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터뷰] "F1은 막연한 꿈 아니다"…17세 이규호의 거침없는 질주

입력 2026년08월28일 09시15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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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모터스포츠 기대주, 올해 GB3 챔피언십 도전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 트라젝토리 프로그램 합류

 

 한국 모터스포츠의 미래를 짊어질 새로운 유망주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주인공은 올해 영국 엘리트 모터스포츠 소속으로 GB3 챔피언십을 누비고 있는 이규호다. 불과 지난해 본격적으로 포뮬러카에 뛰어든 17세 드라이버지만 시선은 이미 그보다 훨씬 높은 곳을 향한다. 2년 안에 FIA F3에 진출하고 궁극적으로 한국인 최초의 포뮬러원(F1) 드라이버가 되겠다는 목표다.

 



 

 지난 22일 ‘2026 오네(O-NE) 슈퍼레이스 챔피언십’ 5라운드에서 기자들과 만난 이규호는 강한 자신감과 열정이 돋보였다. 실제로 성장 속도는 상당히 빠르다. 카트를 통해 기본기를 다진 그는 2025년 본격적인 포뮬러카 레이싱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F4 무대를 경험하며 싱글시터 적응에 집중했고 이후 GB3 챔피언십으로 무대를 옮겼다. 포뮬러카 경력 2년 차에 다시 한 계단을 올라선 셈이다.

 

 GB3는 젊은 드라이버에게 의미가 큰 무대다. 영국을 기반으로 열리는 싱글시터 챔피언십으로 F4에서 경험을 쌓은 유망주가 FIA F3와 F2, 나아가 F1으로 향하기 전 경쟁력을 증명하고 한층 강력한 포뮬러카에 적응하는 대표적인 성장 무대로 꼽힌다. 2026년에는 영국뿐 아니라 유럽 주요 서킷까지 아우르는 일정으로 구성돼 다양한 트랙 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차 역시 만만치 않다. 이규호가 모는 타투스 MSV GB3-025는 F1에서 영감을 받은 공력 패키지를 갖추고 DRS까지 적용했다. 특히 올해는 2.4ℓ 4기통 자연흡기 마운튠 엔진으로 업그레이드했고 토크도 전년보다 25% 높였다. 공력 성능과 섀시 역시 개선하면서 이전보다 한층 빠른 차로 거듭났다. F4에서 올라온 어린 드라이버 입장에서는 속도뿐 아니라 다운포스와 타이어, 레이스 운영까지 새롭게 배워야 하는 셈이다.

 

 하지만 이규호는 빠른 승급을 부담보다 당연한 과정으로 받아들였다. 그는 "이렇게 빨리 올라오게 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드라이버라면 클래스가 올라갈 때마다 새로운 차와 환경에 적응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재미있게 레이스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직까지는 큰 문제없이 잘 적응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해진 차에 대한 부담도 크지 않다고 말했다. 출력과 다운포스가 크게 증가하면서 F4보다 체력적으로 요구하는 수준이 높아졌지만 사전 준비를 통해 충분히 대응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분명 차는 빨라졌다. 다운포스도 높아지고 출력도 올라갔다. 하지만 체력적으로 잘 준비했고 드라이빙 측면에서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기 때문에 크게 문제되는 부분은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데뷔 시즌부터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시즌 개막전 실버스톤에서는 두 차례 예선 모두 톱 10에 진입했고 레이스3에서는 마지막까지 선두권과 경쟁하며 포디움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후 레드불링 레이스1에서도 6위에 오르는 등 경쟁력을 이어갔다.

 



 

 본인 역시 올해 페이스 자체에는 만족하고 있다. 다만 빠른 랩타임만큼 중요한 것이 레이스를 끝까지 완주하고 결과로 연결하는 능력이라는 점도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페이스 자체는 좋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시즌 초반 사고 때문에 포디움을 놓친 경우가 있었는데 앞으로는 조금 더 영리하게 플레이해야 할 것 같다. 끝까지 레이스를 완주하고 좋은 결과로 연결하는 능력을 발전시키는 것이 목표다"라고 말했다.

