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환 한국토요타자동차 부사장
-"모터스포츠, 트랙 아니어도 가능하단 점 보여주고싶어"
-일본 본사에서도 관심..'모터스포츠 저변 확대 롤모델'
"손해가 크면 아마 제 월급에서 까야 될 것 같은데요.(웃음)"
강대환 한국토요타자동차 부사장이 웃으며 말했다. 지난 5일 충남 보령에서 열린 'TGR 랠리 플레이'의 참가비가 10만원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면서다. 약 5시간에 걸친 랠리 프로그램에 식사와 각종 체험, 1박 숙박까지 포함한 것을 감안하면 수익을 내기는커녕 회사가 적잖은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행사였다.
농담으로 시작한 그의 답변은 이내 진지해졌다. 한국토요타가 이번 행사를 바라보는 관점이 '손익'과는 거리가 있다는 설명이었다. 강 부사장은 "이번 행사는 돈의 문제라기보다 문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며 "손익 개념을 가져가기보다는 앞으로의 문화를 만들기 위한 '씨뿌리기' 정도의 행사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TGR 랠리 플레이는 한국토요타가 일반 운전자들을 대상으로 처음 마련한 참여형 랠리다. 드라이버와 코드라이버가 2인1조를 이뤄 페이스노트를 따라 보령 일대 약 66㎞를 주행하고 지역 카페와 농장, 문화유산, 특산품 판매처 등을 찾아 미션을 수행하는 방식이다. 일반 참가자를 위한 오픈 클래스 55개 팀과 모터스포츠 마니아를 위한 어드밴스드 클래스 15개 팀 등 총 70개 팀이 참가했다.
강 부사장은 "자동차를 즐기는 것이 꼭 서킷에서만 가능한 모터스포츠는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 한국에서 프로들이 참가하는 본격적인 랠리를 운영하기에는 시장성에 무리가 있다고 봤다"며 "그렇다면 일반 운전자들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랠리를 해보자는 생각에서 출발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토요타가 정한 키워드는 '도로·차·가족'이었다. 빠르게 달리는 것보다 차를 타고 낯선 길을 찾아가고 그 과정에서 함께 탄 사람과 대화하는 경험에 주목했다. 강 부사장은 "우리가 굉장히 각박한 매일을 살다 보니 아들, 딸이나 배우자와 많은 시간을 갖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은 것 같다"며 "이런 기회를 통해 가족 간 유대감도 쌓고 부모와 자식 사이에 대화도 이뤄졌으면 했다"고 말했다.
참가 자격에도 브랜드의 벽을 두지 않은 것에 대해 강 부사장은 "차를 좋아하는 사람은 자신의 스타일에 따라 토요타나 렉서스를 탈 수도 있고 타 브랜드를 탈 수도 있다"며 "하지만 차를 좋아하는 마음은 브랜드와 상관이 없는 만큼 브랜드 행사가 아니라 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행사로 만들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한국토요타가 말하는 자동차 문화에는 지역도 포함돼 있다. 참가자들은 단순히 정해진 길을 달리는 대신 보령 곳곳에 마련된 체크포인트를 찾아야 했다. 지역 카페와 농장, 문화유산 등이 자연스럽게 랠리 코스에 녹아든 이유다. 이를 위해 준비 과정도 적지 않았다. 강 부사장에 따르면 한국토요타 실무진은 행사 약 3개월 전부터 보령을 찾아 코스를 답사했다. 적절한 장소를 찾기 위해 보령 일대에서만 300㎞ 이상을 달렸다.
강 부사장은 "지역경제에 조금이라도 기여하고 지역의 호응을 얻어내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며 "이번이 첫 행사라 부족한 것도 있지만 앞으로는 지역과 더욱 상생하면서 자동차 문화가 타는 사람뿐 아니라 보는 사람들도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약 5시간 동안 참가자들과 함께한 강 부사장이 현장에서 읽은 반응도 비슷했다. 그는 "아직 참가자들의 피드백을 충분히 들은 것은 아니지만 순간순간 가족들과 좋은 시간이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아주 소박하게 표현하면 예전에 할머니 집, 외할머니 집에 온 듯한 기분을 느끼면서 우리나라에도 좋은 경치와 좋은 곳이 많다는 것을 발견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보령에서 뿌린 씨앗을 다른 지역으로 옮길 가능성도 열어뒀다. 그는 "요즘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행사를 통해 지역을 부흥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이번 참가자들의 평가를 들어보고 기회가 되고 뜻이 맞는다면 다른 지역으로 확대할 생각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에는 "혹시 관심 있는 지방자치단체가 있다면 소개시켜달라"며 취재진을 향해 농담 섞인 부탁도 건넸다.
월급에서 행사비를 까야 할 것 같다며 웃던 강 부사장이 다음 개최지를 찾고 있었다. 한국토요타가 보령에서 시작한 랠리를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지역 사회와 상생할 수 있는 자동차 문화로 키우겠다는 구상이 엿보였다.
보령=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