소울 시트를 적용해 온몸으로 음악을 듣는 듯한 경험까지 전달한다. 이를 위해 시스템 업계 선두 기업 서브팩과 협력해 개발했고 AI 최적화 소프트웨어를 적용해 몰입형 하이파이 음향 기술을 구현했다. 여기에 진정, 균형, 활력 등의 사운드트랙을 통해 운전자의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웰니스 경험까지 제공한다. 이런 섬세한 기능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옥타는 생각보다 훨씬 대단한 차다.

 







 

 디펜더 옥타는 강하고 화끈한 성능 뒤에 배려심 넘치고 매너 있는 자세를 숨기고 있다. 데스티네이션 디펜더에서 오프로드 본능을 확인했다면 이번 온로드 장거리 시승에서는 일상 속에서 느낄 수 있는 반전 매력을 확인했다. 거칠게 달릴 줄만 아는 차가 아니다. 필요할 때는 누구보다 강력하지만, 평소에는 누구보다 품격 있게 움직인다.

 

 그만큼 이 차는 단순히 가장 강한 디펜더가 아니다. 오프로드에서는 야성을 드러내고 온로드에서는 고요한 품격을 보여주는 입체적인 플래그십이다. 강력한 V8 엔진과 6D 다이내믹스 서스펜션, 여기에 섬세한 실내 경험까지 더해지며 차의 완성도는 기대 이상으로 높다. 다카르의 왕좌를 영위하기 위한 야생마이면서도 도심에서는 영국 신사처럼 행동하는 차. 그것이 디펜더 옥타의 진짜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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