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프린팅으로 부품 제작 한계 넘어
-디지털 측정으로 보이지 않는 품질까지 관리
자동차 개발의 경쟁력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더 빠르게 설계하고 더 정밀하게 금형을 만들어서 더 많은 시험을 거치는 것이 핵심이었다. 하지만 전동화와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시대로 접어들면서 이런 방식은 점점 의미가 희미해지고 있다. 반대로 어떻게 만들고 어떻게 검증하느냐가 새로운 경쟁력으로 떠올랐다.
현대자동차·기아 남양기술연구소에서 확인한 변화는 분명했다. 금형으로 만들기 어려웠던 복잡한 부품을 3D 프린팅으로 구현하고 완성차의 미세한 틈새와 단차까지 디지털 데이터로 관리한다. 오히려 제조와 검증 모두가 더 정교해지고 더 빨라지고 있다. 변화는 이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먼저 찾은 적층 제조 솔루션 센터(AMSC)는 자동차 부품 제조의 방식을 바꾸는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설계 데이터만 있으면 금형 없이도 부품을 만들 수 있다. 재료를 깎아내는 기존 절삭 가공과 달리 필요한 곳에 재료를 한 층씩 쌓아 형상을 구현하는 방식이다. 이후 원하는 모양에 맞게 긁어내면 끝난다. 덕분에 기존 공정으로는 만들기 어려웠던 복잡한 구조와 세밀한 형상도 훨씬 자유롭게 제작할 수 있다. 시간 단축은 말할 필요가 없다. 크게는 4분의 1까지 기간이 단축될 정도다.
현장에서는 액상 레진을 자외선으로 굳히는 폴리머 광중합 방식부터, 금속 와이어를 녹여 쌓는 WAAM, 금속과 플라스틱 분말을 레이저로 소결하는 방식까지 다양한 적층 제조 기술을 시연하며 이해를 높였다. 특히, 금속 적층 제조는 모터스포츠 부품처럼 경량화와 강성이 동시에 필요한 부품 제작에 강점을 보인다. 대형 구조물이나 일체형 부품도 중간 조립 없이 만들 수 있어 개발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적층 제조의 장점은 단순히 빠르게 만드는 데 그치지 않는다. 헤리티지 차 복원이나 단종 부품 제작처럼 기존 금형이 없거나 다시 제작하기 어려운 영역에서도 활용도가 높다는 것. 실제 포니의 사이드 실 부품은 원형을 살펴봤다. 3D 스캔한 뒤 적층 제조로 복원해 완성도가 매우 높았다. 이런 게 진정한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게 아닐까? 과거의 잊혀졌던 부품을 오늘의 기술로 되살리는 과정에서 깊은 감동을 받는다.
물론 자동차 부품은 형상만 맞는다고 끝나지 않는다. 실제 차에 쓰이기 위해서는 강도와 내구성, 치수 정확도까지 모두 검증해야 한다. AMSC는 출력과 후처리뿐 아니라 품질 검사까지 자체적으로 수행하며 실제 사용 가능한 수준의 완성도를 확보한다. 3D 프린팅이 단순한 시제품 제작을 넘어 미래 제조 경쟁력의 핵심 기술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 다음으로 찾은 디지털 측정 센터(DMC)는 완성도를 숫자로 확인하는 공간이었다. 자동차의 품질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작은 오차에서 갈린다. 후드와 도어 사이의 미세한 단차, 패널 간 틈새, 조립 과정에서 생긴 변형은 고급감은 물론 소음과 누수, 조립 품질에도 영향을 준다. 작은 차이가 큰 결함으로 나타날 수 있는 나비효과를 받을 수도 있어서 초기 단계에서부터 정확히 맞추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DMC는 이러한 치수 품질을 디지털 데이터로 측정하고 분석한다.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차체 구조 측정이다. 3차원 측정장비는 차 한 대에서 약 1,000개의 포인트를 읽어내고 이를 바탕으로 거리와 평행도, 편차 등을 계산한다. 이를 통해 완성한 약 600개의 평가 항목은 양산 공장으로 그대로 이관돼 동일한 품질 기준으로 이어진다. 연구소에서 확인한 데이터가 실제 생산 품질의 기준이 되는 것이다.
측정 방식도 고도화되고 있다. 광학식 3D 스캐너와 로봇 암, 자율주행 운반 로봇을 활용해 무빙 부품을 자동으로 측정하고 포터블 3D 스캐너로 조립 전후의 품질을 빠르게 확인한다. 완성차 단계에서는 차 전체를 스캔해 문제가 발생한 원인을 추적한다. 차체부터 의장 부품까지 축적한 데이터가 있기 때문에 작은 오차가 어느 단계에서 비롯됐는지 빠르게 찾아낼 수 있다.
도어나 테일게이트처럼 움직이는 부품은 동적 검증까지 거친다. 문이 닫히는 찰나의 변형, 인장 강도 등을 초고속 센서로 측정하고 시각적으로 힘이 받는 부분을 표현해 개선한다. 사람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움직임까지 데이터로 남기고 고치는 것이다. 즉, 자동차 품질을 감각이 아닌 수치와 데이터로 관리하는 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남양기술연구소의 AMSC와 DMC는 각각 더 자유롭게 만드는 기술과 더 정밀하게 확인하는 기술을 보여준다. 하나는 금형과 공정의 한계를 낮추고 다른 하나는 보이지 않는 오차까지 데이터로 잡아낸다. 두 공간이 맞물리면서 자동차 개발은 더 빠르고 정교해지며 유연한 방식으로 진화할 것이다. 실제로 해당 연구 기술을 활용해 더욱 완성도 높은 신차가 빠른 주기로 나오고 있다. 품질 경쟁력은 저절로 올라가고 소비자가 체감하는 만족도 또한 커진다.
결국 미래 자동차 경쟁력은 좋은 차를 만드는 것에서만 끝나지 않는다. 얼마나 빠르게 구현하고 얼마나 정확하게 검증하는지, 한 걸음 더 나아가 얼마나 안정적으로 양산 품질로 연결하느냐가 핵심이다. 남양기술연구소는 이 같은 인식을 명확하게 파악하고 있으며 최전선에서 자동차 연구의 가장 최신 흐름을 보여주고 있었다.
화성(남양) =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