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부가세 환급 내년부터 축소 가능성..옥석 가리기 나서
-저가 수출 억제하고 수익성 중심 산업 재편 유도
-대형 제조사 중심 해외 현지 생산 확대 전망
중국 정부가 완성차 수출 때 환급해 주는 13%의 부가가치세를 줄이거나 점진적으로 없애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간 세금 환급을 수익 삼아 저가에 수출하던 관행에 제동을 걸어 제조사별 옥석 가리기에 나서겠다는 의미다. 이를 통해 과잉생산을 억제하고 저가 수출에 따른 유럽연합 등과의 마찰을 피하는 동시에 실질적 수익성을 갖춘 기업만을 육성하는 중국 자동차산업의 구조조정 신호탄을 띄우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셈이다.
12일 외신 등에 따르면 현재 중국산 전기차 수출에 적용되는 부가가치세 환급률은 13%다. 아직 정부의 공식 발표는 없지만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수출 환급은 단계적으로 축소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중국승용차시장정보연석회(CPCA) 관계자가 빠르면 2027년부터 환급 축소가 시작될 수 있다고 전망했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배터리와 태양광 등의 수출 환급 축소 및 폐지 대상에 전기차가 포함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환급 축소 또는 폐지는 중국산 전기차의 수출 경쟁력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통상 중국산 전기차의 해외 수출 이익률을 10% 수준으로 가정하면 환급 폐지에 따른 부담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물론 환급률 13%가 영업이익률 13%포인트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존 수익 구조를 유지하기 어려워지는 것은 분명하다.
이에 따라 개별 기업들은 수익성을 포기한 채 저가 수출에 나설지, 아니면 원가 절감과 생산 효율화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유지할지 결정해야 한다. 이 경우 자금력과 규모의 경제를 확보한 대형 기업은 위기를 견뎌내겠지만 그렇지 않은 곳은 사업 축소나 매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반면 BYD와 지리 등 대형 기업은 브랜드와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가격 인상에 따른 부담을 일부 흡수할 여력이 있다는 평가다.
수출 부가가치세 환급과 별개로 중국 자동차산업은 이미 구조조정 압력을 받고 있다. 중국 정부는 기술 및 안전 기준을 높이고 생산시설에 대한 관리도 강화하고 있다. 여기에 내수 시장의 치열한 가격 경쟁과 수익성 악화가 맞물리면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신생 제조사들의 경영난도 심화됐다. 네타, 하이파이, 지유에 등이 대표적이다.
업계에서는 장기적으로 중국 자동차산업이 소수 대형 기업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을 거론한다. 수많은 제조사가 비슷한 제품을 생산하고 가격 경쟁을 벌이는 현재의 구조보다 기술과 자본을 갖춘 기업에 생산 역량을 집중하는 편이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구조조정 이후 기대되는 변화는 적극적인 중국 외 지역의 생산 거점 확보다. 이는 2000년대 이후 한국 자동차업계가 미국과 유럽, 남미 등에 생산거점을 확보하며 성장한 과정과도 유사하다.
실제 BYD는 태국과 브라질 등에서 현지 생산을 추진하거나 확대하고 있으며 유럽에서도 생산거점 확보에 나서고 있다. 체리와 지리 등 다른 대형 제조사 역시 해외 생산과 현지 기업과의 협력에 적극적이다. 중국에서 만든 차를 해외로 보내는 방식보다 현지에서 생산하고 판매하는 구조가 관세와 통상 규제에 대응하기 유리하기 때문이다.
수출 환급 축소는 이 같은 흐름을 더욱 가속할 수 있다. 중국 내 생산 제품의 수출에 따른 세제 혜택이 줄어들면 상대적으로 해외 현지 생산의 경제성이 높아질 수 있어서다. 해외 생산시설을 갖춘 대형 제조사와 중국 내 생산에 의존하는 중소 제조사 사이의 경쟁력 격차도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결국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산업 재편의 핵심은 생산량보다 수익성에 있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막대한 생산능력과 낮은 가격을 앞세워 세계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웠다면 앞으로는 기술력과 브랜드 가치, 해외 생산 역량을 갖춘 기업을 중심으로 경쟁 구도를 바꾸겠다는 것.
다만 이러한 변화가 곧 중국산 자동차의 가격 경쟁력 약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규모의 경제와 배터리 공급망을 확보한 대형 제조사들은 여전히 원가 측면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 오히려 수익성이 취약한 기업들이 시장에서 이탈하면 살아남은 기업들의 생산 효율과 가격 결정력이 더욱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국내 자동차업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중국산 전기차의 저가 공세가 일시적으로 완화될 가능성은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쟁 상대가 더욱 강해질 수 있어서다. 특히 중국 제조사들이 해외 현지 생산을 확대하면 관세를 통한 가격 방어 효과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중국 제조사들의 경쟁이 단순한 가격 인하에서 기술과 브랜드, 현지 생산능력 중심으로 바뀌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한국을 비롯한 기존 자동차 강국 입장에서는 중국 기업의 숫자가 줄어드는 것보다 살아남는 기업들의 경쟁력이 얼마나 높아질지를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