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 “가격은 거들뿐”, 뛰어난 상품 경쟁력 갖춘 볼보차 ES90 

입력 2026년09월18일 08시30분 김성환
트위터로 보내기카카오톡 네이버 밴드 공유

 -가격 경쟁력과 함께 우수한 상품 경쟁력 갖춰
 -이상적인 성능과 효율로 플래그십 본분 지켜

 

 볼보 ES90이 국내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때 사람들의 관심은 온통 하나에 쏠렸다. 바로 가격이다. 글로벌 주요 시장과 비교해 약 5,000만원 낮은 가격표는 그 자체로 화제였다. 시작 가격은 7,294만원. 플래그십 전기차라는 위치를 생각하면 상당히 공격적이었다. 실제 시장 반응도 빨랐다. 현재까지 계약은 3,500대를 넘어섰다. 그래서인지 ES90을 이야기할 때면 항상 가격이 먼저 등장한다. 하지만 직접 운전해보니 생각은 조금 달라졌다. 가격만 이야기하기에는 차가 너무 좋기 떄문이다.

 



 

 오히려 ES90의 진짜 경쟁력은 차 자체에 있었다. 공간과 편의품목, 감성품질, 주행성능, 효율까지 플래그십에 기대하는 요소를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저렴한 가격은 이 모든 것을 경험한 뒤 마지막에 확인하게 되는 일종의 '보너스'에 가까웠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절묘한 크기와 비율이다. ES90은 전장 5m, 휠베이스 3.1m가 넘는 대형차다. 하지만 전형적인 플래그십 세단처럼 길고 낮게만 보이지 않는다. 세단과 패스트백, SUV 사이 어딘가에 절묘하게 자리한다.

 

 덕분에 타고 내리는 과정부터 편하다. 여기에는 최대 188mm의 최저지상고가 큰 역할을 한다. 일반적인 세단보다 지상고와 착좌 위치에 여유가 있으면서도 SUV처럼 껑충 올라타는 느낌은 아니다. 문을 열고 자연스럽게 몸을 밀어 넣으면 넓은 실내가 펼쳐진다. 긴 휠베이스가 만들어낸 공간은 플래그십이라는 이름에 부족함이 없고 여유로운 적재공간 역시 SUV 못지않은 활용성을 보여준다.

 

 이런 모습은 사실 볼보에게 낯설지 않다. 오래전부터 크로스컨트리 라인업을 통해 세단과 왜건, SUV 사이의 황금비율을 고민해 온 회사다. 차체를 무작정 높이지 않고도 승하차 편의성과 공간 활용성을 높이고 동시에 승용차 특유의 안정적인 움직임을 살리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 ES90에서도 이런 노하우가 자연스럽게 묻어난다.

 











 

 도로에 올라서면 장점은 더욱 분명해진다. 세단처럼 날렵하고 안정적이면서도 SUV에서 기대할 법한 여유가 있다. 노면 상태가 좋지 않은 곳에서도 차체가 크게 긴장하지 않는다. 한 가지 성격으로 규정하기 어려운 대신 다양한 상황에서 평균 이상의 능력을 보여주는 진정한 멀티플레이어다.

 

 그 다음으로 눈에 들어오는 경쟁력은 플래그십다운 풍부한 편의·안전품목이다. 중심에는 차세대 컴퓨팅 시스템인 '휴긴 코어'가 있다. 엔비디아와 퀄컴의 기술을 활용한 볼보의 새로운 전자 아키텍처로 각종 안전 및 인포테인먼트 기능을 통합적으로 처리한다. 실제 사용해보면 복잡한 기술적 설명보다 빠른 반응속도가 먼저 와닿는다. 그래픽은 깔끔하고 메뉴 이동도 자연스럽다. 기능이 많다고 해서 사용자가 공부해야 하는 차가 아니다. 운전 중에도 필요한 기능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플래그십에 기대하는 장비 역시 아낌없이 넣었다. 열선과 통풍 기능부터 헤드업 디스플레이, 99.9% 자외선을 차단하는 파노라믹 썬루프도 기본이다. 이와 더불어 4존 독립 공조 시스템과 최대 95%까지 초미세먼지(PM2.5) 입자 유입을 차단하고 꽃가루 및 알레르기 유발 물질을 99.9%까지 제거해 주는 최첨단 공기 청정 시스템도 들어간다.

