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BMW·볼보, 오너 프로그램 잇달아 확대
-신규 구매자 유치 넘어 기존 차주와 관계 강화
-토요타 "돈보다 문화"..브랜드 장벽까지 허문 랠리
수입차 업체들이 차를 판매한 이후의 경험에 공을 들이고 있다. 신차 출시와 할인 등 새로운 구매자를 끌어들이는 데 집중했던 마케팅에서 벗어나 기존 차주를 브랜드 안에 오래 머물게 하는 이른바 '집토끼 잡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폭스바겐코리아는 골프를 중심으로 차주 커뮤니티를 키우고 있으며 BMW코리아는 고성능 M을 앞세워 브랜드 팬덤 강화에 나서고 있다. 볼보자동차코리아는 가족 단위 프로그램을 통해 재구매와 장기적인 관계 형성에 집중하고 있으며 한국토요타자동차는 모터스포츠와 지역을 결합한 참여형 프로그램으로 자동차 문화를 만드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폭스바겐코리아는 오는 10월17일 경기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2026 폭스바겐 골프 트레펜 코리아'를 개최한다. 다양한 세대의 골프 차주들이 한자리에 모여 차와 관련한 경험을 공유하는 행사로 올해 4회째를 맞는다.
올해는 GTI 탄생 50주년을 맞아 장소도 서킷으로 옮긴다. 골프 GTI로 슬라럼을 경험하는 '골프 핫 랩', 전문 드라이버가 운전하는 GTI에 동승하는 'GTI 택시'를 비롯해 직접 트랙을 달리는 프로그램도 마련한다. 차주뿐 아니라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액티비티와 미니게임도 운영한다.
단순히 차주를 초청해 식사와 기념품을 제공하는 전통적인 오너 행사와는 결이 다르다. 같은 차를 선택했다는 공통점을 가진 사람들을 한자리에 모으고 골프라는 하나의 차종을 매개로 소속감과 유대감을 형성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골프를 산 사람'을 '골프를 좋아하는 사람'으로 만드는 셈이다.
BMW코리아는 고성능 브랜드 M을 중심으로 팬덤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4월 인천 영종도 BMW 드라이빙 센터에서 개최한 'BMW M FEST 2026'에는 나흘간 약 1만명이 찾았다. 전년보다 두 배가량 늘어난 규모로 드라이빙 프로그램은 온라인 예약 시작 30분 만에 전 회차가 마감됐다.
행사 역시 M 차주에게만 문을 열어두지 않았다. M을 보유한 사람은 물론 M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M3 출시 40주년을 기념한 헤리티지 전시를 비롯해 M 택시와 드리프트·짐카나 체험, 스트리트 패션과 스케이트보드, 그래피티, 공연 등을 한데 묶었다.
이미 M을 구매한 사람에게는 한 단계 더 깊은 경험을 제공한다. M 차주를 대상으로 'GEN M 프리빌리지'를 운영하는 한편 구매자들이 르망 24시를 현장에서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VIP 호스피탈리티와 그리드워크, 개러지 투어 등을 통해 구매 이후의 경험을 실제 모터스포츠 현장까지 연결하는 방식이다.
볼보자동차코리아는 가족을 매개로 관계의 범위를 넓힌다. 2018년부터 차주 초청 프로그램 '헤이, 파밀리'를 이어오고 있으며 올해는 규모를 800가족까지 확대했다. 6월부터 9월까지 전국 주요 숙박시설에서 가족이 함께 볼보가 제안하는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하도록 구성했다.
올해는 기존 1박2일 프로그램에 2박3일 일정도 추가했다. 특히 2박3일 프로그램은 지난해 패밀리 재구매 프로그램을 통해 다시 볼보를 선택한 구매자 가운데 매월 10팀을 추첨한다. 한 번 차를 산 사람을 넘어 '다시 산 사람'에게 더 깊은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는 구조다.
한국토요타자동차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갔다. 기존 차주를 붙잡는 것을 넘어 아예 브랜드의 울타리를 걷어내고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쪽을 택했다.
지난 5일 충남 보령에서 일반 운전자를 대상으로 'TGR 랠리 플레이'는 드라이버와 코드라이버가 페이스노트를 읽으며 보령 일대 도로를 달리고 곳곳의 체크포인트에서 미션을 수행하는 방식이다. 전문 선수들이 속도를 겨루는 랠리 대신 일반 운전자도 즐길 수 있는 '운전 놀이'로 랠리를 재해석했다.
특히 참가 자격에 브랜드 제한을 두지 않았다. 토요타와 렉서스 차주는 물론 다른 브랜드의 차를 타는 사람도 자신의 차로 참가할 수 있도록 했다. 일반적인 자동차 회사의 오너 행사가 자사 차주에 혜택을 제공하고 충성도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춘다면, 토요타는 차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자신들이 만든 자동차 문화 안으로 들어오도록 문을 열어놓은 셈이다.
단순히 운전만 즐기는 행사도 아니었다. 참가자들은 보령 곳곳을 돌아다니며 지역의 문화와 먹거리 등을 경험했다. 한국토요타 실무진은 이를 위해 행사 약 3개월 전부터 현장을 찾아 보령 일대에서만 300㎞ 이상을 달리며 체크포인트를 물색했다.
비용보다 경험을 우선한 것도 특징이다. 참가비는 팀당 10만원이지만 프로그램에 식사와 체험은 물론 1박 숙박까지 포함했다. 당초 당일 행사로 준비했지만 수도권에서 보령까지 2시간30분에서 3시간가량 이동해야 하고 상당수 참가자가 가족과 함께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해 숙박을 추가했다.
강대환 한국토요타자동차 부사장은 "지역경제에 조금이라도 기여하고 지역의 호응을 얻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며 "앞으로는 지역과 더욱 상생하면서 자동차 문화가 타는 사람뿐 아니라 보는 사람들도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폭스바겐은 골프를 산 사람들을 모으고, BMW는 M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팬으로 묶는다. 볼보는 한 명의 차주와 맺은 관계를 가족으로 넓힌다. 토요타는 그 울타리를 아예 브랜드 밖으로 확장했다. 방법은 달라도 지향점은 같다. 한 대를 더 파는 것 못지않게 한 번 맺은 관계를 얼마나 오래 이어갈 수 있느냐가 중요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차를 인도하는 순간 끝났던 관계가 이제는 그때부터 시작되는 관계로 바뀌고 있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