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식변경으로 완성도 높여
-화려함보다 균형...바이킹의 롱십을 닮은 전기차
바이킹을 떠올리면 거대한 도끼를 휘두르는 전사의 모습이 먼저 그려진다.
그런데 역사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들이 유럽을 넘어 아이슬란드와 그린란드를 개척하고, 아메리카 대륙까지 도달할 수 있었던 건 무력이 아니었다. 거친 북해를 견딜 수 있었던 롱십(Longship) 때문이었다. 불필요한 것을 덜어낸 설계, 그리고 무엇보다 지혜를 중시하는 문화였다.
2027년형 폴스타4를 다시 타며 가장 먼저 떠오른 것도 바로 그 바이킹이었다. 이번 연식변경은 새로운 것을 잔뜩 더하지 않았다. 대신 이미 잘 만들어진 자동차를 더욱 정교하게 다듬었다. 바이킹의 후예들이 만들어낸 절제와 균형의 철학은 자동차에도 그대로 담겨있었다.
▲디자인&상품성
전면부는 간결하면서도 강렬하다. 듀얼 블레이드 LED 헤드램프는 브랜드 정체성을 명확하게 드러내면서도 차체를 더욱 넓고 낮아 보이게 만든다. 복잡한 장식 대신 절제된 면과 선만으로 존재감을 만들어낸다.
낮게 눕힌 보닛과 2m가 넘는 전폭은 스포츠 쿠페를 연상시킨다. 프레임리스 사이드미러와 매끈한 차체는 공기 흐름까지 고려한 결과다. 화려하게 꾸미기보다 필요한 요소만 남긴 디자인은 바이킹의 롱십을 떠올리게 한다. 장식을 덜어냈기에 오히려 형태 자체가 더욱 아름답다.
측면은 폴스타4의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준다. 완만하게 떨어지는 루프라인과 긴 휠베이스, 짧은 오버행은 SUV와 쿠페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허문다. 2027년형부터 차명도 '폴스타4 쿠페'로 변경됐다. SUV보다 쿠페라는 정체성을 더욱 강조하기 위한 선택이다.
바이킹들이 숭배하던 북유럽 신화 속 오딘은 지혜를 위해 한쪽 눈을 내놓았다. 마찬가지로 폴스타는 뒷유리를 과감하게 없애고 카메라 기반 디지털 룸미러를 적용했다. 처음에는 낯설지만 되내어보면 더 넓어진 2열 공간과 독창적인 비례를 얻기 위한 선택이란걸 알게 된다.
실내는 이전보다 한층 세련됐다. 2027년형에는 차콜 색상의 바이오 기반 마이크로테크 소재가 기본 적용되고 파노라믹 글래스 루프에는 블랙 엠블럼이 새롭게 더해졌다. 트림별로 안전벨트와 로터리 노브 디자인도 차별화했다. 겉으로 크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완성도를 높이는 변화다.
친환경 소재 역시 폴스타다운 선택이다. 소나무 추출 오일을 활용한 마이크로테크와 재활용 페트병으로 만든 니트 소재, 폐어망을 재활용한 에코닐 카펫 등은 지속가능성과 프리미엄을 동시에 만족시킨다.
상품성도 높아졌다. 듀얼모터 가격은 기존보다 200만원 낮아졌고 나파 가죽 업그레이드 역시 가격을 인하했다. 플러스 팩에는 하만카돈 오디오와 픽셀 LED 헤드램프, 2열 전동 리클라이닝 등이 포함돼 체감 만족도를 높였다. 소비자가 실제 선택하는 옵션의 문턱을 낮춘 점도 인상적이다.
▲성능
겉모습보다 변화가 큰 곳은 주행이다. 수치만 보면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듀얼모터는 최고출력 544마력을 발휘하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3.8초 만에 도달한다. 100㎾h 배터리를 탑재했고 최대 200㎾급 급속 충전도 지원한다.
운전대를 잡으면 느낌은 분명 달라졌다. 가장 먼저 체감되는 부분은 조향감이다. 스티어링 반응이 이전보다 조금 더 정교해졌다. 작은 입력에도 차체는 자연스럽게 방향을 바꾸고 코너에서는 운전자가 원하는 궤적을 충실히 따라간다.
이번 연식변경에서 스프링과 안티롤바, 패시브 댐퍼, 리바운드 스톱 등을 새롭게 적용하고 스티어링까지 개선한 이유가 이해되는 순간이다. 단순히 단단한 차가 아니라 노면을 읽고 움직이는 방식이 한층 세련돼졌다.
승차감도 인상적이다. 기존 제품이 다소 단단한 성격이었다면 이번에는 충격을 한 번 더 걸러내는 여유가 생겼다. 그렇다고 스포츠성을 잃지는 않았다. 차체는 여전히 낮게 깔리고 연속 코너에서도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않는다.
가속감 역시 폴스타 특유의 절제된 성격을 유지한다. 전기차 특유의 과격한 초반 토크를 앞세우기보다 힘을 일정하게 이어간다. 언제든 폭발적인 출력을 낼 수 있지만 굳이 운전자를 긴장시키지는 않는다. 마치 거친 파도 위에서도 흔들림 없이 항로를 유지하는 바이킹의 롱십처럼 안정감이 먼저 느껴진다.
주행 보조 시스템도 만족스럽다. 파일럿 어시스트와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차선 중앙을 매우 자연스럽게 유지한다. 단순히 보조 기능을 넘어 장거리 주행의 피로를 줄여주는 역할까지 수행한다. 파일럿 팩이 기본으로 제공되는 점도 경쟁력을 높인다.
▲총평
2027년형 폴스타4 쿠페는 완전변경도, 부분변경도 아니다. 하지만 연식변경이라는 이름 아래 소비자가 가장 많이 체감하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손봤다. 섀시는 더욱 정교해졌고 편의 품목 구성은 합리적으로 다듬었으며 가격 경쟁력까지 높였다.
바이킹의 롱십은 당시 가장 화려한 배가 아니었다. 대신 가장 멀리, 가장 안정적으로 항해할 수 있는 배였다. 그들의 선택 기준은 보여주기 위한 혁신이 아니라 실제 항해를 위한 완성도였다.
2027년형 폴스타4 쿠페도 같은 철학을 품고 있다. 눈길을 사로잡는 극적인 변화는 없다. 대신 운전자가 매일 경험하는 조향감과 승차감, 옵션 구성과 가격을 차분하게 다듬었다. 북유럽의 바다를 건넜던 바이킹처럼 폴스타4 역시 화려함보다 본질에 집중한다. 그리고 그 철학은 이번 연식변경에서 더욱 선명해졌다.
2027년형 폴스타4 쿠페의 가격은 리어모터가 6,690만원, 듀얼모터가 6,990만원이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