 

 GB3는 한 번의 레이스 위크에 세 차례 경기를 치르는 만큼 단순한 속도만으로 좋은 결과를 얻기도 쉽지 않다. 타이어와 차의 컨디션을 어떻게 배분하고 각 레이스에 어떤 전략으로 접근할 것인지도 중요하다.

 

 이규호는 특히 레이스3에서 상대적으로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이유에 대해 전략적인 접근을 꼽았다. "레이스1, 2, 3까지 세 번의 경기를 치르기 때문에 타이어 전략을 잘 짜야 한다. 레이스 위크 자체도 길기 때문에 주어진 자원과 조건을 어떻게 활용하는지가 중요하다. 우리는 레이스3까지 생각하면서 전략을 준비했고 그 부분에서 다른 팀보다 좋은 결과를 보여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는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력이다. 올해 영국을 넘어 유럽의 여러 서킷을 경험하고 있지만 처음 찾은 트랙에서도 빠르게 특징을 파악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는 "처음 차를 타고 서킷에 들어갔을 때 얼마나 빨리 적응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 부분을 잘 준비해 왔기 때문에 처음 달리는 서킷에서도 비교적 빠르게 페이스를 찾을 수 있었다"고 답했다.

 

 이규호의 행보가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올해부터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의 '트라젝토리 프로그램'에 합류했기 때문이다. 트라젝토리 프로그램은 당초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이 2026 FIA 세계내구선수권(WEC) 진출을 준비하기 위해 만든 실전 육성 프로그램에서 출발했다. 2025년에는 드라이버뿐 아니라 엔지니어와 전략가, 미캐닉 등 실제 레이싱팀 구성원들이 유러피언 르망 시리즈(ELMS)에 참가해 경험을 축적했고 이 과정에서 마티스 조베르와 다니 융카델라는 실제 2026년 제네시스 WEC 드라이버로 올라섰다.

 

 올해부터 프로그램의 역할은 한 단계 확장됐다. 제네시스는 드라이버 육성에 보다 집중하면서 한국인 유망주까지 프로그램에 포함했다. FIA F3에서 활동하는 신우현과 GB3의 이규호가 그 주인공이다. 제네시스는 두 선수가 향후 더 높은 수준의 프로 모터스포츠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동시에 한국에서 모터스포츠에 대한 관심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규호에게 트라젝토리 프로그램은 단순한 후원을 넘어선다. 실제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 구성원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프로 드라이버에게 필요한 자세와 레이스 운영 방법 등을 배우고 있다. 그는 "트라젝토리 프로그램을 통해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 팀 매니저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드라이버로서 긴 레이스 위크를 어떻게 보내고 감당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서도 멘토링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당장의 목표는 분명하다. 상반기 여러 차례 포디움에 근접했던 만큼 하반기에는 실제 시상대에 오르겠다는 것이다. "상반기에 포디움에 가까웠던 경기가 많았다. 동시에 제가 어떤 부분에서 부족한지도 많이 파악할 수 있었다. 하반기에는 그런 부분을 보완해서 포디움에 오르는 것을 가장 큰 목표로 잡고 있다"며 의지를 불태웠다.

 

 그 다음은 더 높은 곳이다. GB3에서 가능성을 증명한 뒤 FIA F3로 올라가는 것이 구체적인 다음 단계다. 그 끝에는 F1이라는 가장 큰 목표가 기다리고 있다. 그는 "최종 목표는 물론 F1이다. 다만 F1까지 가기 위해서는 실력뿐 아니라 여러 환경적인 부분이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조건들이 갖춰진다면 충분히 도전할 수 있다고 본다. 동시에 인듀어런스 레이스도 정말 좋아한다. 꼭 한번 레이스하고 싶은 무대이기 때문에 이쪽 역시 충분히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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