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車 마니아 한 자리에”, 한국테크노링을 뒤덮은 500대의 '취향'

입력 2026년09월14일 09시03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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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타이어 모터컬처 행사 '까쥬' 현장 가보니
 -드리프트부터 드래그·오프로드까지 자동차 축제
 -한국테크노링 첫 일반 개방...차로 하나 된 문화의 장

 

 쾌청한 가을 하늘 아래 충남 태안 한국테크노링은 평소와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정교한 데이터를 얻기 위해 타이어와 자동차가 한계까지 내달리던 시험장은 이날만큼은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거대한 놀이터로 변했다.

 



 

 주차장을 채운 차부터 범상치 않았다. 낮고 넓게 자세를 잡은 스포츠카 옆에는 거대한 오프로더가 서 있었고 오래된 클래식카와 최신 튜닝카가 자연스럽게 어깨를 나란히 했다. 차종은 물론 연식도 국적도 제각각이었다. 색깔은 말할 것도 없다. 한 바퀴를 천천히 둘러봤지만 신기할 정도로 똑같은 차를 찾기가 어려웠다.

 

 지난 12일 한국타이어가 아시아 최대 규모 타이어 테스트 트랙인 한국테크노링에서 개최한 세 번째 카밋 행사 '까쥬'의 풍경이다. 카밋은 자동차 애호가들이 자신의 차를 전시하고 서로의 취향과 문화를 공유하는 행사다. 한국타이어는 올해부터 모터컬처 브랜드 '드라이브(DRIVE)'를 통해 카밋 시리즈를 전개하고 있다. 지난 4월 서울 성수동에서 첫 행사를 열었고 6월에는 인천 항동 컨테이너 단지로 자리를 옮겼다.

 

 세 번째 행사는 규모부터 달라졌다. 이름도 '드라이브 카밋'에서 '까쥬'로 바꿨다. 미국 웨스트코스트의 자유로운 자동차 문화를 오마주해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취향을 나누고 새로운 즐거움과 에너지를 공유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최대 500대의 차와 3,000여명의 관람객을 수용할 수 있도록 규모도 키웠다.

 

 무엇보다 특별한 점은 장소였다. 한국타이어가 한국테크노링을 일반 관람객에게 개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단순히 자동차를 세워놓고 구경하는 정적인 카밋을 넘어 실제 차가 달리고 타이어가 비명을 지르는 '움직이는 자동차 축제'를 만들 수 있었던 이유다.

 



 

 현장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은 건 참가차들의 개성이었다. 차종을 구분하는 것 자체가 별 의미가 없어 보였다. 경차부터 세단, 스포츠카, 컨버터블, SUV와 픽업까지 모든 장르가 한자리에 섞여 있었다. 운전자들의 연령대 역시 다양했다.

 

 더 흥미로운 건 각각의 차가 가진 이야기였다. 공장에서 출고됐을 당시의 모습 그대로인 차를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같은 차종이라고 해도 휠과 타이어, 차고, 배기 시스템과 외장 부품을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냈다.

 

 작은 차체에 강한 심장을 이식받은 경차가 있는가 하면 일본에서 직접 들여온 오픈카도 시선을 끌었다. 반짝이는 휠과 세련된 외장 부품을 두른 럭셔리 오프로더가 지나가고 그 옆에는 당장이라도 아마존 정글 깊숙한 곳으로 들어갈 것 같은 험로 전용 SUV가 서 있었다.

 

 누가 더 비싼 차를 가져왔는지는 중요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차를 얼마나 좋아하고 어떤 방향으로 완성했는지가 관심의 대상이었다. 참가자들은 자연스럽게 다른 차를 둘러보고 차주와 이야기를 나눴다. 자동차라는 하나의 공통 관심사가 처음 만난 사람들 사이의 벽을 허물고 있었다.

 

 행사장 한쪽에서는 쉴 새 없이 흰 연기가 피어올랐다. 매캐한 타이어 냄새와 함께 엔진음이 커지자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드리프트 존이었다. 차는 코너를 향해 빠르게 접근하다 순간적으로 자세를 틀었다. 앞바퀴가 진행 방향을 향하는 사이 뒷바퀴는 접지력을 놓고 크게 미끄러졌다. 이내 흰 연기가 차 전체를 집어삼켰다.

 





 

 전문 드라이버의 손을 거친 차의 움직임은 하나의 공연에 가까웠다. 스티어링 휠과 가속페달을 섬세하게 조작하면서 미끄러지는 차를 원하는 위치에 정확히 가져다 놓는다. 한 번의 드리프트가 끝날 때마다 관람객 사이에서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바닥에는 수없이 많은 검은 타이어 자국이 겹쳐졌다. 누군가 거대한 붓으로 아스팔트 위에 그림을 그려 놓은 듯했다. 자동차와 타이어가 만들어낸 이날만 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반대편에서도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이번에는 드래그 레이스였다. 두 차가 나란히 달리다 신호와 함께 가속페달을 깊숙이 밟는다. 수백m에 걸쳐 펼쳐지는 롤링 스타트 방식의 1대1 대결이다. 출발 직후 굉음이 터지고 차는 눈 깜짝할 사이 시야에서 멀어졌다. 상황을 파악할 때쯤이면 이미 승부가 끝나 있었다.