 

 무엇보다도 정점에는 바워스앤윌킨스 사운드 시스템이 있다. ES90 울트라에 들어가는 시스템은 25개 스피커와 1,610W 출력을 갖춘다. 하지만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 귀로 들어오는 결과물이다. 단순히 소리가 크거나 저음이 강한 시스템이 아니다. 각각의 악기가 놓여 있는 위치가 느껴질 정도로 소리를 입체적으로 펼쳐놓는다. 볼륨을 높여도 특정 음역이 지나치게 튀지 않고 실내 전체가 하나의 청음 공간처럼 변한다. 조용한 전기차의 특성과 만나면서 장점은 더욱 커진다.

 











 

 ES90의 감성품질 역시 같은 방향을 바라본다. 화려함으로 시선을 빼앗기보다는 오래 머물수록 좋아지는 공간이다. 과하지 않지만 심심하지 않고 차갑게 느껴질 정도로 미래적이지도 않다. 모던함과 세련미 속에 특유의 따뜻함을 녹였다. 소재를 보고 손으로 만지고 음악을 듣고 시트에 몸을 맡기는 모든 과정에서 차분한 만족감을 전달한다.

 

 차를 잘 모르는 사람이 타더라도 '좋은 차'라는 사실은 금세 알아챌 수 있을 듯하다. 굳이 값비싼 소재와 화려한 장식을 과시하지 않아도 고급스러움을 전달하는 것. 이것이 볼보가 오랫동안 만들어 온 스웨디시 프리미엄의 강점이다.

 

 이와 함께 안전 기술로는 5개 카메라, 5개 레이더, 12개 초음파 센서 등으로 구성한 최첨단 센싱 기술과 실내 센서, 자체 개발 소프트웨어, 코어 컴퓨팅 성능을 결합한 ‘안전 공간 기술’을 제공한다.

 

 잠재적인 위험에서 차 안팎의 사람을 효율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기술로 차세대 파일럿 어시스트 및 파크 파일럿 어시스트, 사각지대 경보 및 조향 어시스트, 반대차선 접근 차량 충돌 회피, 교차로 경보 및 긴급 제동 서포트 등을 지원한다. 특히, 인공지능(AI) 기반의 머신 러닝을 통해 운전자의 패턴에 따라 지원 방식을 차별화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서브밀리미터 단위의 움직임까지 감지하는 ‘실내 승객 감지 시스템’도 탑재했다.

 











 

 자연스럽게 주행성능에서의 경쟁력으로 넘어간다. 시승차는 트윈모터 퍼포먼스 트림으로 최고출력 456마력을 발휘하고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시간은 5.4초에 불과하다. 수치상으로도 부족함이 없으며 실제로 가속페달을 조금만 움직여도 운전자가 원하는 만큼 정확하게 속도를 붙인다. 반대로 깊게 밟으면 거대한 차체가 언제 그랬냐는 듯 앞으로 달려나간다. 크고 무거운 플래그십 전기차라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로 가뿐하다.

 

 그렇다고 무작정 자극적이지 않다. ES90이 잘하는 영역은 오히려 그 반대다. 속도가 올라갈수록 차는 차분해지고 고속 장거리 크루징에서는 안정감이 더욱 돋보인다. 여기에는 에어 서스펜션의 능력이 주효했다. 차체를 탄탄하게 붙잡으면서도 탑승자를 불필요하게 괴롭히지 않는다. 퍼포먼스 주행모드로 돌려도 마땅 딱딱하지 않으며 적당히 우수한 승차감을 겸비하며 노면을 움켜쥔다.