 

 더 재미있는 건 대진이었다. 비슷한 체급과 성격을 가진 차끼리만 붙는 일반적인 모터스포츠와 달랐다. 픽업트럭 옆에 스포츠 세단이 서고 오픈카가 머슬카와 경쟁했다. 차의 출신이나 장르는 중요하지 않았다. 각자의 방식으로 성능을 끌어올린 튜닝카들이 직선 위에서 결과를 확인할 뿐이었다. 어떤 조합에서는 예상했던 차가 이겼고 때로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가 나오면서 관람객들의 환호가 더욱 커졌다.

 

 일반도로라면 절대 해서는 안 되고 제대로 즐길 수도 없는 자동차의 성능을 통제된 공간에서 마음껏 펼친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달리는 사람도 바라보는 사람도 눈치 볼 필요가 없었다.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마음껏 소리 지르고 즐기는 모습 자체가 오래 기억에 남을 장면이었다.

 

 행사장 반대편에서는 또 다른 광경이 펼쳐졌다. 이번에는 속도가 아닌 지형과의 싸움이었다. 한국테크노링의 오프로드 체험 공간을 차지한 정통 SUV들은 이곳을 거대한 놀이터처럼 활용했다. 가파른 경사로 앞에서도 주저하지 않았다. 낮은 속도로 천천히 접근한 뒤 네 바퀴에 힘을 나눠 보내며 거침없이 경사를 타고 올랐다. 몇 분 전까지 드리프트 머신이 타이어를 태우고 드래그 머신이 최고속도를 향해 질주했던 장소와 같은 행사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까쥬'의 매력이었다. 빨리 달리는 차만 자동차 문화의 전부가 아니었다. 차를 낮추는 사람도 있고 높이는 사람도 있었다. 아스팔트 위에서 한계를 즐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흙과 모래, 물속에서 자동차의 가능성을 찾는 사람도 있었다. 잘하는 것도, 좋아하는 것도 달랐지만 자동차를 좋아한다는 마음은 같았다. 

 





 

 보고 달리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행사장을 둘러싼 다양한 브랜드 체험 공간도 축제 분위기를 더했다. 한국앤컴퍼니그룹의 모빌리티 라이프 솔루션 브랜드 소닉모터스를 비롯해 코오롱 모터스, 타운카, 푸마, 레드불, 모빌코리아윤활유, 컴인워시 등 자동차 및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도 각자의 방식으로 관람객을 맞았다. 퀸즈베리도넛하우스와 요아정, 아티스트보틀클럽 등 먹거리와 즐길 거리도 더해지면서 자동차 행사 특유의 긴장감보다는 페스티벌에 가까운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한국타이어 역시 글로벌 통합 브랜드 '한국(Hankook)'의 고성능 타이어 벤투스와 SUV용 다이나프로 등을 전시하며 자동차 문화에서 타이어가 담당하는 역할을 자연스럽게 보여줬다. 티스테이션 부스를 비롯해 다양한 체험을 통해 브랜드를 알리고 있었다.

 

 해가 조금씩 기울기 시작하면서 행사는 마지막 순서를 향했다. 대미를 장식한 것은 참가차들이 함께 한국테크노링의 고속주회로를 달리는 '갈라 쇼런'이었다. 최대 38.87도에 달하는 거대한 뱅크를 배경으로 형형색색의 자동차가 줄지어 움직였다. 낮 동안 각자의 자리에서 저마다의 개성을 뽐냈던 차들이 마지막에는 하나의 행렬을 만들었다.

 

 빠른 차와 느린 차, 오래된 차와 최신 차를 나누는 기준도 이 순간만큼은 필요하지 않았다. 세단과 SUV, 스포츠카와 튜닝카가 같은 길을 달렸다. 그리고 이날 '까쥬'가 보여주고 싶었던 자동차 문화의 모습도 이 장면에 압축돼 있었다.

 

 자동차를 좋아하는 방법에는 정답이 없다. 누군가는 차를 꾸미는 데 즐거움을 느끼고 누군가는 기록을 줄이는 데 몰두한다. 엔진을 손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험로를 찾아 떠나는 사람도 있다. 자신의 차를 깨끗하게 관리하며 바라보는 것만으로 행복한 사람도 있다. 중요한 건 자동차를 좋아한다는 마음이다.

 



 

 그 마음 하나로 수백대의 서로 다른 차와 수천명의 사람들이 한국테크노링에 모였다. 마음껏 차를 바라보고 이야기했고 달리고 미끄러지고 흙탕물을 튀기며 환호했다.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이보다 더 좋은 장소와 차, 시간이 또 있을까 싶었다.

 

 그리고 이런 거대한 '판'을 만든 곳이 타이어 회사라는 사실도 의미가 남달랐다. 타이어를 만들어 파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타이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어떤 자동차 문화를 즐기는지 바라보고 그들이 마음껏 뛰어놀 공간까지 마련했다. '까쥬'는 자동차를 위한 진정한 축제였다.

 

 충남(태안)=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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