 

 스티어링 반응 역시 지나치게 날카롭지도 둔하지도 않다. 빠르게 달릴 수 있는 차를 만드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운전자가 편하게 빠르게 이동할 수 있도록 세팅한 느낌이다. 그래서 운전이 쉽고 부담이 없다. 강한 자극을 앞세워 계속 집중력을 요구하는 차가 아니라는 사실도 금세 깨닫는다. 운전자가 긴장을 풀 수 있도록 차가 먼저 움직이고 대응한다. 필요할 때는 강력하고 평소에는 부드럽다. 플래그십이 갖춰야 할 주행의 덕목이 무엇인지 꽤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 듯하다.

 





 

 이는 효율에서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이번 시승은 서울 마곡에서 경기도 포천까지 약 140㎞ 구간을 두 시간가량 달리는 코스로 진행했다. 물론 도로 상황과 주행 방식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지만 시승차의 배터리 잔량 감소폭은 매우 적었다. 출발할 때와 비교해 계기판 속 잔여 배터리 게이지가 아주 조금 내려간 수준이었다.

 

 참고로 ES90에는 파워트레인에 따라 92㎾h 또는 106㎾h 배터리가 들어가며 듀얼모터 퍼포먼스 기준 최장 520㎞의 1회 충전 주행거리를 확보했다. 여기에 800V 전기 시스템을 적용해 최대 350㎾급 DC 급속충전 환경에서는 10%에서 80% 충전에 약 20분가량이 걸린다. 숫자만큼 인상적인 부분은 에너지를 다루는 방식이다. 감속 상황에서는 회생제동을 활용해 버려지는 에너지를 다시 회수하고 주행 상황에 맞춰 배터리를 효율적으로 사용한다. 운전자가 효율을 위해 특별히 노력하지 않아도 차가 알아서 에너지를 아껴 쓴다는 느낌이 강하다.

 

 한마디로 잘 달리고 잘 서고 편안한데 전기까지 알뜰하게 사용한다는 것이다. 유지비까지 생각해야 하는 시대의 플래그십으로서는 상당히 매력적인 부분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경험한 뒤 다시 가격표를 바라보면 ES90의 마지막 경쟁력이 보인다.

 

 국내 가격은 싱글 모터 익스텐디드 레인지 플러스가 7,294만원부터 시작하고 싱글 모터 울트라는 8,055만원이다. 트윈 모터는 7,960만원부터이며 최상위 트윈 모터 퍼포먼스 울트라도 9,541만원이다. 전 트림이 1억원을 넘지 않는다. 단순히 환율을 적용해 가격을 옮겨온 것이 아니라 한국 시장을 전략적으로 바라보고 본사를 설득해 만든 결과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처음에는 그래서 ES90의 가장 큰 무기가 가격인 줄 알았다. 하지만 타보고 나니 순서가 반대였다. ES90은 공간 활용성이 뛰어나고 편안하며 빠르고 고급스럽다. 최신 소프트웨어와 안전기술을 품었고 긴 주행거리와 빠른 충전까지 챙겼다. 세단과 SUV의 경계를 허물면서 어느 한쪽의 장점을 크게 희생하지도 않았다. 무엇보다 플래그십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탑승자가 이동하는 모든 과정을 편안하게 만든다.

 

 이 정도 상품성을 갖춘 차의 가격이 7,000만원대부터 시작한다는 사실이 마지막 반전이다. 그만큼 ES90을 가격 좋은 전기차라고만 표현하면 이 차의 절반밖에 설명하지 못한다. 싼 가격 때문에 관심을 갖게 만들고 우수한 상품성 때문에 계약서를 쓰게 만드는 차가 더 맞을 듯하다.

 

 볼보차가 ES90으로 보여주려는 새로운 플래그십의 기준 역시 여기에 있다. 더 크고 더 화려하고 더 비싸야만 플래그십인 시대에서 벗어나 공간과 기술, 편안함과 효율을 얼마나 영리하게 조합하느냐가 중요해졌다. 그리고 브랜드는 이 질문에 좋은 정답을 알고 있으며 ES90으로 증명했다. 가격 경쟁력보다 놀라운 건 그 가격을 잊게 할 만큼 차 자체이 상품 경쟁력이 좋다는 것. ES90은 바로 이런 차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무통장입금 정보입력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